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클랩턴(Eric Clapton),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조지 해리슨(Harrison), 스티브 윈우드(Steve Winwood). 한 시대를 풍미한 아티스트들이다. 이들과 공통으로 엮인 인물이 있다. 데이브 메이슨(​Dave Mason)이다.

메이슨은 싱어송라이터이며 뛰어난 기타리스트다. 최고의 기타 주자인 에릭 클랩턴이나 지미 헨드릭스, 조지 해리슨이 음반을 만들 때나 공연할 때 메이슨을 기타 주자로 초빙했다. 그가 성미를 조금만 죽였더라면, 이들 반열의 바로 뒤에 서 있을 수도 있었다.

메이슨은 영국 우스터 시 출신이다. 10대 때 프로 연주자의 길을 걷는다. 15살 때 딥 필링(The Deep Feeling)과 헬리언스(The Hellions)라는 밴드를 만들었다. 16살 때에는 스펜서 데이비스 그룹(the Spencer Davis Group) 로드 매니저가 됐다. 이때 보컬과 키보드를 맡은 스티브 윈우드를 만났다. 메이슨은 매니저에 그치지 않고 밴드와 함께 연주하고 코러스도 담당했다.

메이슨은 지미 헨드릭스 친구였다. 밥 딜런 노래 '올 얼롱 더 와치타워(All Along the Watchtower)'를 둘이 함께 듣고 반했다. 지미 헨드릭스는 1968년에 나온 명반 <일렉트릭 레이디랜드(Electric Ladyland)>에 이 곡을 수록했다. 이때 12줄짜리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한 이가 메이슨이다.

메이슨은 18살 때 윈우드, 드럼 주자 짐 캐펄디(Jim Capaldi), 플루트 연주자 크리스 우드(Chris Wood)와 밴드를 만들었다. 그게 전설적인 블루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트래픽(Traffic)이다.

메이슨이 쓴 곡 '홀 인 마이 슈(Hole in My Shoe)'가 영국 차트 2위에 올랐다. Traffic의 데뷔 음반 <미스터 판타지(Mr. Fantasy)>가 발매됐지만, 메이슨은 팀을 떠났다. 다시 팀에 들어가 2집 <트래픽>에 수록된 '필링 올 라이트(Feelin' Alright?)'를 그가 썼다. 이 곡은 첫 번째 싱글 커트됐다. 이 곡은 메이슨을 대표하는 곡이 됐고, 공연장에서 꼭 불렀다. 조 카커(Joe Cocker),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Grand Funk Railroad), 프레디 킹(Freddie King), 잭슨5(the Jackson 5), 콜드플레이(Coldplay)도 이 곡을 커버했다.

트래픽 가입과 탈퇴 반복한 메이슨

메이슨은 멤버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트래픽에 가입과 탈퇴를 반복했다. 음악 성향에서 차이가 났다. 메이슨은 록과 팝을 선호했다. 스티브 윈우드나 짐 캐펄디는 사이키델릭과 재즈적 요소에 경도됐다.

작곡 방식도 천양지차였다. 다른 멤버들은 주요 멜로디나 테마가 나오면 공동 작업을 했다. 메이슨은 완성된 곡을 들고 왔다. 다른 멤버에게 어떻게 연주할지를 물었다. 그럴 땐 멤버들은 밴드의 구성원이 아니라 세션맨처럼 느꼈다. 자연히 사이가 틀어졌다.

트래픽을 탈퇴한 메이슨은 1969년 미국으로 건너가 들래니 & 보니 & 프렌즈(Delaney & Bonnie & Friends)에 가입했다. 에릭 클랩턴이 이들과 함께 했다. 메이슨은 솔로 활동을 하면서 에릭 클랩턴의 밴드 데릭 & 더 도미노스(Derek and the Dominos)에서 세컨드 기타를 쳤다. 비틀스 기타리스트였던 조지 해리슨의 명반 <올 팅스 머스트 패스(All Things Must Pass)>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그들과도 오래 일하지 않았다. 음악적 견해 차가 생길 때마다 타협보다는 자긍심이 메이슨을 지배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다른 아티스트들과 협업은 계속됐다. 연주력과 프로듀싱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면면을 보면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 데이비드 크로스비 & 그래엄 내쉬(David Crosby & Graham Nash) 등이다.

