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18 19:16최종 업데이트 23.12.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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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편집자말]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30% 이상, 에너지 및 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의 40%가 건물 및 건설 부문에서 발생한다.[1] 기업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건축자재보다는 건물 운영 측면의 감소 전략에 집중했다. 건물 설계, 단열, 냉난방을 위한 패시브솔루션, 가전제품 및 시스템 개선, 유지관리 등 특히 운영에너지 효율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2]

건축물 전과정 탄소배출은 운영탄소(Operation carbon)배출과 내재탄소(Embodied carbon)배출로 구분되며[3] '운영' 대 '내재'의 비율이 약 3:1로 운영 부문 비중이 훨씬 높지만 건물 및 건설 부문 탄소중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재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내재탄소 최소화가 필수적이다.

제27차 기후당사국총회(COP27)에서 발표한 '2022년 건물 및 건설 부문 글로벌 현황 보고서(Building GSR)'에 따르면 2021년 건물 및 건설 산업의 '건축자재'와 관련한 에너지 사용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5%(콘크리트·철강·알루미늄 4%, 유리·벽돌 등 기타 1%)에 이르고 CO2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9%(콘크리트·철강·알루미늄 6%, 벽돌·유리 등 기타 3%)를 차지한다.[4]
  
저탄소 미래를 위한 자재효율성 전략

유엔환경계획(UNEP)의 국제자원패널(IRP, International Resource Panel)이 2020년 발간한 "자원효율성과 기후변화: 저탄소 미래를 위한 자재효율성 전략" 보고서는, G7 국가만이라도 주거용 건물 부문에서 이 보고서가 제시한 재활용 자재 사용 등을 포함한 '자재 효율성 전략'을 따른다면 전 세계 주거용 건물 부문의 자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2016년 대비 80~10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자재효율성 전략'은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리모델링,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 건축자재 재활용 등의 '건물의 전수명주기를 고려한 전략'으로 건물운영의 에너지 비효율성을 상쇄할 수 있다.[5]

전 세계 건축 원자재 수요는 206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하며 건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에 지속가능한 건축자재와 설계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6]

오늘날 사용되는 건축자재의 40%는 이런저런 위험성을 갖고 있다.[7] 건물에 들어가는 석면, 납, 수은, 폴리염화바이페닐(PCB), 염화불화탄소 및 방사성 물질과 같은 건설 자재는 환경과 인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물질은 건설 노동자의 위험 노출, 주민 건강, 건물 오염, 폐기물 등 인간과 환경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을 갖고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8]

쌀에서 친환경 건축자재의 답을 찾다 
 

'라이스하우스'의 공동창립자 COO 알레시오(좌)와 CEO 티지아나 ⓒ 라이스하우스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 건축 원료를 '쌀'에서 찾은 회사가 있다. '라이스하우스(RiceHouse Benefit Corp.)'는 쌀 생산 부산물인 볏짚과 왕겨를 원료로 만든 100% 천연 건축 자재를 개발했다. 이탈리아 건축가인 티지아나 몬테리시는 지질학자인 알레시오 콜롬보와 혁신 기술 연구를 통해 전통적 건축자재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속가능한 자재를 만들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목표로 2016년 회사를 설립했다. 이탈리아 송전시스템 운영회사인 터나(Terna S.P.A.)와 파트너십을 맺고 순환경제발전 프로젝트 지원을 받았다.[9]  

그들은 회사를 설립하기 이전부터 전통적인 건축 재료인 석회 혹은 점토를 연구해 왔다. 석회는 건축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료 중 하나이고 물에 강하며 내구성이 뛰어나다. 점토는 오랜 세월 동안 5개 대륙 모두에서 전통 건축에 사용됐으며 왕겨와 볏짚은 18세기 이탈리아 전통 농촌 주택에서 단열재로 썼다. 이러한 전통 재료를 연구한 끝에, 습기와 화재에 내성이 높은 물질인 '실리카'가 벼에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이스하우스가 이탈리아 쌀의 90%가 생산되는 지역인 이탈리아 비엘라에 둥지를 튼 것은 운명이었다. 그들은 대도시인 토리노와 밀라노에서 100km나 떨어진 곳에서 살면서 주변 환경과 생태계의 잠재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매년 논 1헥타르당 쌀 7톤과 볏짚과 왕겨 등 폐기물 10톤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쌀 수확이 이루어지는 매년 가을에 쌀 부산물을 없애느라 논이 불타 CO2가 생성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Problem)'를 '가치(Value)'의 원천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이탈리아 비엘라 지역의 논을 태우는 모습 ⓒ 라이스하우스

