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굴 스틸컷

영화 도굴 스틸컷 ⓒ CJ ENM

 
한국에도 도굴이 판치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도굴로 인해 수 천 점의 문화재가 일본이나 다른 나라로 유출되었고 돌아온 것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문화재를 도굴하는 영화가 나왔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케이퍼 영화다.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통쾌함을 얻는 것이 케이퍼 영화의 특징이다. 여기에 캐릭터 간 케미도 좋으니 짜릿한 팀플레이가 재미를 더한다. 물론 영화가 도굴만 하다 끝난다면 안타까웠을 것이다.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도굴 자체를 그저 오락성에만 치중해 그린다면, 이 영화의 메시지가 자칫 잘못 전달될 수 있는 것이고, 그렇다고 교훈에만 치중하자니 뻔한 영화가 될 테니깐. 그렇다면 감독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도굴>을 들여다보자.

이 영화는 흙 맛만 보고 문화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천재 도굴꾼인 '강동구(이제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영화 내에서 총 세 번의 도굴이 있는데 첫째는 황영사 금동불상, 둘째는 고구려 고분 벽화,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선릉이다.

"뭐라고? 선릉을 도굴한다고?"
 
 영화 도굴 스틸컷

영화 도굴 스틸컷 ⓒ CJ ENM

 
정말 발칙한 상상이다. 이 이야기는 이미 예고편에서도 나온 이야기니 스포는 아닐 것이다. 머리에 총을 겨눠도 끝까지 주저리주저리 쉴 새 없이 떠드는 능청스러운 동구, 위기 탈출 능력 또한 상당하다. 거기다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이자 인디아나 존스라 불리는 존스 박스(조우진)과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까지 합치니 환상의 궁합이다. 이 팀플레이를 이용해 서울 한복판에 있는 선릉을 도굴한다. 사실 선릉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에게 대다수 도굴 당했기에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감독은 시사회에서 선릉을 마지막 도굴 장소로 정한 이유를 다음 같이 밝혔다.

"영화의 메인 타깃인 도굴 장소는 관객들이 예상치 못한 장소였으면 했다. 우리 생활 속에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릉에서 도굴이 행해진다면 더 재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곳을 마지막 장소로 정했다."

한국인에게 익숙하면서도 베일에 싸여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대부분의 도굴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 같은 시대에 선릉을 도굴한다니! 말도 안 되는 상상이면서 동시에 있을 법한 상상이기도 해 더욱더 짜릿하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문화재를 도굴하는 영화에서 이렇게 짜릿함을 느껴도 되는 걸까? 

물론 이 영화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다. 영화적으로 따지자면 좀 더 도굴에 치중했으면 했다. 영화 내에서 반전도 있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반전이라는 점도 아쉬움을 자아낸다. 위기가 그저 휘리릭 금방 해결되는 것도 아쉽다. 한마디로 좀 더 큰 긴장감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자면 도굴꾼이 도굴만 하다 끝나는 것도 영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자칫하면 '도굴'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그저 가벼운 오락거리로만 생각될 수 있으니깐. 도굴꾼이 도굴에 성공하고 큰돈을 벌어들인 뒤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로 결말을 짓는 것도 무리가 있다. 이래서 지극히 '한국 영화스럽다'라는 말이 나온 건지도 모른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 예상 가능한 재미를 주더라도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니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팝콘 하나 손에 쥐고, 시간 죽이며 볼 영화를 찾는 분이라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가벼운 범죄 오락 영화,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영화 도굴 스틸컷

영화 도굴 스틸컷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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