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유발자들을 찾아서

사회는 약육강식의 힘의 원리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요즘 정부는 이러한 힘의 원리를 과열양상으로 부채질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많이 가진 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으로 그들에게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그들의,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그들만의 영웅'일 뿐이다.

부인할 순 없지만 <구타유발자들>이라는 제목이 눈에 띈 것은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회의에서 였다. 궁금함의 시작은 단순했다. 하나는 "도대체 누가 구타를 유발할 정도로 나쁜사람이기에 영화의 제목이 '구타유발자들'일까?"였고 다른 하나는 영화에 나오는 구타유발자'들을 찾아 대리만족을 하고 싶어서 였다.

영화의 서두는 성악과 교수 영선이 8기통짜리 빽벤츠에 여제자 인정을 태우고 인적이 드문 계곡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변태적인 교수 영선의 제자에 대한 애정행각(?)에서 간신히 도망쳐 나온 인정은 서울로 가기 위해 인상 좋은 시골 아저씨 봉연의 스쿠터를 얻어 타게 된다. 도대체 무슨 흑심이 있는 건지 봉연의 과하게 친절한 미소는 어딘가 의미심장해 보이기까지 한다.

도망간 제자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지쳐있는 영선에게 오토바이를 탄 남자 두 명이 접근한다. 행색은 시골 동네 양아치(?) 이고 말투는 욕을 자유자재로 섞어 사용할 줄 아는 정도이다.  한편 인정을 스쿠터에 태운 봉연은 마침 삼겹살을 먹으려던 참이라며 다시 한 번 과한 친절을 베풀기 위해 삼겹살을 함께 먹자며 낯익은 계곡으로 데리고 가게 된다.

영화에서 구타유발자들의 발견은 의외로 너무 빨리 이루어졌다. 하지만 방망이를 들고 나타난 거지행색의 오근(오달수)을 보자마자 손바닥이 탁 하고 마주쳤다. "그래! 저 사람들이 구타유발자들이다!"

구타유발자들 구타유발자들포스터

▲ 구타유발자들 구타유발자들포스터 ⓒ 프라임엔터테이먼트


우리들의 모습과 닮은 봉연일당

군대에서 매를 많이 맞아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 오근(오달수), 어렸을 때 문재(한석규)에게 왕따를 당해 문재의 동생에게 복수를 하는 봉연(이문식), 벤츠를 보고, 성악과 교수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현재, 경찰 문재와 대치하는 봉연.

내가 구타유발자라고 생각했던 그들은 우리들을 많이 닮아 있는 듯했다. 잘나진 못했지만 상처가 있고, 무엇인가에 대항하려고, 기 죽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들.

방망이를 들고 연신 삼겹살을 두드리는 오근(오달수), 또 그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먹는 봉연과 일당들의 모습은 성난 시민들이 삼겹살 대신 미국 쇠고기를 방망이로 두드리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연신 극중의 봉연과 일당들은 외쳐댄다.

"이야~삼겹살 맛있다!!"

분명 좋다고 외쳐대는데 말투는 조롱조의 비꼬는 느낌이다. 비록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기는 하지만, 무엇인가 어색하고 천진난만한 봉연의 웃음 뒤엔 증오보다 연민의 감정이 우선적으로 풍겨져 나온다.

남을 심판하는 권력과 힘도, 벤츠를 살만큼의 돈도, 교수라는 멋진 직업도, 명문대 학생들도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분명 부조리한 것들에 대항하려는 의식만은 깨어 있어 보였다.
대항하려는 방법이 폭력이라는 좋지 않은 수단이었지만 분명 그들은 '구타자들'이었을 지언정 '구타유발자들'은 아니었다.

구타유발자들의한장면 계곡에모여있는봉연일당,교수,제자

▲ 구타유발자들의한장면 계곡에모여있는봉연일당,교수,제자 ⓒ 프라임엔터테이먼트


우매한 시민을 생산하려는 구타유발자들

나는 영화에서 찾았던 구타유발자들을 모두 거짓으로 판명하였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구타유발자를 너무 먼 곳에서 찾으려고 한 것 같았다. 알면서도, 뻔한 거짓말을 해서 우매한 시민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이명박 정부'.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인물들은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보인다. 그들은 하이힐을 신고, 넥타이를 매고, 유모차를 끌고, 책가방을 메고 밤마다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에 모인다. '이명박 정부'가 생각했던 우매한 시민들은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봉연 : "자꾸 먹는 걸로 장난칠 거면 오근이 방망이로 두드린 맛좋은 삼겹살도 같이 먹자!"
"기왕이면 국산보다는 싸고 비계도 더 많아서 고소한 미국산 돼지고기로 먹자!"
"아참! 오근이 방망이에 쥐 여럿 죽었다는 거 알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분명 폭력을 가하는 '구타자'는 나쁘다.
허나 나는 '구타자'가 될 지언정 '구타유발자'가 되지 않으련다.

천진난만한봉연 삼겹살쌈을 권하는 봉연.

▲ 천진난만한봉연 삼겹살쌈을 권하는 봉연. ⓒ 프라임엔터테이먼트


조중동 촛불집회 구타유발자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