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 이미지

<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 스틸컷. 배우 차지연이 연기하는 기계는 화성에서 도망친 소녀를 심판하려고 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아래 <무서운 이야기3>)가 3년 만에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잇는 한국 대표 호러 시리즈. 이번엔 시공간을 넘나들며 'SF 공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24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 입구에서는 영화 <무서운 이야기3>가 최초 공개됐다. <무서운 이야기3>는 임슬옹 주연의 '여우골'(감독 백승빈), 박정민·경수진 주연의 '로드레이지'(감독 김선), 홍은희 주연의 '기계령'(감독 김곡)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2416년, 화성에서 도망친 소녀(김수완 분)는 기계들이 지배하는 행성에 불시착한다. 인간을 믿지 못하며 소녀를 없애려는 기계들. 소녀는 자신을 심판하려는 기계(차지연 분)에 자신이 화성을 떠난 이유를 설명하며 인간의 추악한 이야기를 하나씩 털어놓는다.

여우골 전설에 SF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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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 이미지. 여우골은 <전설의 고향>과 비슷한 이미지인 것 같지만 여기에 SF적 상상력을 더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백승빈 감독의 '여우골'은 <전설의 고향> 단골 소재인 여우골 전설을 메인 줄기로 SF적 상상력을 더했다. 다친 몸으로 깊은 산 속에서 길을 잃은 선비(임슬옹 분)은 잠시 쉴 곳을 찾아 여우골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선비를 위협하는 존재는 전설의 고향 속 여우? 아니면 여우를 넘어선 그 어떤 존재?

백 감독은 "듀나의 동명 단편 <여우골>을 영화로 보고 싶었는데, 마침 제안이 와 기꺼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편 <여우골>을 보고 SF물과 호러물의 크로스오버를 제안해 지금의 과거-현재-미래 구도가 세팅됐다"면서 "상업영화에서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지만, 시리즈가 3편 정도 오다 보면 예술적 시도를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신선하게 봐주신다면 4~6편에서도 참신한 시도가 나오지 않겠나"라는 바람을 전했다.

"언뜻 <전설의 고향> 포맷을 띄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건 인간 중심의 고전적 이야기죠. 우리 이야기는 전체 테마와도 결부돼 있지만, 어쩌면 인간이 전 지구상에서 가장 쓸모없고 하찮은 존재가 아닐까 라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여우골 전설도 여우가 인간의 간을 빼먹는, 인간을 가차 없이 이용하고 버리고 짓밟는 존재로 표현되는 데 매력을 느꼈어요." (백승빈 감독)

목숨을 건 분노의 질주, '로드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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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 이미지. 가장 현실적인 배경에서 진행되는 '로드레이지'는 관객에게 스릴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로드레이지'는 가장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여행을 떠나는 연인 동근(박정민 분)과 수진(경수진 분). 어두운 밤 고속도로를 달리는 이들 앞에 나타난 덤프트럭 한 대. 난폭 운전과 보복 운전으로 시작된 위험한 질주는 결국 이들을 죽음의 공포로 밀어 넣는다.

'로드레이지' 연출을 맡은 김선 감독은 "SF가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공포물이긴 하지만 공포물은 즐기는 장르"라면서 "보복운전이라는 사회적 이슈에서 출발한 이야기지만 사실적 공포와 전율을 느낄 수 있도록 속도감, 굉음 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한밤중 고속도로에서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무한 레이스. '로드레이지'는 <무서운 이야기3>의 세 이야기 중 가장 단순한 골격을 갖고 있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생생한 속도감과 '생고생'이라는 표현 말고 달리 쓸 말이 없는 두 배우의 열연은 관객을 순식간에 극 안에 가둔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때문일까? 주연인 박정민은 "우리 이야기의 러닝타임이 가장 짧"은지 물었지만, "가장 길다"는 답변에 너털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김선 감독은 "사실 '호러'라는 장르가 굉장히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장르"라면서 "우리 영화는 저예산이기 때문에 몸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있다, 정민씨는 기절도 했고 수진씨는 구르고 넘어지고... 배우들이 고생 많이 했다"면서 배우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세계 최초의 로봇 귀신, "알파고 꼭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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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의 도전. SF형 호러는 관객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을까. ⓒ 롯데엔터테인먼트