 
볏짚은 우리에게 친근한 재료이다. 볏짚을 이용한 자연주의 건축공법으로 스트로베일하우스(Strawbale House)'가 있다. 스트로베일하우스는 1870년대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농부들이 발명한 건축공법이다. 소먹이로 만들어 놓은 압축사각밀짚(사각베일)을 벽돌처럼 쌓아 올려서 벽을 만들고, 그 위에 지붕을 올려 그 무게로 압축한 후, 볏짚 벽 양면에 흙 미장을 하는 공법이다. 사각베일은 보통 가로x세로x높이가 80x49x35cm정도에 무게가 20kg 이상 나간다. 스트로베일은 천연적인 건강한 소재로 뛰어난 습도조절 능력, 탈취력, 방음력, 단열 성능에 안정성이 뛰어나고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단 20% 이하 습도의 볏짚만 스트로베일하우스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10][11] 

라이스하우스는 볏짚뿐 아니라 쌀겨 등 쌀 생산 부산물과 천연석회 등 100% 친환경 천연 재료를 원료로 단열재 외 다양한 건축 자재를 만든다. 라이스하우스가 내놓은 건축자재 모델인 RH시리즈는 단열용 식물재료, 볏짚 단열 패널, 왕겨 천연석회를 기본으로 한 베이스플라스터, 바닥재, 마감재, 데크용 시스템, 왕겨 블록 등이 있다.

라이스하우스의 순환경제 비전
 

라이스하우스 RH시리즈의 원료 모음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의 RH-H 볏짚 블록(좌), RH시리즈 제품의 원재료들.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는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와 피에몬테 지역 등 짧은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다. 다양한 산업 파트너는 회사를 중심으로 300km 범위에 있다. 향후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과 같은 인접 국가로 배송이 이루어지더라도 철도와 같은 최대한 지속가능한 운송을 고려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회사를 공익법인(Società Benefit 영어로는 Benefit Corporation)으로 전환했다.[12] 이탈리아 법령에 "공익법인의 설립 목표는 이윤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13] 라이스하우스는 다른 공익법인과 마찬가지로 매년 사업보고서에 '사회적 영향 보고서'를 첨부해 발행한다.[14]

공익목표 추구로 발생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국제 외부 평가 표준인 BIA[15]를 기반으로 한다.[16] 라이스하우스는 2022년 '공익법인의 연례 사회적 영향 보고서'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한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측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목표 외에 환경(4), 커뮤니티(1), 거버넌스(1) 분야의 추가 핵심성과지표(KPI) 6가지를 설정했다.

추가된 핵심성과지표 중 환경 영향 목표 2가지는 'CO2 배출 감축과 에너지 소비 감소'이다. 2022년에 CO2를 1138톤을 저감한 데 이어 2023년에 1190톤 저감 목표를 세웠고, 에너지는 2022년 48만5267kWh 절감한 데 이어 2023년 97만 533kWh 절감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자연재료에서 건축까지 폐기물 없이 순환경제를 촉진함으로 이뤄진다. 벼의 성장 주기 동안 많은 CO2가 내부에 저장되며, 쌀 생산 자체로 CO2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단열 성능이 높은 자재를 사용한 라이스하우스 건물은 전체의 총 에너지 소비량에서 순 절감효과를 얻는다.

또 다른 환경 영향 목표는 '내재탄소 절감'이다. 기존 벽돌 및 콘크리트 건물 대비 라이스하우스 자재 사용 건축물의 내재탄소 절감량을 2022년 1만3530 kg CO2/eq에서 2023년 1만6236kg CO2/eq으로 목표를 올렸다. 네 번째 환경 영향 목표는 '내재에너지 혹은 가상에너지(Embodied Energy or Virtual Energy)' 절감이다. 내재에너지는 건축물 혹은 건축자재의 생산(추출, 처리), 운송, 설치, 폐기 등 전수명주기 동안 필요한 에너지로 정의된다. 기존 건물 대비 라이스하우스 건물의 내재에너지 감축분을 2022년 10만6887MJ에서 2023 12만8264MJ로 상향 조정했다.

커뮤니티 영향 목표는 2022년 농부 1인 소득 10만5000유로를 2023년에도 유지하는 것이다. 쌀 생산 시 먹을 수 있는 첫 번째 제품인 쌀은 물론 먹을 수 없는 두 번째 제품인 볏짚, 쌀겨 등 부산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두 가지 쌀 생산물 사슬에 농민을 직접 참여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농민에게 추가 소득을 보장하여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다.

