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4 15:08최종 업데이트 24.03.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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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22대 총선 출마자들이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심판의 최전선에서 싸우겠다는 각오로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이정민


[검증대상] "'윤석열 정권 심판' 정당 현수막은 선거법 위반" 선관위 문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가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개별 후보가 아닌 정당이 내거는 현수막에 '윤석열 정권 심판'이나 '윤석열 심판' 구호를 쓰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해석해 논란이다.


<인천투데이>는 지난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윤석열 정권 심판'을 구호로 하는 선거운동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한 문건을 작성해 각 시·군·구 선관위에 배포했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 선관위 '윤석열 정권심판' 구호 선거운동금지 문건 파문 )

'선관위 문건'에 따르면, <진보당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진보당 현수막 문구에 대해 "(정당이) '윤석열 정권 심판'과 같이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을 현수막이나 피켓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90조 및 제254조에 위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중앙선관위 의정지원안내센터가 진보당에 한 답변에도 '윤석열 정권 심판'뿐 아니라, '윤석열 심판', '윤석열 정부 심판', '정권 심판'도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이어서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돼있었다.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를 현수막 등에 사용하면 선거법 위반인지, 지난 총선에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선관위, '정권 심판' '여당 반대'로 해석... 선거 후보자만 허용
 

진보당 중앙당 질의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내센터 답변. (위) 중앙선관위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 들어간 진보당 현수막 문구에 대해 "(정당이) '윤석열 정권 심판'과 같이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을 게재하는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90조 및 제254조에 위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래) 선관위는 '윤석열 정권 심판'뿐 아니라 '윤석열 심판', '윤석열 정부 심판', '정권 심판' 등도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 진보당 제공

 
<오마이뉴스>는 12일 중앙선관위에 '윤석열 정권 심판' 문구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힌 해당 문건에 대해 질의했다. 먼저 중앙선관위는 해당 문건이 법정선거기간 개시 이전까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것으로, 개별 후보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선거법은 선거일을 120일 앞두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추천, 반대하는 길거리 현수막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의 경우 이 기간에도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허용해 길거리 현수막 게시가 가능하다. 다만 정당법 제37조(활동의 자유) 제2항에는 '정당이 특정 정당이나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함이 없이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시설물·광고 등을 이용하여 홍보하는 행위와 당원을 모집하기 위한 활동'으로 돼있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 비판은 제한된다.  

그럼 개별 후보자는 어떨까. 중앙선관위는 "'선거운동'은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활동을 말하는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예비 후보자의 경우 허위사실 공표나 비방 외에는 현수막 등에 내용상 제한이 없어 '정권 심판'이라고 써도 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당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가능한 것만 허용하는데, 정당법에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추천, 반대' 없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고 했다.

정리하면 '윤석열 정권 심판' 현수막을 정당이 내걸면 선거법 위반, 개별 후보가 내걸면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 

선관위 "지난 총선 때 '문재인 정권 심판'도 제한, 후보자는 허용"
 

"문재인 정권 심판" 내세운 서병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지난 2020년 3월 16일 미래통합당 부산시당사 대회의실에서 4.15 총선 부산진갑 출마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총선 후보자의 경우 '문재인 정권 심판' 문구를 사용할 수 있었다. ⓒ 김보성

 
또 선관위가 문제삼은 부분은 '정권 심판'인데, 이 문구가 특정 정당에 대한 반대를 금지한 정당법 위반이라고 봤다. '정권 심판'이란 문구에 현 정부뿐 아니라 집권여당까지 포함된다고 보고, '윤석열 정권 심판' 문구도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까지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중앙선관위는 <오마이뉴스>에 "오래 전부터 '정권 심판', '정권 교체' 문구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총선 때 '문재인 정권 심판'도 똑같이 운용했다"고 밝혔다. 또 "정권에는 여당도 포함된다"면서 "'정권 수호'나 '정권 재창출'도 (여당 지지 문구로 볼 수 있어) 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 후보들이 '문재인 정권 심판'이나 '문재인 심판'이 적힌 현수막이나 피켓을 사용한 데 대해서는 "(정당이 아닌) 후보자 신분이면 피켓을 이용해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면서 "지금도 후보자들이나 선거사무원은 선거운동 현수막에 '정권 심판'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거부권 통치 종식'은 '정권 아닌 대통령 비판'으로 해석

다만, 중앙선관위는 국민의힘을 포함한 정권 전체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 개인 행위에 국한한 비판은 가능하다고 봤다. 선관위 내부 문건에는 '윤석열 정권 심판'뿐 아니라 '윤석열 심판', '윤석열 검찰 독재 심판' 등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지만, '윤석열 거부권 통치 종식'은 특정 정당 반대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중앙선관위는 "('윤석열 거부권 통치 종식'은) 거부권 행사에 국한해 표현해서 (여당이 아닌)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보겠다는 것"이라면서 "'정권 교체'나 '정권 심판' 일부 문구만 제한하고 나머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선관위는 법정선거기간에는 정당도 '길거리 현수막'을 걸 수 없지만, 선거대책기구가 설치된 중앙당과 시도당 선거사무소 건물에 거는 정당 현수막에는 '정권 심판' 같은 선거운동성 내용도 허용된다고 했다.

