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11 15:44최종 업데이트 23.06.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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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호수와 산, 삼악산 자전거 도로 쪽에서 바라본 의암호 풍경. ⓒ 성낙선

 
'춘천'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와 단어들이 있다. 호반의 도시, 청춘, 낭만, 그리고 막국수, 닭갈비, 소양강, 의암호, 남이섬, 강촌 등등. 그중에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의암호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의암호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의암호 자전거도로는 국내에서 아름다운 자전거도로 중 하나로 꼽힌다.

자전거를 타고 맨 처음 의암호를 한 바퀴 돌았을 때 받은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의암호 자전거도로가 지나가는 길 위로 공지천 유원지와 삼악산, 상상마당, 애니메이션 박물관, 육림랜드 등이 걸쳐 있다. 호수 안쪽으로는 중도와 붕어섬 같은 하중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산과 섬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풍경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보는 각도가 바뀔 때마다 풍경도 달라진다. 호수는 잔잔한데, 정작 자전거를 타고 그 호수 둘레를 도는 사람들의 심장은 심하게 출렁인다.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의암호 자전거도로를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은 이 감동을 절대 잊지 못한다. 그래서 어쩌다 춘천에 가게 되면, 으레 의암호 자전거도로를 한 바퀴 돌곤 한다.
 

춘천 의암호 자전거 도로. ⓒ 성낙선

 

춘천 의암호 자전거 도로. ⓒ 성낙선


잔잔한 호수, 요동치는 감동

지난 3일 춘천을 다녀왔다. 그 전날, 폭풍 검색을 했다. 춘천에서 자전거를 빌려 탈 생각이었다. 춘천에서 대여용 자전거를 이용해 여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춘천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거나, 아예 서울에서 춘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곤 했다. 다 힘이 남아돌 때 얘기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그 '짓'을 하는 데도 꾀가 날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다른 지역에 갈 때마다, 그 지역에서 운영하는 공영 자전거에 눈독을 들이곤 한다. 춘천에는 공영 자전거가 없다. 대안으로 할 수 없이 자전거대여소를 찾아봤다. 그렇게 해서 남춘천역 근처에서 쓸 만한 대여소 한 군데를 찾아냈다.
 

공지천 자전거 도로 풍경. ⓒ 성낙선

 
그곳에서 자전거를 빌려서는 바로 공지천 자전거도로로 진입했다. 이 도로가 의암호 자전거도로로 이어진다. 한창 꽃이 필 시기여서 공지천 자전거도로 주변 풍경이 눈부셨다. 춘천을 다녀간 지 꽤 되는데, 그 사이 춘천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공지천유원지 주변으로 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이 높이 솟아 있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그런 변화도 중도에 '레고랜드'가 들어서고, 삼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의암호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보면, 레고랜드와 삼악산 케이블카가 눈에 들어왔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 두 가지 사물이 의암호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그만큼 의암호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전거 도로 위에서 바라본 삼악산호수케이블카. ⓒ 성낙선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암호 인어동상 ⓒ 성낙선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풍경들

하지만 이날 자전거 여행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하늘에 있었다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의암호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하늘은 예전에 보지 못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모양의 구름들이 떠다녔다.

하얀 구름이 푸른 산과 검푸른 강물 위를 떠다니는 모습이 구도가 잘 잡힌 풍경화 한 폭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하늘과 땅을 화폭으로 삼은 그 거대한 풍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의암호를 수없이 오고 갔지만, 이날처럼 다채롭고 아름다운 광경은 또 처음이다.
 

의암호 위에 떠 있는 하얀 구름. ⓒ 성낙선

 

호수 위를 지나가는 자전거 도로. ⓒ 성낙선


그 풍경을 오래도록 감상하고 싶어,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아보지만 기계와 인간의 힘을 합친 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 같은 광경은 '이때'가 아니고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이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전거도로 위에서 얼마나 자주 쉬어갔는지 모른다.

