23.11.24 05:42최종 업데이트 23.11.2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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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사우스텍사스국제공항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 채 남지 않았다. 역대 대선에서 이즈음 실시된 여론 조사는 대부분 현직 대통령이 유리했다. 현직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도 손에 꼽힐 정도다. 최근 60년간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지미 카터, 조지 H. W. 부시, 도널드 트럼프 세 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두 대통령이 연거푸 단임으로 물러난 경우는 아예 없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볼 때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선 성공 가능성이 점점 회의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1년여 앞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가 이를 증명한다. 바이든 대 트럼프 전·현직의 재대결 가능성이 높은 현시점에서,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보여주고 있다.


CBS가 실시한 여론조사(10월 27일~11월 2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51대 48로 우위를 보였다. 같은 기간 CNN 조사도 49 대 45로 트럼프의 우세를 전했다. 폭스뉴스(11월 10일~13일)에서도 50 대 46으로 트럼프가 바이든을 앞서고,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11월13일~14일) 역시 49대 51로 트럼프 우위를 예견하고 있다.

오차범위 내 열세지만 예외 없이 모든 조사에서 뒤지는 결과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역대급 논쟁적 인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얻은 결과가 이렇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안정적 이미지나 혁신적 이미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하는 주요 원인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티오가 마린 터미널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한 참석자 선글라스에 비쳐지고 있다. ⓒ 연합뉴스


이렇게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주요 원인은 바이든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외교 안보 분야다. 상원의원 시절 주로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미숙하고 투박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술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등 그가 보여준 일련의 외교, 국방, 안보 이미지는 국민들이 굴욕감을 느낄 만큼 서툴렀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막대한 지원과 지지는 현재까지 어떠한 전략적, 도덕적 성과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서유럽 동맹국을 안심시킬 만한 미국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은 미국의 바람과 달리 중국과 더 밀착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보란 듯이 미국의 말을 거스르는 중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취했던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 정책을 여과 없이 계승했지만 결국은 중국에 먼저 손을 내미는 멋쩍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방국들을 향해 대 중국 디커플링(중국을 배제한 국제 공급망)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더니 결국 그 자리를 슬그머니 디리스킹(중국과 단절 없이 다만 위험 관리)으로 대체한다. 그러더니 이제는 아예 미중 관계 개선을 말한다.

고령이라는 어쩔 수 없는 불안감도 스스로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사람 이름을 혼동하는 실수가 꼭 고령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그게 그리 심각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은 자신의 잘못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정치인의 숙명이다. 한마디로 억울해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분야가 경제다. 그의 집권 이후 대체적으로 미국 경제는 위기를 잘 극복해 내고 있다. 팬데믹의 긴 터널에서 나온 직후 미국은 40년 이래 최대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맞았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2년여가 지난 후 미국인들은 경기 호전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물가 안정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면서도 불황 위험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6월 9%대까지 오르던 물가 상승률이 현재는 3%대를 유지한다. 최근 조사에서 3.9%를 기록한 실업률 또한 역대 최저급이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다.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그들은 경제의 호전을 말하면서 동시에 바이든 정부의 경제실책을 지적한다.

지난 9월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58%는 지난 2년간 미국의 경제가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경제가 개선됐다는 평가는 28%에 불과했다. 분명 다양한 수치가 경기 호전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전반적 불신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려야 할 대승적 결단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아이젠하워 행정부청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는 바이든 행정부 경제정책의 실패일까, 그렇지 않으면 이미지·홍보 정책의 실패일까? 어떻든 정치(폴리틱스)는 정책(폴리시) 그 이상이다. 관료 지휘권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이 정치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런 의미에서 실패한 정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와 정반대 입장에 놓여 있는 것이다. 온갖 정책적 실패와 초법적, 위법적 행위들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미국인은 트럼프의 귀환을 바라고 있지 않은가.

한마디로 정치적 존재는 자신의 잘못에서 연유하지 않아도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은 결자해지해야 하는 존재다. 넓은 의미에서 모든 정치적 존재인 인간이 그렇지만 좁은 의미의 직업적 정치인은 더 말할 나위 없다. 프랑스의 정치인 조르지나 뒤푸아(Georgina Dufoix)가 남긴 "나는 책임은 있지만 죄는 없다"는 말은 정확한 자기 성찰이다.

그리고 그의 문장은 앞뒤 순서를 바꿔도 똑같이 성립된다. 모든 정치적 존재는 죄는 없어도 책임은 져야 하는 존재다. 그것이 어쩌면 정치라는 굴레 속에서 밖에 사회를 살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복잡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죄를 가려내 벌하게 하는 정치적 인간의 본질적 책임일 수 있다.

미국인들에게 트럼프는 죗값을 물어야 하는 정치인이다. 반면 바이든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정치인이다. 죗값은 사법부가 결정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 무대에 올라 그에게 부과돼야 할 법적 책임을 피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을 막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길이다.

오하이오, 켄터키, 버지니아 등 최근 미국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분명 민주당 지지세는 여전하다. 그리고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39%만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 공식 지명을 찬성하고 있다. 반면 후보 교체를 바라는 민주당 지지층은 58%에 달한다. 이는 공화당의 경우 트럼프 후보 찬성 67%, 반대 29%와 정반대의 결과다.

이런 결과를 종합할 때, 바이든 대통령이 내려야 할 대승적 결단의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정말 미국 국민으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바란다면,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미국 사법 정의의 기능을 바란다면, 그리고 민주당원으로서 민주당의 승리를 바란다면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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