참고로 중앙선관위는 "해당 문건은 중앙선관위가 아닌 인천광역시선관위에서 작성해 관할 지역 선관위 직원들에게 참고용으로 배포한 내부 자료"라고 덧붙였다.

선관위도 제90조 폐지 요구...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독소조항 남아  
 

안진걸 2016총선시민네트워크(이하 총선넷) 공동운영위원장이 지난 2016년 4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선관위와 경찰의 유권자단체 고발 및 수사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선거를 최대 6개월(180일) 앞두고 현수막 설치 등을 제한한 기존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중앙선관위도 그동안 국회에 이 조항 폐지를 꾸준히 요구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22년 7월 21일 제20대 총선 당시 '2016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의 낙천·낙선 운동과 관련된 헌법 소원에서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과 '문서·도화 금지' 조항인 제93조 제1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아울러 헌재는 선거기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회나 모임을 금지한 선거법 제103조 제3항도 집회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단순 위헌' 결정했다.(관련기사 : "'선거 영향주는 집회·모임 금지' 공직선거법 조항은 위헌" https://omn.kr/1zxja )

하지만 국회는 지난해 8월 30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제90조와 제93조의 경우 '선거일 전 180일'이던 금지 기간을 '선거일 전 120일'로 줄이는 데 그쳐, 위헌 소지를 남겼다. 

야당 "선관위 이중잣대"... 시민단체 "현수막 문구 논란, 국회가 자초"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 강원도청 별관에서 '민생을 행복하게, 강원의 힘!'을 주제로 열린 열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3.11 ⓒ 연합뉴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13일 <오마이뉴스>에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정권 심판론'이냐, '운동권 심판론'이냐로 맞붙고 있고, 총선이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에 '정권 심판' 구호는 당연히 쓸 수 있어야 한다"면서 "시민의 기본권인 정치 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유권자의 참정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관위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을 동일하게 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선관위 논리대로 한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인 대통령이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민생토론회'를 여는 것도 선거법 위반인데, 여기엔 일언반구 안 하고 '정권 심판'은 말도 못 꺼내게 하는 게 과연 공정한가"라고 따졌다.

오유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12일 <오마이뉴스>에 "공직선거법 제90조에 '누구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독소조항 때문에 현수막 문구 등을 선관위 판단과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선관위는 그동안 유권자가 (정부나 정당, 후보자 등을) 비판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 조항을 해석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는 이 조항이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었는데, 국회는 '누구든지'와 기간, 목적 규정 등은 없애지 않고, 기간만 180일에서 120일로 줄였다"면서 "결과적으로 이 법이 갖는 (위헌) 문제는 그대로 남았기 때문에 (정당 현수막 문구 논란도) 국회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선관위 잣대도 문제지만, 지역 선관위별로 해석이 다른 것도 문제"라면서 "'윤석열 탄핵'은 안 되는데 '윤석열 끝장'은 된다는 식으로 건건이 해석하다보니, 일률적인 잣대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는 12일 "선관위도 헌재 결정 취지에 공감해 일반 유권자도 어깨띠, 소품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선거기간에도 25인 이하 집회는 허용하는 등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선거법을 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선관위 해석 일관성 논란에 대해서는 "지역선관위에서 판단하고 중앙선관위에 보고돼 (전국적으로) 통일되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 정당 현수막은 선거법 위반이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판정안함
  • 주장일
    2024.03.11
  • 출처
    인천투데이, '선관위 ‘윤석열 정권심판’ 구호 선거운동금지 문건 파문'출처링크
  • 근거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과, 오마이뉴스 질의 답변(2024.3.12.)자료링크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제1항(국가법령정보센터)자료링크 정당법 제37조(활동의 자유) 제2항(국가법령정보센터)자료링크 헌법재판소 결정문,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2018헌바357 등, 2022. 7. 21.)자료링크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 오마이뉴스 인터뷰(2024.3.13.)자료링크 오유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오마이뉴스 인터뷰(2024.3.12.)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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