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4일) MBC '박경철의 공감 60분'에 출연한 김재박 감독(전 LG)이 시즌 막판 논란이 됐던 박용택 타격왕 밀어주기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결과론적이라는 말을 붙이긴 했지만 깨끗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그 당시 논쟁이 됐던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과연 박용택 타격왕 밀어주기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야구에서 4할은 정말 어렵다

선수들의 기교와 체격이 우월해지면서 투수들의 성장세는 눈에 띄었지만 타자들의 성적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하향평준화를 이뤘다. 그 결과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는 현대야구에서 이룩할 수 없는 불멸의 기록 중에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선 출범 원년인 1982년 '타격의 달인' 백인천(타율 0.412)이 4할 고지를 점령했지만 무려 27년 동안 그 기록에 근접했던 선수는 1994년 '바람의 아들' 이종범(0.393)뿐이었다. 현대 한국야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2명의 야구천재만이 4할의 언저리에 올랐을 뿐 그 이외의 어떤 선수도 타율 4할은 꿈 자체였다.

 LG트윈스 박용택 선수 
타율0.372를 기록하며 올 시즌 프로야구 타격왕에 오른 박용택 선수

▲ LG트윈스 박용택 선수 타율0.372를 기록하며 올 시즌 프로야구 타격왕에 오른 박용택 선수 ⓒ LG 트윈스


그러던 4할 기록에 대한 희미했던 필자의 기억을 되살렸던 선수가 바로 올 시즌 타격 수위 싸움을 했던 박용택(LG)과 홍성흔(롯데)이였다. 이 둘은 치열했던 경쟁 관계를 형성하며 시즌 중반까지 4할 달성에 가능성을 보였지만 시즌 중후반을 넘기면서 점차 타율은 하락했고 결국 3할 7푼대의 경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비록 4할이라는 꿈의 기록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1999년 마해영(타율 0.372) 이후 10년 만에 나온 0.370을 넘기는 타격왕의 탄생은 한국프로야구의 부흥이 탄생시킨 기념비적인 기록 중에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의 끝은 아름답지 않았다

LG는 팀 소속 선수를 타격왕에 올려놓기 위해 시즌 막판 경기에서 의도적으로 박용택을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0.374를 기록했던 박용택 입장에서는 0.372의 성적으로 뒤를 쫓고 있던 홍성흔이 부담됐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대로 시즌이 종료된다면 타율왕의 타이틀은 박용택과 LG것임에 틀림없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매 경기 3타수1안타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했던 홍성흔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롯데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아이러니하게 잠실 LG 홈구장에서 9월25일 열렸다.

박용택 결장 VS 홍성흔 출장이었다. 1등을 뒤쫓는 2등은 경기에 나왔지만 1등은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수많은 야구팬들은 LG의 태도를 성토했다.

박용택을 라인업에 제외시킨 것이 문제가 아니라 경기에 나왔던 홍성흔과 정면 대결을 피하는 LG의 모습이 관중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총 5번의 타석에 들어섰던 홍성흔이 3안타 이상을 기록한다면 타이틀 홀더가 될 수 있었지만 그는 끝내 안타를 쳐내지 못했다. 결국 시즌 내내 아름다웠던 두 선수의 경쟁은 관중의 야유에 퇴색되고 말았다(홍성흔 기록 5타석 1타수 무안타 , 볼넷 4개).

마지막까지 끝나지 않은 경쟁을 원했던 홍성흔의 간절한 마음과 라이벌 타자들의 멋진 모습을 원했던 야구팬들의 마음은 엘지, 박용택의 타이틀 욕심만큼 크지 않았나 보다.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

세계에서 야구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메이저리그에서조차 4할의 기록은 쉽게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신의 범주에 속하고 있다. 1941년 보스턴의 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가 0.406을 달성한 이후 타격천재라는 수많은 선수들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했지만 아직까지도 4할이라는 기록의 먼지는 두껍게 쌓여있다.

많은 야구팬들이 마지막 4할 타자로 윌리엄스를 기억하지만 그 기록 이면에 존재하는 에피소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40년 타율 .344로 2년차 징크스 없이 리그 3위의 성적을 기록한 그는 이듬해 1941년 자신의 3번째 올스타전 출전경기에서 9회 끝내기 홈런으로 AL 올스타에게 승리를 안기는 활약과 함께 시즌 중반까지 4할의 타율을 계속적으로 유지하여 1930년 Giants의 빌 테리(Bill Terry) 이후 어떤 타자도 달성하지 못한 꿈의 4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즌 막바지였던 9월 27일까지 타율.401을 기록하자, 당시 감독이었던 조 크로닌(Joe Cronin)은 4할타율을 유지하도록 경기에 더 이상 출전하지 말 것을 권유했으나, 윌리엄스는 그러한 제의를 거절하고 계속해서 경기에 출전하는 용기를 발휘하였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4할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그는 출전을 고집했고 0.399까지 타격이 떨어지는 위기를 겪었지만 0.406의 타율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집념을 보이며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야구도 여러분도 더 사랑하겠습니다. 시즌 종료 후 LG트윈스 홈페이지에  나왔던 문구

▲ 야구도 여러분도 더 사랑하겠습니다. 시즌 종료 후 LG트윈스 홈페이지에 나왔던 문구 ⓒ LG 트윈스


프로는 바로 이런 것이다

당장에 주어지는 가시적인 타이틀도 물론 중요하지만 문제는 정당한 방법으로 끝까지 경쟁을 했느냐는 것이다. 올시즌 막판 LG가 보여준 모습은 동네야구의 아마추어들이나 했음직한 행동들이었다. 윌리엄스만큼의 대인배적 모습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박용택의 결장은 이해할 수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경쟁을 원했던 홍성흔의 어려운 선택마저 꺾어버렸던 그들의 모습은 야구팬들이 원하는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었다.

야구도 여러분도 더 사랑하겠다는 LG트윈스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문구가 참으로 무색하게 느껴진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라고 말했던 요기 베라(Lawrence Peter Berra)의 말처럼 끝날 때 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의 모습일 것이다.

박종훈 감독 지휘 아래 새롭게 시작하는 LG 트윈스, 2010년 뜨거운 부활과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야구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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