"세계 최초의 로봇 귀신을 만들고 싶었다"는 김곡 감독. 그의 원대한 꿈은 '기계령'에 담겼다. 워킹맘 예선(홍은희 분)은 바쁜 자신을 대신해 로봇 둔코(이재인 분)에게 아들 진구를 맡긴다. 10년이 넘자 조금씩 오류를 일으키는 둔코. 둔코의 오류로 진구가 상처 입자 예선은 진구 몰래 둔코를 없애고 새 로봇(박솔로몬)을 구입한다. 새 로봇에서 나타나는 둔코의 잔영. '기계령'은 기계도 원한이 있을 수 있다는 감독의 상상 아래 탄생했다.

김곡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있을 때,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있었다,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었던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졌다, 분명 삐쳤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어 "알파고가 지금은 팔다리가 없이 머리만 있는 셈이지만, 팔다리가 있다면 바둑에서 진 원한에 가만 안 있었을 거다"라며 웃었다.

감독의 농담과 달리, '기계령'은 '공포 영화'라는 장르에 가장 충실한 영화다. 특히 로봇 둔코로 분한 아역배우 이재인은 "보석 같은 배우"라는 김 감독의 극찬만큼이나 공포스러운 로봇 연기를 훌륭하게 해냈다. 감정 없는 웃음과 높낮이 없는 말투의 "우리는 친구입니다"는 대사는 <A.I.>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처연함과 <주온> 토시오 역 오제키 유우야의 공포스러움을 섞어놓은 듯하다.

김곡 감독은 "재인이가 폐소 공포증이 있는데, 무덤 신을 네다섯 시간 찍었다, 웬만하면 배우들에게 '영화를 위해 희생하라'고 하는데, 그때는 정말 미안했다"면서 이재인의 열연을 칭찬했다.

첫 영화에 도전한 홍은희는 "스크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감격스러울 뿐"이라고 겸손해했지만 김곡 감독은 "태생적인 영화배우"라면서 "홍은희가 아니라면 이야기가 산으로 갔을 거다, 많은 덕을 봤다"고 전했다.

홍은희는 로봇의 배를 가르고, 칼을 대고 몽둥이로 때리는 등의 연기를 하지만 실상 상대역은 로봇이 아니라 이재인, 박솔로몬 등의 어린 배우들. 그는 "연기였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촬영 후 고통스러운 밤을 보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김곡 감독은 호러 장르를 만드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그는 "공포영화야말로 사는 시대를 반영하는 영화"라면서 "그러니 공포는 어렵다, 사는 시대를 탁본 뜨듯이 스크린에 옮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공포가 위축된 것도 그런 부분 때문인 것 같다, 세상과의 링크를 잃어버린 것이다"라면서 "그 링크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F를 먼 시대의 이야기일 거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프레임이 됐고, 이제 이런 이야기도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김곡 감독)

<무서운 이야기>는 사실상 현존하는 유일한 한국 공포 영화 시리즈다. 짧은 호흡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엮어내며 한국형 호러라는 장르의 명맥을 잇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3>. SF형 호러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무서운 이야기>의 시도는 관객들에게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까? 6월 1일 개봉.

 <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 이미지

<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의 포스터. <여고괴담>이 끝난 이후로, 현존하는 한국 공포 영화 시리즈는 <무서운 이야기>가 유일하다. 그 명맥을 간신히 잇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3>. 관객의 반응이 기대된다. 오는 6월 1일 개봉. ⓒ 롯데엔터테인먼트



무서운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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