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사직하기로 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대란은 시간문제. 정부와 의료계는 모두 환자를 위해 이러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말 환자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 12일 MBC < PD수첩 >에서는 '지금 우리 병원은-의대 증원 2000명과 사라진 의사들' 편이 방송됐다. 부산의 말기 암 환자 보호자인 김재환(가명)씨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의료계와 정부의 주장, 환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3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유성은 PD를 만났다.

다음은 유 PD와 나눈 일문일답.
 
 MBC <PD수첩> 예고의 한 장면

MBC 예고의 한 장면 ⓒ MBC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오랜만에 < PD수첩 >에 돌아온 거라 엄청 긴장했어요. 예전에도 < PD수첩 >은 굉장히 밀도가 높은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PD 개인에게 주어지는 책임감 등이 굉장히 많은 프로그램이어서 엄청 긴장하곤 했죠. 근데 아쉬움은 많이 남는 방송이었습니다."

- 어떤 아쉬움인가요?
"이번 방송 통해서 목표로 삼았던 건 지금 의료계와 정부 간에 벌어지는 갈등 양상을 있는 그대로 환자들의 시각으로 보여주자는 거였어요. 그래야 대화하더라도 서로 더 원만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또 그게 바로 본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것들을 하고 싶었는데 제 취재가 부족했었던 부분도 있었고요. 또 사실 의료계 이야기다 보니 너무 어려웠어요. (설명을 잘 했어야 하는데) 프로그램적으로 설명도 많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아쉬움이 남는 프로그램이었어요."

- 의사 증원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평소 관심이 있었던 아이템은 아니에요. 근데 이런 프로그램을 맡은 PD로서의 소신 중의 하나는 결국 제가 아이템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아이템이 저를 찾아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제가 해야 되는 방송 시기하고도 잘 맞기도 했고 이게 워낙 사회적으로 굉장히 뜨거운 이슈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전혀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대치 상황만 계속됐기에 < PD수첩 >이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언론으로서 역할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취재하기 전에 의사 증원 문제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저도 자녀가 있으니까요. 의료 서비스 이용자로서 '왜 이렇게 소아과들은 항상 바쁠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이렇게나 병원 운영이 잘 되는 것 같은데 왜 돈을 못 번다고 하지' 그리고 '왜 대학병원에 가면 항상 사람들이 많을까', '왜 예약하고 가도 항상 대기해야 될까' 등 이용자의 시각에서 단순하게 문제를 봤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아이템 취재하면서 저도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부산의 말기 암 환자 보호자인 김재환(가명)씨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구성하셨어요?
"이 프로그램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그 부분이 되게 아쉬웠거든요. 의료에 대해서 개혁해야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정부도 그렇고 의료계도 그렇고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안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의료 서비스의 가장 약자는 정부도 아니고 의사들도 아니고 환자들이잖아요. 때문에 지금 논란이 되는 의대 증원 문제 그리고 의료계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환자의 생각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 지금 상황을 정부와 의료계의 자존심 대결로 볼 수 있을까요?
"이미 의료 공백이 생긴 지 3주가 넘었고 환자들은 병원을 기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죠. 사실 환자들을 진짜로 생각한다면 이런 강대강 대치를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의협 쪽의 중요 직책을 담당하시는 임원진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정부의 하는 걸 보면 감정싸움 느낌이 들더라고요."

- 지금 종합병원들은 어떤 상태인가요?
" 현재 2차 종합병원 같은 경우 많이 바빠졌지만 3차 종합병원은 의외로 되게 한산해요. 전공의가 없어서 환자분들의 진료 예약이나 수술 예약이 취소되고 입원 환자분들도 다 나가다 보니 오히려 한산해요. 2차 종합병원들 같은 경우 3차 병원에 가시던 분들이 2차 병원으로 몰리니까 더 붐비는 상황이 된 거죠. 근데 3차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분들은 너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고 시한폭탄을 들고 있는 느낌이라며 불안해 하시더라고요."

- 언젠가는 이게 터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겠죠?
"맞아요. 왜냐하면 간호사분들이 의사 선생님 없이 버틸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고 전공의나 인턴들이 하던 역할이 분명 있잖아요. 그 역할들을 누군가가 해줘야 이게 제대로 돌아가는 거죠. 그것을 이제까지는 임상 교수분들이나 펠로우 분들이 책임지고 해주셨던 건데 그분들으 체력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것들이 임계치에 다다르면 언젠가 터져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 암 환자의 수술이 미뤄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제가 취재했었던 환자분들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그분들은 되게 조마조마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세요. (암이) 전이되거나 더 악화될 수 있는 거니 수술이 미뤄지면 단순히 (수술 날짜가) 미뤄지는 게 아니라 내가 살 수 있는 날이 줄어드는 거잖아요. 그래서 환자분들은 수술이 미뤄지는 것에 대해 엄청 절망적으로 받아들이고 계셨어요."

