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표팀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롯데 자이언츠의 부활로 그 열기가 뜨거웠던 대한민국 야구가 올해는 온갖 악조건 속에서 이루어낸 WBC 준우승과 600만에 이르는 관중 수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야구선수 병역문제, 돔구장 건설 그리고 국내 프로야구장 낙후 문제 등 이슈들이 언론에 수차례 등장했다. 아직까지 난제가 쌓여있기는 하지만 안산시가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너무 낡아 더 이상 프로야구장 기능을 하기 힘든 광주구장이나 대전구장을 대신할 새로운 구장 건설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볼 게 있다. 우리나라 엘리트 선수들이 운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엘리트 선수들이 야구할 수 있는 원동력인 우리 팬들이 야구할 수 있는 여건은 과연 충분한 것일까?

지난 12월 5일 방영된 KBS 2TV의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사회인 야구장 건설을 내걸었다. 아마 이 방송을 본 사회인 야구인이라면 두 손 들어 만세를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전체 사회인 야구팀은 공식적으로만 총 5000여개. 비등록팀까지 함치면 수도권에만 6000여개가 넘는 사회인 야구팀이 주말마다 구슬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야구를 즐긴다. 그러나 환경은 그 열정에 비해서 열악하기 그지없다.

열악한 사회인 야구장 시설은 비용 상승을 초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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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그물과 펜스가 제대로 설치된 사회인 야구장은 50여개에 못 미친다. 그나마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은 기본 2시간(사회인 야구 1경기 평균시간)에 30만원을 웃돈다. 나머지는 주로 서울외곽 농지 근처 공터를 이용해 만든 구장이나 야구부가 있는 학교 공간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포츠 채널에서 중계해주는 연예인 야구리그 선수들이 시합하는 구장이나 천하무적 야구단이 올 한해 이용했던 야구장들은 일반 사회인 경제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용료를 내야만 휴일에 한해 쓸 수 있다.

열악한 시설에다 한해 250-300만원에 달하는 리그참가비도 부담이다. 한 팀당 내는 비용이지만 아직 취업전선에 뛰어들지 않은 20대 사회인 야구인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럽다.

변수는 또 있다. 리그 경기는 한 해에 총 20여 경기 남짓에 불과하다. 즉 매주 경기를 할 수 없고 격주 혹은 3주 간격으로 경기가 치러진다. 사회인 야구인들은 한 개 리그스케줄에 만족하지 못하고 주로 2개 리그를 뛰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야구를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은 더욱 는다. 게다가 야구는 타 운동에 비해서 쓰는 용품들이 많고 그 용품들 비용이 상당하기에 부담은 더욱 커진다.

올해로 사회인 야구 7년차 경력인 이한솔(23, 서울시 성북구)씨는 어렸을 때부터 겪어온 사회인 야구 인프라의 문제점에 대해서 조목조목 되짚었다.

"저 같은 경우 총 세 팀에서 뛰었어요. 한 팀은 원당에 있는 모 팀, 또 한 팀은 안산에 있는 루시퍼 팀 그리고 마지막 팀은 카투샤들이 모여서 용산 미군기지내 소프트볼 경기장을 이용했던 타카노 츠메 팀이에요. 사실 용산을 빼고 안산이나 원당은 다소 멀기도 하고 시설이 너무 열악했어요.…제가 구력이 늘면서 실력도 함께 올라가니깐 이팀 저팀에서 회비면제 등을 미끼로 스카우트 제의가 오더라고요. 하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어요. 다들 구장이 남양주, 구리, 용인, 파주, 김포라 집에서 너무 멀기도 하고 시설도 전혀 좋은 게 아니었어요."

서울시에 제대로 된 사회인 야구장은 손꼽아...

이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그런데 가끔 길을 지나가다 보면 좋은 야구장을 발견하기도 해요. 그래서 혹시 사용할 수 있느냐 물어보면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다던가 아니면 관계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만 수십번 들었죠"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 11월까지 선린 인터넷고에서 주말마다 야구를 했다. 물론 시설은 흙바닥에 축구장 겸용구장이었다. 크기도 작고 야간경기에서는 공이 라이트에 들어가는 일(지난 플레이오프에서의 정수빈 선수의 경우처럼)이 자주 발생한다고도 한다.

