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4일 2018년 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2018년 FA 자격 선수는 KIA 임창용, 김주찬, 두산 김성배, 김승회, 민병헌, 롯데 강민호, 문규현, 최준석, 손아섭, 이우민, NC 손시헌, 지석훈, 이종욱, 이호준, SK 정의윤, 넥센 채태인, 한화 박정진, 안영명, 정근우, 이용규, 삼성 권오준, KT 이대형 등 총 22명이다.

이 중에서 신규 FA 자격 선수는 9명(김성배, 민병헌, 문규현, 손아섭, 지석훈, 정의윤, 채태인, 안영명, 권오준), 재자격 선수는 10명(임창용, 김주찬, 강민호, 최준석, 손시헌, 이종욱, 박정진, 정근우, 이용규, 이대형)이며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FA 승인 신청을 하지 않고 자격을 유지한 선수는 3명(김승회, 이우민, 이호준)이다.

이외에도 해외유턴파 김현수와 황재균도 FA 시장에 참여할 가운데, 역대급 FA 돈잔치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중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정근우와 이용규다. 지난 몇 년간 FA시장 태풍을 일으켰던 한화 이글스가 이번에는 고요한 '태풍의 눈'이 될 계획이다. 이렇기 때문에 내부 FA 선수인 정근우와 이용규에게도 적정금액만을 제시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미련없이 테이블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과연 둘 다 잡을 수 있을까. 한 명만 잡는다면 누구를 선택할까. 혹은 리빌딩으로 팀의 가치관을 정립한 가운데서 둘 다 잡지 않을까.

■ 둘 다 잡을 수 있을까?

정근우와 이용규는 2013년 11월 17일 각각 4년간 70억원과 67억원에 계약했다. 전통적인 느림보 군단이었던 느린 발과 다양하지 않은 작전야구, 그리고 센터라인의 능력이 부족했던 한화로서는 단연코 '최고의 계약'으로 치부됐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정근우는 2014년부터 125경기 타율 0.295 137안타 91득점 32도루, 2015년 126경기 타율 0.316 148안타 99득점 21도루, 2016년 138경기 타율 0.310 178안타 121득점 22도루, 2017년 105경기 타율 0.330 129안타 73득점 6도루를 기록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3년 연속 두 자릿 수 홈런(12-18-1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용규도 마찬가지로 2014년부터 104경기 타율 0.288 103안타 62득점 12도루, 2015년 124경기 타율 0.341 168안타 94득점 28도루, 2016년 113경기 타율 0.352 159안타 98득점 21도루, 2017년 57경기 타율 0.263 47안타 32득점 10도루를 기록했다. 잦은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결장한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정근우와 이용규 모두 FA 시장에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종훈 한화 이글스 단장은 "두 선수 모두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두 선수는 한화 이글스에 필요한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정근우는 4년간 494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0.312, 592안타, 47홈런, 384득점, 244타점, 81도루를 기록했다. 이용규는 398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0.322, 477안타, 7홈런, 285득점, 115타점, 71도루를 기록했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로 들여다보면, 정근우는 4년간 총 16.04의 WAR을 기록하며 김태균(17.18)에 이어 팀 내 2위에 해당했고, 이용규는 8.11의 WAR을 기록했다.

2루수와 중견수, 그리고 1번과 2번타자라는 중요한 직책과 구심점을 수행해야만 하는 두 선수는 한화에게는 필요한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정근우는 2016년에, 이용규는 2017년에 주장을 역임한 바 있다.

■ 한 명만 잡는다면 누구를 선택할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중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선택에 대한 결과는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단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의 선택요소 중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시즌 및 구단의 미래에 대한 일희일비가 나뉜다. 최근 극적인 명승부로 끝난 월드시리즈에서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LA 다저스의 거물급 투수들의 트레이드 선택에도 엇갈린 희비가 나뉘었다.

이제는 금전적으로 FA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겠다는 한화 이글스는, 정근우와 이용규에 대해 "적정금액을 제시하겠다"는 의견을 표출했다. 더이상 선수한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미로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한용덕 감독 역시 "현실적으로 판단하겠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렇게 한화가 적극적인 태도로 변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시장의 법칙이 성립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의 거래가 성립이 되는데, 정근우와 이용규를 원하는 팀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평가다.

