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월드 그랑프리 2010년에서 알리스타 오브레임이 우승을 차지하였다. 오브레임은 결승에서 피터 아츠를 KO로 누르며 승리를 차지하였다. 불혹의 나이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대회에 임한 피터 아츠는 결승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이었지만 준결승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세미 슐츠를 판정으로 꺾으면서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대회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자인 오브레임보다 최선을 다해서 슐츠를 꺾은 피터 아츠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내주기도 하였다.

애초에 이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는 세미 슐츠였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세미 슐츠의 대항마로 매스컴이 부각시킨 사람은 대진상 반대편에 속한 알리스타 오브레임이었다. K-1의 경력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스트라이크포스 세계 헤비급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으며 효도르가 배우둠에게 일격을 당하기 전까지 효도르와 대적할 가장 근접한 선수로 여겨지고 있었다.

오브레임도 결승에서 세미 슐츠를 만나 승리할 것을 공언했고, 세미 슐츠 자신도 결승에서 오브레임과 만나 승리할 것을 공언했었다. 그 외의 파이터들에 대해서 매스컴들은 얼마나 두 사람(슐츠, 오브레임)을 괴롭힐 것인가에 대해서만 가끔씩 언급을 했다.

피터 아츠 40세의 나이로 2010년 월드 그랑프리에 참가하여 준결승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세미 슐츠를 판정으로 꺾은 피터 아츠. 비록 결승에서 오브레임에게 패했지만 그가 보여준 투혼은 많은 귀감을 주고 있다.

▲ 피터 아츠 40세의 나이로 2010년 월드 그랑프리에 참가하여 준결승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세미 슐츠를 판정으로 꺾은 피터 아츠. 비록 결승에서 오브레임에게 패했지만 그가 보여준 투혼은 많은 귀감을 주고 있다. ⓒ K-1홈페이지(www.k-1.co.jp)

그러나 이번 월드 그랑프리에 참가한 선수들 중에서 세미 슐츠를 이겨본 사람은 피터 아츠 뿐이었다. 피터 아츠와 세미 슐츠는 그 동안 4번 싸웠는데 2승 2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전적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피터 아츠는 이미 한물간 구세대의 인물로 각인이 되어 있었다. 그는 불혹의 나이이고, 그의 경기력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특히 월드 그랑프리 같이 하루에 전 경기를 치르는 대회에서 체력적인 부분은 상당히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은 전설이 된 '파란 눈의 사무라이' 앤디 훅은 피터 아츠에 대해서 언급했던 말이 있다.

"나는 K-1에서 그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아츠는 다르다. 그가 만약 연습에 매진해 100% 기량을 발휘한다면 그 누구도 아츠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전성기 시절의 피터 아츠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전 경기를 1회 KO로 장식하며 우승했던 1998년 월드 그랑프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던 그가 이제는 구세대로 분류되는 피터 아츠는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오브레임을 위해서 세미 슐츠를 어느 정도 괴롭혀줄 수 있는 선수로 평가를 받은 것이다.

피터 아츠는 8강에서 마이티 모를 KO로 제압하며 준결승에서 예상대로 세미 슐츠를 만났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결승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를 꺾어야 했고, 전적상으로 2승 2패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결판을 지어야 하는 경기가 되었다. 이 경기에서 피터 아츠는 3회까지 끊임없이 세미 슐츠에게 펀치를 날렸고, 2-0으로 판정승을 거두었다.

세미 슐츠와의 준결승전에서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한 나머지 결승에서 그가 보여준 경기는 다소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미 슐츠라는 거인을 뛰어넘은 그로서는 최선을 다한 결승전이었고 그의 투혼은 이미 우승자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터 아츠와 오브레임의 결승전 세미 슐츠와의 준결승전에서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한 피터 아츠는 결승전에서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피터 아츠와 오브레임의 결승전 세미 슐츠와의 준결승전에서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한 피터 아츠는 결승전에서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K-1 홈페이지(www.k-1.co.jp)


피터 아츠는 K-1 역사상 가장 많이 결승전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되었다. 총 6번 결승전에 진출하여 세 번을 우승했고(1994년, 1995년, 1998년), 세 번을 준우승했다(2006년, 2007년, 2010년). 그것도 격투기 선수로서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35세 이후에 세 번 결승에 오르는 투혼을 발휘한 것이다.

앞으로 K-1이 어떠한 역사를 그려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피터 아츠가 보여준 투혼과 집념은 이후 많은 K-1 선수들에게 훌륭한 귀감이 될 것이다. 정상에 도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정상을 향하는 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피터 아츠가 보여준 투혼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바로 이렇게 사람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이 바로 전설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피터 아츠는 K-1의 무대를 떠나기 이전에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것이다.

반대로 오브레임은 충분히 우승자로서의 자격을 갖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길을 통하여 챔피언이 되었다는 인식을 받게 되었다. 물론 오브레임이 상대한 선수들도 그렇게 만만한 선수들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에게 있어서 세미 슐츠라는 거인을 피했다는 이미지가 챔피언이라는 이미지보다 더 크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오브레임이 진정한 챔피언으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세미 슐츠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블로그,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K-1 피터 아츠 오브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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