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 풀풀 풍기는 컨트리록, 깔끔하고 조명이 잘 된 카페에서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청중을 위로하는 포크, 수천 명의 관중을 흥분시키며 떼창을 유도하는 개러지·그런지·하드록. 이걸 혼자 다 한다고?
 
그런 사람이 있다.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닐 영(Neil Young)이다.
 
포크 혹은 포크록을 좋아하는 이들은 닐 영의 '하트 오브 골드(Heart of Gold), 올드 맨(Old Man), 헬플레스(Helpless)'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지·하드록을 좋아한다면 '다운 바이 더 리버(Down by the River), 록킹 인 더 프리 월드(Rockin' in the Free World)'로, 드물지만 컨트리록을 좋아한다면 '플라잉 온 더 그라운드 이스 롱(Flying on the Ground Is Wrong), 익스펙팅 투 플라이(Expecting to Fly)'에 마음이 갈 것이다.
  
 닐 영(Neil Young)

닐 영(Neil Young) ⓒ Reprice Record

 
새된 테너 보컬, 강렬하지만 왠지 머뭇거리는 듯한 기타 연주, 묵직한 리듬 파트, 아름다움과 불안함을 동시에 머금은 멜로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날선 비판을 담은 가사. 닐 영의 음악 세계다.

그의 음색은 독특하지만, 첫 청음에 사로잡힐 만큼 매혹적이지는 않다. 징징거리는 듯하고 음정은 아슬아슬하게 불안하다. 대신 그에겐 강력한 두 가지 무기가 있다. 창의성과 독창성이다. 거의 모든 음반에서 새로움을 선보인다. 듣기만 해도 "닐 영 노래네"라고 알 수 있다. 아티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특질을 갖춘 셈이다.
 
영은 1945년 캐나다 토론토 출신이다. 어린 시절 영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척 베리, 제리 리 루이스, 벤처스 등 로큰롤과 리듬 & 블루스, 컨트리 음악에 매료된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196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면서다. 스티븐 스틸스(Stephen Stills), 리치 푸레이(Richie Furay) 등을 만나 컨트리, 포크록 밴드 버펄로 스프링필드(Buffalo Springfield)를 결성한다.
 
버펄로 스프링필드는 당대 최고의 밴드로 우뚝 섰지만,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1968년 영은 밴드를 그만두고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1969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데뷔 음반 <닐 영>을 발매했다. 당시 몸담았던 로컬 밴드 로키츠(the Rockets)를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로 개명하면서, 영의 질주가 시작된다.
 
데이비드 크로스비(David Crosby), 스티븐 스틸스(Stephen Stills), 그레이엄 내쉬(Graham Nash)가 만든 3인조 포크록 그룹 크로스비, 스틸스 & 내쉬의 연주자 제의를 받았다. 그는 아예 멤버로 합류,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 영(CSN&Y)을 결성해 명반 <데자 부(Déjà Vu)>를 냈다. 1972년에는 <하베스트(Harvest)> 음반을 발매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좋은 날만 이어지지 않는다. 크레이지 호스 기타리스트 대니 휘튼(Danny Whitten)이 마약 중독으로 숨지고 로드 매니저도 목숨을 잃었다. 함께 살던 여배우 캐리 스노드그레스와 파경을 맞았다. 그런데도 이 시기에 영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다. 음반 <투나잇츠 더 나이트(Tonight's the Night)>을 냈고 백밴드 크레이지 호스를 정비해 하드록에 기운 <주마(Zuma)>를 냈다.
  
Neil Young Zuma 캐나다 출신 가수 닐 영의 7번째 음반 <주마(Zuma)> 앞면.

▲ Neil Young Zuma 캐나다 출신 가수 닐 영의 7번째 음반 <주마(Zuma)> 앞면. ⓒ 최우규


<주마>는 영의 7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그가 섭렵한 음악의 집대성이다. 어쿠스틱한 포크, 원초적 컨트리록, 하드·그런지록까지.
 
첫 곡 '도운트 크라이 노 티어스(Don't Cry No Tears)'는 정겨운 기타와 영의 징징거리는 듯한 코맹맹이 노래로 시작한다. 두 번째 곡 '데인저 버드(Danger Bird)'는 누가 들어도 펑크 록이다. 허무하면서도 단순한 코드 몇 개로 진행해 나간다. '룩킨 포 어 러브(Lookin' for a Love)'는 상큼한 컨트리 록 넘버이다. 듣다 보면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 고운 님 함께 집에 오는데'라는 김세환 노래가 연상된다. '바스툴 블루스(Barstool Blues)'는 블루스 곡 같지만, 두툼한 질감의 록 넘버.
 
'드라이브 백(Drive Back)'은 B면 두 번째 곡이다. 강렬한 기타 리프로 나오는 그런지 록의 대부 같은 곡이다. 왜 펄 잼(Pearl Jam)이 닐 영과 협업했는지를 보여준다.
 
세 번째가 바로 대망의 곡 '코르테스 더 킬러(Cortez the Killer)'다. 기타의 묵직한 리프가 이끄는 이 블루스는 7분 30초 짜리다. 이 곡은 음악 전문지 <기타 월드>가 선정한 역대 가장 위대한 기타 솔로 곡 39위에 올랐다.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와 아즈텍 황제 몬테주마(Montezuma) 2세 이야기다. 영이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접하고 가사로 써놓았던 것을 뒤늦게 노래로 만들었다. 코르테스는 아즈텍에 새로운 문명을 전달했으면서, 동시에 원주민을 살해하고 문명을 파괴했다. 영웅 혹은 우상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Neil Young <Zuma> 캐나다 출신 록 아티스트 닐 영의 일곱번째 스튜디오 음반 <주마(Zuma)> 뒷면 커버.

▲ Neil Young 캐나다 출신 록 아티스트 닐 영의 일곱번째 스튜디오 음반 <주마(Zuma)> 뒷면 커버. ⓒ 최우규

 
영은 일렉트릭과 어쿠스틱, 하드록과 컨트리록, 포크록, 공연장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녹슬지 않는 솜씨를 선보인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음반만 120장이다. 2023년에도 크레이지 호스의 후신인 몰리나, 탤봇, 로프그렌 & 영(Molina, Talbot, Lofgren & Young)의 이름으로 음반 <올 로즈 리드 홈(All Roads Lead Home)>을 냈다.
 
앞서 밝힌 것처럼 그는 그런지 록의 대부로 불렸다. 또 밴드 소닉 유스(Sonic Youth)는 영을 얼터너티브 록의 아버지라고 고백한 바 있다. 금맥을 찾더라도 제자리에 머물지 않는, 기존 성공에 기대지 않고 야누스 같은 모습을 보여준 이가 닐 영이다. 그는 포크록의 선반에만 놓여서는 안 되는, 더 많은 추종자를 거느려야 마땅한 예술가다.
B메이저AZ록 NEILYOUNG 닐영 ZUMA 최우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간지 기자로 23년 일했다.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 연설기획비서관을 했다. 음반과 책을 모으다가 시간, 돈, 공간 등 역부족을 깨닫는 중이다. 2023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룬 책 <대통령의 마음>을 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