정근우는 내년이면 36세, 이용규는 33세이다. 세이버 매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가 고안한 Aging Curve(노화 곡선)에 따르면, 전형적인 선수의 기량은 20대 말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30세가 넘으면 뚜렷하게 떨어져 30대 초중반이 되면 신인 때의 기량과 별차이가 없게 된다는 조사결과다. 이제 기량이 떨어지고 있는 두 선수의 경우 선뜻 대형계약을 맺기는 어렵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정근우는 리그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2루수지만, 대부분의 팀들은 이미 주전 2루수를 기용하고 있다. KIA는 안치홍, 두산 오재원과 최주환, NC 박민우, 롯데 앤디 번즈, 넥센 서건창, 삼성 조동찬, KT 박경수가 2루 베이스를 지키고 있고, SK는 외부 FA에 대한 대형계약을 부담스러워하며, LG는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용규는 시장에 나와있는 다른 외야수들보다 경쟁력이 강하다. KIA 김주찬, 두산 민병헌, 롯데 손아섭, SK 정의윤, KT 이대형, NC 이종욱이 준대어급 FA로 시장에 나와 이용규와 함께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외야수를 원하는 팀들이 많지는 않은 가운데, 이중에서 이용규가 좋은 대우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자신의 야구 개성과 센스는 분명하나, 내구성에 대한 의혹과 대형계약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선뜻 협상을 하기에는 어려운 이용규다.

한화가 FA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정근우와 이용규에게 적정금액을 제시하여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협상테이블을 접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두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영입되기에는 상황이 또 녹록지가 않다. 그렇지만 예상외로 물밑협상을 통해 반짝계약을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매력적인 카드임에는 분명한 두 선수의 커리어와 기량이다. 만약 두 선수 중 한 명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한화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만 할까.

■ 리빌딩의 한화 이글스, 둘 다 과연 잡을까?

한화 이글스는 2017시즌 종반 실험을 지속했다. 정근우와 이용규를 경기에 내보내지않고, 그동안 백업으로 주로 출전했던 선수들을 계속하여 주전으로 기용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건너간 상황이었지만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던 상위권 팀들 상대로 일격을 가하며 고춧가루부대 역할을 했다.

정근우가 빠진 2루의 자리는 오선진이 후반기에 맹타를 휘두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정경운과 강경학 등이 뒤를 받쳤다. 이용규가 장기간 비운 중견수 자리에는 김원석을 필두로 이동훈과 양성우가 책임졌다.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하여 혁신적인 야구를 하겠다는 한화 이글스의 목표상 정근우와 이용규의 존재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액 연봉자가 버티고 있는 이상, 유망주들을 기용하고 싶어도 기회비용 때문에 기용해야 하고, 그 사이에 유망주들은 경험을 쌓지 못한 채 세월만 기다리는 기형적인 형태가 바로 한화 이글스가 '화수분 야구'를 못한 이유다.

두 선수의 내구성에도 의심이 간다. 정근우는 시즌 내내 누적된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하여 다소 늦게 팀에 합류했고, 시즌 막판에는 2루로 슬라이딩하다가 팔꿈치부상을 당하며 시즌아웃되었다. 12년 연속 20도루도 실패했다. 이용규는 더더욱 심각했다. 팔꿈치 부상을 안은 채 입단했다. 김응용 감독의 빠른 복귀로 인해 지명타자로 출전했었고, 종아리 부상과 무리한 WBC 국가대표팀 차출로 팔꿈치 부상을, 시즌 막판에는 손목 골절부상을 당했다.

박종훈 단장은 두 선수의 부상경력에 대해서는 "몸상태에 관한 우려도 있지만, 그런점들을 감안해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이글스의 내부기류는 우선은 '기존 내부선수 육성'이다. 젊은 선수들이 두 선수의 공백을 완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정근우의 빈자리는 오선진이, 이용규의 빈자리는 김원석과 이동훈이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건 큰 오산이다. 오선진은 지난 시즌 후반기 반짝 활약이었고 이동훈은 이제 고졸 2년차 선수가 1군에서 백업으로 기회를 받았을 뿐이다. 아직까지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한화 이글스는 과연 내년 시즌 완전한 풀타임의 기회를 젊은 선수들에게 줄 수 있을까?

□ '태풍의 눈' 한화 이글스, 정근우와 이용규의 운명은?

KBO는 4일 FA 자격선수를 공시했다. 6일까지 선수 본인은 KBO에 자격 승인을 요청해야 하고, KBO는 FA 신청 선수를 발표한다. 그리고 8일부터 본격적인 구단과 선수간의 협상이 시작된다. 그야말로 역대급 '쩐의 전쟁'이 시작한다. 그속에서 스스로 '태풍의 눈'을 자처한 한화 이글스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정근우와 이용규는 과연 한화 이글스와의 만남을 지속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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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프로야구, 아마야구 등을 작성합니다. 이 글은 블로그 'http://blog.naver.com/dudtj1787'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영서 = dudtj1787@naver.com)
정근우 이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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