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15일 열린 2007 K리그 정규리그 16라운드 경기에서 '돌아온 야인' 김호 감독이 이끄는 대전이 박항서 감독의 경남을 2-1로 제압하며 사제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다.

같은 날 열린 성남-수원의 '빅매치'에 밀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지만, 되살아나고 있는 대전 축구의 저력과 6강 플레이오프 경쟁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경기였다.

불미스러운 폭력사태로 중도하차한 최윤겸 감독의 후임으로 김호 감독이 취임한 이후, 대전은 FA컵과 K리그 울산전에서 내리 연패를 당하며 아직 정상적인 전력이 아닌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난 12일 경기에서 포항을 3-0으로 완파하며 김호 감독의 홈 경기 첫 승을 신고한데 이어, 15일에는 올시즌 전반기 돌풍의 팀으로 꼽히는 경남마저 제압하고 2연승을 기록했다.

4승 7무 5패를 기록하며 비록 순위는 10위로 한계단 오르는데 그쳤지만 승점은 19점으로 6위 전남(승점 22)에 불과 3점차로 뒤쫓으며, 멀어만 보이던 6강 플레이오프 경쟁에서도 희망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시즌 전반기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 패배주의를 일신했다는데 가장 큰 의미를 찾을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대전에 '김호 축구'의 색깔이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젊은 선수들과 포백 시스템을 선호하고, 조직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김호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기존 최윤겸 체제의 스리백 위주에서 벗어나 포백 위주의 공격적인 4-3-3 전형을 시도하고 있다. 오랜 공백기를 가졌던 고종수를 복귀시키고 슈바와 브라질리아, 데닐손의 외인 삼각편대를 앞세워 단조롭던 공격루트를 다원화시켰다.

12일 포항전에서 기록한 3골은, 올시즌 대전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이었다. 15일 경남전에서는 선취골을 내주고도 주눅들지 않고 적극적인 공세로 역전승을 따낸 장면이 돋보였다. 기존의 대전이 안정지향적인 수비축구에 가까웠다면, 김호 감독은 비교적 약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1골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하며 몰아붙이는 공격축구를 지향한다.

물론 무턱대고 공격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호 감독은 외인 삼각편대는 물론, 우승제나 이성운, 임영제, 정성훈 같은 미드필더들도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주문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전진패스와 공간창출을 통한 유기적인 패싱게임을 강조한다. 단순한 슈팅수의 증가보다는 공간 점유율을 높여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전방에서부터의 적극적인 압박과 포지션간 간격 유지를 통한 공수의 밸런스를 중시하는 것이 김호 축구의 특징이다.

'질때 지더라도 차라리 화끈하게 붙어보는게 낫다'는 것이 김호 감독의 지론이다. 어차피 시민구단인 대전은 당장 우승을 목표로 하거나 톱스타를 보유한 팀이 아니다. 어설픈 승점관리나 지지않으려는 소극적인 수비축구로는, 성적도 팬도 아무 것도 잡을수 없다. 최소한 대전을 어떤 팀도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다크호스이자, 자신감을 지닌 팀으로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김 감독의 궁극적인 목표다.

2연승을 거두었지만 김감독의 눈에 아직도 대전은 갈길이 먼 팀이다. 특히 포백의 수비 조직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남전에서 까보레에게 당한 첫 실점에서 보듯,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과 커버 플레이 마인드가 자리잡히지 않아서 그저 공만 보고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외인 공격수의 개인기 한번에 수비수 3,4명이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하는 장면은 반드시 지양해야할 부분이다.

대전은 19일 정규리그 17라운드에서 시민구단 '돌풍의 원조격'인 인천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3연승 행진에 도전한다. 지난 4월 7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는 난타전 끝에 2-3으로 무릎을 꿇은바 있다. 인천 역시 후반기 들어 최근 3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만만치않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이다. 서서히 부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대전의 '김호 매직'이 또 어떤 진화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2007-08-16 11:05 ⓒ 2007 OhmyNews
김호 대전 매직 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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