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영된 JTBC '유명가수전'의 한 장면.

지난 22일 방영된 JTBC '유명가수전'의 한 장면. ⓒ JTBC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의 스핀오프 예능 <유명가수전>이 22일 종영했다.

레전드 가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이승윤-정홍일-이무진 Top3 가수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는 매주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며 <싱어게인>의 여운을 오랜 기간 간직할 수 있게 해줬다.

마지막회의 주제는 졸업식이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무명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던 Top3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전달해 줄 스승은 바로 가요계 레전드 이선희였다. 총 12화에 걸친 이야기를 매듭지음과 동시에 '졸업'이라는 의미에 걸맞은 인물의 등장이었다.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각자 준비한 음식들로 마련한 식사 자리에서 이선희는 대다수 사람들이 그를 거론할 때 많이 떠올리는 '자기 관리'에 대한 이야기로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이어갔다. 이선희는 본인 역시 데뷔 무렵 10년 넘게 차이 나는 선배가수들과 노래했었다고 말해 Top3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평행이론 관계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당시엔 당연히 부담감이 컸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이 컸었고 지금도 기억하는 순간이라고 설명하며 후배 셋을 격려했다. 

​이번 <유명가수전> 최종회에선 그동안 진행되었던 방송 이상의 감동을 줬다. 앞선 11주간의 내용에선 주로 후배 Top3와 MC 규현 등이 초대손님의 명곡을 열창하고 레전드 선배 가수는 그 중 한 명을 택해 듀엣 무대를 꾸미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이선희가 직접 후배들의 노래를 불러줌과 동시에 '아름다운 강산'(이무진), '인연'(정홍일), 'J에게'(이승윤) 등 자신의 명곡을 이들과 각각 소화하는 미니 콘서트 형식을 선보였다. 

​이승윤이 불러준 '나 항상 그대를'에 대한 답가로 이선희는 '달이 참 예쁘다고'를 선곡해 그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강산' 정도를 제외하면 타가수 노래 커버를 잘 하지 않는 데다 한참 까마득한 후배의 노래를 엄청난 관록의 대선배가 부르는 장면은 놀라움과 감동, 궁금증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왜 이선희는 이 곡을 택한 것일까?

​"이 노래를 듣고 또 듣고, 마음 속에 담으면서 (이)승윤이의 우주를 내가 담게 된 것 같아. 음악에 대한 생각이 깊고..."

직접 고른 자신의 노래... 이유 있는 선택
 
 지난 22일 방영된 JTBC '유명가수전'의 한 장면.

지난 22일 방영된 JTBC '유명가수전'의 한 장면. ⓒ JTBC

 
이날 방송에선 컬래버 무대뿐만 아니라 이선희 본인이 직접 고른 자신의 인생곡도 함께 소개되어 최종회다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먼저 등장한 곡은 지난해 발표한 정규 16집 수록곡 '청춘'이었다. 골수팬이 아니라면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작품을 두고 이선희는 "무모하리 만큼 늘 도전의식을 갖고 살았던 것 같다"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노래에 투영했다.  

두 번째로 등장한 노래는 베테랑 가수의 관록을 보여준 명곡이자 데뷔 30주년 기념곡으로 발표된 '그 중에 그대를 만나'(2014년)였다. 이선희는 "어떤 가수가 오롯이 30년을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큰 축복이자 선물이다. 나를 30년 동안 사랑해주셨던 팬들을 위해 노래 안에 그 마음을 조금 담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선 규현이 원곡의 감흥 못지않게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소화했다. 

​작지만 뜨거운 울림을 담은 명연이 방송 내내 전달되면서 화요일 밤 TV 속은 마치 선후배 합동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이어진 졸업장 수여식에서 이선희는 처음(싱어게인)과 마지막(유명가수전)을 함께하다보니 마음이 묘하고 뭉클했다며 무대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고 끝까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모범적인 오디션 스핀오프 예능​

<유명가수전>은 매주 2~3%대의 뜨겁진 않지만 소소한 시청률을 기록(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단위)하면서 <싱어게인>의 감흥을 이어감과 동시에 평일 저녁 자리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편견도 어느 정도 해소했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 종영 후엔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방치되곤 했던 입상자들의 전례를 타파하면서 '유명가수'로 조금씩 성장하는 Top3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제공했다.  

​경연이라는 부담감을 덜게되면서 기존 <싱어게인> 때와는 다르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그들이 지닌 음악적 역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선후배 가수가 함께 꾸미는 무대는 그저 딱딱하고 예측 가능한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음에도, <유명가수전> 만큼은 달랐다.  

​후배들의 성장 과정을 현장(이선희)에서 또는 TV(아이유)로 꾸준히 관찰해왔고 그들의 음악세계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은 선배 가수들이 출연하면서 틀에 박힌 칭찬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응원의 목소리가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큰 힘을 보태줬다.

이제 올해 하반기엔 <싱어게인> 시즌2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승윤-정홍일-이무진의 뒤를 이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릴 무명가수들이 대거 등장한다면, '모범적인 오디션 스핀오프 예능' 또한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니 훨씬 클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유명가수전 이승윤 정홍일 이무진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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