매번 나오는 얘기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어떠할까? 일본에서 야구가 국기나 다름없는 스포츠라고는 하지만 인프라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주 적은 돈으로도 야구를 즐길 수 있다.<관련기사> 미국은 당연지사. 그 넓은 땅 이곳저곳에 야구장이 말 그대로 '널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야구 불모지인 유럽에서도 야구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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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야구할 공간이 협소해서 몇몇 땅을 가지고 있는 재력가들 혹은 넓은 공터를 갖고 있는 야구인들이 야구장을 지으려고 해도 이 역시 쉽지 않다고 한다. 이들이 갖고 있는 땅의 용도를 '야구장'으로 변경해야하는 용도변경 승인이 관할 행정부처에서 쉽게 이뤄지지 않으니 내가 내 땅에 야구장을 짓고 싶어도 지을 수 없는 우스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회인 전용 야구장 뿐만이 아니라 겨울에도 야구 연습을 할 수 있는 실내 연습장(비닐하우스) 역시 그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뒤쳐진다. 추운 날씨에 실외에서 과도하게 야구를 하면 어깨나 팔꿈치 등에 심한 무리가 갈 수 있고 인대나 관절에 손상이 가거나 근육이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겨울에 실외에서 야구를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겨울에도 한 해동안 쌓아왔던 야구실력을 가다듬기 위해서 실내연습장은 필요하다. 특히 야구는 실력을 일정 수준 끌어올리는데까지 시간도 오래걸리기에 겨울철 감각유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서울시 내에 있는 실내 야구 전용 연습장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래서 많은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은 주말마다 시외로 나가거나 야외에서 진행되는 야구캠프에 참가하기도 한다.

여러 방면에서의 개선이 동반되야 제대로된 사회인 야구 인프라도 구축

그렇다면 이와 같이 열악한 사회인 야구 인프라 개선을 위해서 어떠한 해결책들이 있을까? 우선 학교시설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그저 네모난 사각형의 축구장 모형 위주의 대한민국 운동장에 변화를 주어 몇몇 학교는 야구도 할 수 있게 이동식 마운드를 설치해놓고 학교건물과 외야를 다소 멀리까지 운동장을 늘리는 리모델링이 필요한다고 생활체육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사회인 야구 전용구장을 서울 및 수도권에 건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선수들에게 돔구장이 꿈이 구장이라면, 사회인 야구인들에게는 깔끔한 사회인 야구 전용구장이 바로 소박한 꿈의 구장이다. 연말이면 보도블럭 바뀌는데 쓰이는 남는 예산을 생활체육예산으로 돌려 야구장을 건설하는데 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나아가 기업 내에 있는 혹은 사용이 제한되는 여러 야구장들을 저렴한 입장료에 개방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이익의 사회환원차원에서 공공시설이라면 생활체육증진의 차원에서 부담없는 사용료로 적어도 주말에는 야구장을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에게 열어준다면 어느 정도 지금 겪고 있는 야구장 부족 문제는 다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프로야구팀들도 사회인 야구 인프라 촉진에 일조할 책임이 있다. 사회인 야구의 인기 증가는 곧 프로야구의 인기 증가로 이어지고, 팬들의 성원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의 인프라 증진에 힘써야 한다.

비록 시청률은 동시간대의 무한도전, 스타킹에 다소 밀리지만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연예인들이 직접 사회인 야구에 참여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인 야구에 대한 야구 팬들의 관심이 많이 증가했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팀의 신입 선수들도 천하무적 야구단을 보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했다 싶이 아직 이렇게 급증하는 수요에 기반시설 및 여타 시스템은 낙후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인 야구 인프라 전반에 관한 여러 문제점들이 공론화된다면 하루 이틀에는 불가능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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