- 이성희(가명) 같은 경우 사직한 게 밥그릇 때문이라고 했는데, 좀 충격적이더라고요. 
"맞아요. 이성희씨 같은 경우 저도 놀라웠기는 했어요. 근데 모든 의사들이 다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찌 됐든 본인이 목표로 하는 것이 다른 거죠."

- 환자에 대한 미안함도 있을 것 같은데. 
"(전공의들이) 미안함은 다들 가지고 계셨죠. 다만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방식 그리고 해결하는 방식, 협의점을 찾아가는 방식에 있어서 과격한 수단을 써야 될 필요성을 더 많이 느낀 듯 했어요. 어떤 이유에서도 환자들을 떠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수단이 될 수 있는지 고민이 더 필요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그분들은 왜 지금의 이 사직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일지 궁금했어요. 70% 이상의 전공의들이 일괄적, 일방적으로 소위 '개인적인' 선택이라는 명분 하에 사직하는 이 상황의 부조리함이 있거든요. 전공의 분들은 지속적으로 '절망'을 이유로 들고 있었습니다. 

- 정부와 의사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을까요?
"저도 그 지점이 되게 우려스러웠어요. 왜냐하면 취재하면 할수록 양쪽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강경하시고요. 그래서 사실 생각보다 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하기 전에 의료계와 대화하고 의료계를 설득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의사들이 주장하는 게 그런 거더라고요. 근데 정부는 또 아니라고 주장을 하는 거예요. 2021년 파업 이후에 생긴 협의체가 있어요. 그래서 그 협의체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쳤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데요. 사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라도 대화를 하자'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에요."

- 결국 지방과 일부 기피 과에 있어서 의사수 부족이 문제잖아요. 정원을 늘리는 것에 앞서 이 부분 해결이 선행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실제로 정부가 기피 과에 사람이 없는 게 문제고 지역 의료가 붕괴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의식은 가지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그런 문제가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부분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에 있어 이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큰 그림이 안 보인다는 거였어요."

"환자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유성은 PD

유성은 PD ⓒ 이영광

 
 - 일본 취재도 하셨잖아요. 일본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일본은 의사들을 선발할 때 지역에서 일할 의사들을 선발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도도부현이라는 지자체가 자기들의 의사 수, 지역의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을 절감하고 이미 1970년대에 자치 의대를 설립해서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선발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왜냐하면 일본은 고령화 등으로 인한 지역 붕괴를 우리보다 몇십 년 앞서 겪었던 나라잖아요. 그래서 일본이 고민했던 지점을 우리도 쫓아가 보고 그들의 대책을 복기해 보면 좋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일본을 취재한 이유지요. 우리 나라가 예를 들어 지역 인재 활용을 통한 의대 배정 등 중앙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쏘는 시스템이라면 일본에서는 밑에서부터 각 지방자치단체가 부족한 의사 수를 파악하고 대학을 설립하고 의사를 충원하는 시스템인거죠. 놀라웠어요."

- 결국 정부와 의료계 싸움에 피해 보는 건 환자인 거 같아요.
"처음에 나오신 김재환씨(가명) 같은 경우는 인터뷰 말미에 '미운것도 의사지만 결국 고마운 것도 의사'라고 하셨어요. 아프신 분들은 결국 환자를 치료해주는 사람은 의사이기 때문에 찾아갔을 때 받아준 의료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더라는 거죠. 이 말이 갖는 의미가 저는 의료계 현장에서 의사들의 위치를 잘 표현한 것이라 생각해요. 환자는 정말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아이러니한 점은 의료계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결국 이런 정책을 실행하거나 반대함에 있어서 명분을 다 환자로 삼더라고요. 근데 제가 느낀 바로는 그 누구도 진정 환자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어쨌든 병원에서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둘 다 한번 보시고 대화해서 협의점을 꼭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취재했는데 방송에 못 담은 게 있다면.
"방송에 꼭 담고 싶었던 부분들 중의 하나는 공공의료에 관련된 부분이었어요. 왜냐하면 어찌 됐든 현재 정부에서도 대책이라고 내놓는 게 평소에는 등한시하다가 위기 순간에 공공병원이 나서서 뭔가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는 거잖아요. 근데 코로나 상황을 겪어오면서 공공의료의 환경이 더 열약해진 상황이거든요. 이런 응급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하는 역할들을 재조명해 주고 싶었고 그걸 통해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서비스 현장이 너무나 많이 위축되어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대로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도요."
유성은 PD수첩 의사증원 전공의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