그의 첫 솔로 음반이 바로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다. 1970년 발매된 이 음반에는 메이슨 음악의 고갱이가 들어있다. 팝록, 포크록, 프로그레시브 록 등 메뉴가 다채롭다. 뛰어난 기타리스트답게 모든 곡에서 기타 연주는 일품이다. 24살짜리가 낸 음반은 평생을 록과 씨름한 아티스트 같은 풍취가 배어있다.
 
Dave Mason 솔로 데뷔 음반 Alone Together 앞면 커버 데이브 메이슨의 솔로 데뷔 음반 얼론 투게더 앞면 커버

▲ Dave Mason 솔로 데뷔 음반 Alone Together 앞면 커버 데이브 메이슨의 솔로 데뷔 음반 얼론 투게더 앞면 커버 ⓒ 최우규

 
첫 곡 '온리 유 노우 앤드 아이 노우(Only You Know and I Know)'는 친근한 멜로디에 비범한 기타 연주가 부조화한 조화를 만든다. 이는 들래니 & 보니도 불러 빌보드 20위에 올랐다. 가스펠 같은 '웨이팅 온 유(Waitin' on You)'에서는 코러스가 화려하다. '슈튼트 해브 툭 모 댄 유 게이브(Shouldn't Have Took More Than You Gave)'는 메이슨이 당시 몸담은 트래픽 냄새가 짙다. 와우와우 페달을 이용한 강렬한 기타 연주와 타이트한 드러밍이 귀에 꽂힌다. 메이슨의 기타 연주가 진가를 발휘하는 곡이다.

B면 첫 곡 '월드 인 체인지(World in Changes)'는 메이슨 대표곡이다. 친근한 멜로디에 화려한 오르간과 기타 연주가 경쟁하듯 오고 간다. 순한 맛 크림(Cream, 에릭 클랩턴이 몸담았던 사이키델릭 록 밴드) 곡 같다. 마지막 곡 '룩 앳 유 룩 앳 미(Look at You Look at Me)'도 비슷한 느낌이다. 묵직한 기타 솔로가 빛나는 이 곡은 크림이나 지미 헨드릭스 음반에 실렸어도 이질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데이브 메이슨의 솔로 데뷔 음반 얼론 투게더 뒷면 커버 데이브 메이슨의 솔로 데뷔 음반 얼론 투게더 뒷면 커버에는 메이슨의 20대 얼굴이 담겨 있다.

▲ 데이브 메이슨의 솔로 데뷔 음반 얼론 투게더 뒷면 커버 데이브 메이슨의 솔로 데뷔 음반 얼론 투게더 뒷면 커버에는 메이슨의 20대 얼굴이 담겨 있다. ⓒ 최우규

 
우연히 맞닥뜨린 이 음반 때문에 메이슨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 뒤로 6장을 모았고, 트래픽 음반도 더 자주 듣게 됐다.

그의 연주를 들으며 그의 인생을 되짚어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확고한 자기 철학을 고수하며 세상과 불화한 아티스트의 전형. 실력이 없으면 그냥 '똥고집쟁이'에 불과하다.

다행히 메이슨은 작·편곡과 연주, 노래가 모두 되는 만능 플레이어다. 메이슨은 2004년 트래픽 멤버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지금도 1년에 100번 정도 공연을 할 정도로, 영미권에서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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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기자로 23년 일했다.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 연설기획비서관을 했다. 음반과 책을 모으다가 시간, 돈, 공간 등 역부족을 깨닫는 중이다. 2023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룬 책 <대통령의 마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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