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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아름다웠다. 넉넉한 품의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등받이가 없는 연보라색 의자 위에 앉은 가수 이소라는 2시간여의 공연 시간 동안 대부분 시선을 떨어뜨린 채 노래를 불렀다. 몇 곡을 빼고는 오른쪽 다리를 꼰 채 앉은 자세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가 뿜어내는 목소리가, 그리고 그 목소리가 빚어내는 분위기가 모든 것을 압도했다. 압도적인 아름다움, 그것이 그의 목소리에서 느낀 감상이었다.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이소라의 정규 8집 발매 기념 공연 <이소라 8>이 열렸다. 특별한 알림 없이 피아노 연주곡에 이어 등장한 이소라는 초반 히트곡인 '처음 느낌 그대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연이어 불렀다.
 
열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공연이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푸르렀다. 그의 뒤로 보랏빛, 푸른빛, 주황빛의 빛이 퍼져 나갔다. 나무의 그림자가 일렁였고, 별이 총총히 뜬 밤하늘에 달이 뜨기도 했다. 노래는 '제발'과 '바람이 분다'로 이어졌다. 하나 둘, 눈가에 손을 가져가는 관객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노래하는 일이 가장 좋은 것 같다"...데뷔 22년차 가수의 진솔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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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인사말 없이 노래는 이어졌다. 초창기 곡들에 이어 7집 수록곡의 일부를 소화한 이소라는 이내 '나 포커스' '좀 멈춰라 사랑아' '쳐' '흘러 올 스루 더 나이트' '넌 날' '너는 나의' 등 <8>의 수록곡들을 연이어 들려줬다. 어쿠스틱 기타에 피아노를 위주로 진행됐던 연주도 점점 격렬해졌다. 하지만 이소라의 가성은 그 격렬한 밴드 사운드를 모두 뚫고 나올 정도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선보였다.
 
그제야 이소라의 움직임도 조금은 활발해졌다. '쳐'를 시작하며 마이크 받침대를 잡고 일어선 채 노래를 부른 그는 '흘러 올 스루 더 나이트'에 이르러선 다시 자리에 앉아 발을 까딱이며 박자를 맞췄다.
 
그런 그가 입을 연 것은 '트랙 9'와 '난 별'만을 남겨둔 공연 막바지. "공연을 와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운을 뗀 그의 목소리는 어느새 노래할 때의 날카로움은 온데간데없이 차분하면서도 다정해져 있었다. 이어 밴드를 소개하고, 지금까지 함께해 준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를 표한 이소라는 "이번 공연에서 정말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한 3일 정도 턱 관절이 빠진 채로 노래를 하고 있어요. 노래도 안 되고 숨도 짧아지더라고요. 그런데 리허설은 해야겠고…. 그래서 턱을 이만큼만 벌리고 노래 부르는 법을 터득했어요. '이 상태에서도 노래를 이 정도는 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웃음) 몸을 안 쓰니까 몸의 기관이 정지되어 있다가 매일 공연을 하니까 허리, 턱 관절, 손 다 안 좋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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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엉뚱한(?) 고백에 그동안 숨소리마저 죽인 채 무대에 몰두했던 관객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이번 일을 통해 "(공연을 하려면) 운동도 하고, 생각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고 털어놓은 이소라는 "노래하는 일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노래를 하면서 내 마음을 전하고, 듣는 사람들의 마음이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면서 생기는 공기나 흐름, 분위기가 있어야 내가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22년차 가수의 소박하지만 진솔한 고백이었다.
 
이어 "몇 년간 너무 뒹굴고만 있었나 보다"라며 "이제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앞으로의 활동을 예고한 이소라는 자신의 팬들, 그리고 관객을 향해서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것은 이소라 스스로를 향한 당부이자 다짐과도 같았다.
 
"믿으면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신념을 가지길 바라요. 자기의 재능을 의심하지 마세요. 나이가 몇이더라도, 끝까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 저도…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지막 날인 만큼 이소라가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까지를 앙코르로 선사한 뒤 무대 뒤로 사라지자, 관객석에는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시공간을 가득 메운 그의 목소리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종종 세이렌에 비유하곤 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전설의 요정. 하지만 이날 이소라는 세이렌이 아니었다. 끝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의 파도 속, 한없이 팽창하는 상념의 우주 속, 그 속에 다만 '이소라'가 있을 뿐이었다.

이소라 난 별 바람이 분다 제발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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