거버넌스 영향 목표는 '천연재료 사용, 재활용, 지속가능성, 순환경제 의제 확산'이다. 목표는 이벤트 개최, 행사 참여, 라이스하우스 관련 출판물 및 인용 등 라이스하우스 의제 활동을 2022년 730개에서 2023년 745개로 늘리는 것이다. 라이스하우스는 대중의 의견을 모으고 행사를 개최하고 의견을 알리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17]
 

라이스하우스의 건축자재로 만든 건축물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는 2022년 6월 디자인 및 건축 산업 부문의 '비콥인증(Certified B Corp)'을 받았다.[18] 비콥(Benefit Corporation) 인증은 '비랩'이라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에서 B임팩트 평가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기업 구성원, 지역사회, 환경, 고객에게 미치는 기업의 긍정적 사회 영향을 측정하여 평가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게 주어진다.[19]
 

라이스하우스의 순환경제 비전 ⓒ 라이스하우스

 

라이스하우스 건축자재의 수명은 50~90년이며 수명이 다했을 때 퇴비로 100%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판매한 제품의 수명이 다하려면 수십 년이나 더 남았기 때문에 아직은 계획에 그치고 있지만, 라이스하우스는 향후 제품의 전수명주기(Life Cycle)을 고려해 자재를 회수해서 재활용하거나 직접 퇴비화하는 비즈니스를 계획 중이다.[20]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품은 쌀이다. 라이스하우스의 혁신을 통해 다 태워질 운명에 처한 세상의 모든 왕겨와 볏짚이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자원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집은 피부, 옷에 이은 제3의 피부로 불린다. 이제 제3의 피부에도 눈을 돌릴 때이다. 인간과 지구에게 모두 유익한 선택지가 가능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글: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덧붙이는 글 [1] 2019년 건물 및 건설 부문 글로벌 현황 보고서
2019 Global Status Report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

[2] Newsroom. (Mar.15.2020). Changes in building and construction have great potential to slow global warming, ModernDiplomacy.
https://moderndiplomacy.eu/2020/03/15/changes-in-building-and-construction-have-great-potential-to-slow-global-warming/

[3] http://www.kharn.kr/mobile/article.html?no=22030
https://moderndiplomacy.eu/2020/03/15/changes-in-building-and-construction-have-great-potential-to-slow-global-warming/

[4] UNEP, (Sep.09.2022), '2022 Global status report for buildings and construction', UNEP, p.41-42.
유엔환경계획 홈페이지(UNEP)
https://www.unep.org/news-and-stories/press-release/co2-emissions-buildings-and-construction-hit-new-high-leaving-sector

[5] (Jun.25.2020) .Resource Efficiency and Climate Change: Material Efficiency Strategies for a Low-Carbon Future, UNEP

[6] 전과 같음

[7] 지속 가능한 건축 사례 연구: 건축을 위한 쌀 사용 (forestvalley.org)

[8] Terracon컨설팅그룹 홈페이지
https://www.terracon.com/2017/01/03/hazardous-building-materials-101/

[9] Terna S.P.A. 홈페이지
https://lightbox.terna.it/en/challenges/innovation-ricehouse-electric-station

[10] 정기석. (2008.9.7.), 짚으로 지은 집, 튼튼하고 값싸…이만한 집은 없다, 오마이뉴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74535

[11] Green Building tips for straw bale houses, Building with wareness.
https://www.buildingwithawareness.com/greenbuildingtips/

[12] 라이스하우스 홈페이지
https://www.ricehouse.it/impatto-sociale/

[13] 이탈리아 공익법인 관련 법령
NORME DI FUNZIONAMENTO DELLA SOCIETA'
영어 설명 페이지 https://www.societabenefit.net/english-information/

[14] 라이스하우스 '2022 사회적 영향 보고서'
'Relazione annuale d'impatto della Società Benefit'

[15] BIA: Business Impact Analysis, 기업 비즈니스 연속성 보장을 위한 사업영향평가.

[16] 라이스하우스 홈페이지
https://www.ricehouse.it/impatto-sociale/

[17] 라이스하우스 '2022 사회적 영향 보고서'
'Relazione annuale d'impatto della Società Benefit' p.24.

[18] B corp. 비콥인증 회사 목록 참고
https://www.bcorporation.net/en-us/find-a-b-corp/company/ricehouse-srl-societ-benefit/

[19] B코퍼레이션 홈페이지.
https://www.bcorporation.net/en-us/

[20] 라이스하우스 홈페이지
https://www.ricehouse.it/impatto-soci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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