애니메이션 박물관 뒤를 지나가는 자전거도로에서는 박물관 건물 위로 떠가는 토끼 구름 한 점을 발견했다.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세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러고 나서, 가로로 사진을 찍기 위해 다시 구도를 잡는 사이, 토끼 구름이 형체를 잃고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지 몇 초가 지났을 뿐인데 토끼 구름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이런 경험은 좀처럼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 짧은 시간, 하늘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난 느낌이었다. 이런 풍경을 보고 나면, 다음에는 이 길 위에서 또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기대를 품게 된다.
 

애니메이션 박물관 위에 떠 있는 토끼 구름. ⓒ 성낙선

 
의암호를 돌 땐, 시계 방향으로

의암호 자전거 여행은 대개 공지천유원지에서 시작한다. 공지천유원지는 긴 여행에 앞서 호흡을 가다듬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 편의점과 카페, 식당, 자전거대여소 등이 있다.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기서 음료수나 간단한 먹을거리를 보충할 수도 있다.

의암호에서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시계 방향으로 도는 걸 권한다. 개인적으로 시계 반대 방향보다 시계 방향으로 돌 때 보게 되는 의암호 풍경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시계 방향으로 돌 때, 호수 풍경이 더 폭넓게 눈에 들어온다는 이점도 있다.
 

의암호 연꽃밭. 하얀 수련이 피어 있다. ⓒ 성낙선

호수 위를 지나가는 자전거 도로. ⓒ 성낙선


의암호 자전거도로는 호숫가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어, 길은 찾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자전거도로가 거의 다 물가에 바투 붙어 있다. 의암호 자전거도로는 도로 표시가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땐 무조건 물가로 접근하는 길은 찾아가면 된다. 예전에 중도 선착장이 있던 곳에 새로 자전거도로가 추가됐다.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다른 자전거도로와 마찬가지로 의암호 자전거도로도 끊임없이 개보수가 이뤄지고 있다. 의암호 자전거도로는 특히 여름철에 큰비가 내릴 때마다 도로 일부가 무너지는 일을 겪곤 한다. 여름을 앞두고 일부 구간에서 자전거도로 기반을 강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감자밭 옆을 지나가는 자전거 도로. ⓒ 성낙선

 

춘천의 놀이동산인 육림랜드 옆을 지나가는 자전거도로. ⓒ 성낙선


춘천에서 자전거 빌려 타는 법

춘천에서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은 대략 공지천유원지, 춘천역 광장, 남춘천역 근처 등 세 곳이다. 공지천 자전거대여점은 바로 자전거도로로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춘천역은 역에서 내리자마자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춘천역에서 내릴 경우엔 자전거대여점까지 조금 멀리 걸어가야 한다. 대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의암호 자전거 도로 옆, 인도교 위에서 바라본 하늘. ⓒ 성낙선


자전거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탈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헬멧이나 장갑은 직접 가져가는 게 좋다. 헬멧을 빌려주는 곳도 있다. 하지만 평소 내가 쓰던 것만은 못하다. 자전거를 선택할 때는 내 몸에 맞는 크기의 자전거를 골라야 한다. 자전거 프레임이 너무 크거나 작은 걸 고르면, 몸이 고생한다.

그리고 브레이크와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한다. 여러 사람이 돌려 쓰는 자전거들이다 보니, 간혹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먼 길을 가는데 정비가 부실하면 곤혹스러운 일을 겪기 십상이다. 의암호 둘레를 도는 자전거도로는 전체 길이가 약 30km다.

의암호 자전거도로는 경사가 그다지 많지 않다. 대체로 평지에 가깝다. 의암호 자전거도로에서는 어린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가족 단위 여행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여행 난이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한 번 보면 잘 잊히지 않은 중독성 강한 풍경 때문에, 의암호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여행에 취미를 붙이기 좋은 곳이다.
 

소양2교, 소양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 ⓒ 성낙선

 

중도 레고랜드로 들어가는 길, 춘천대교.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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