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장면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장면 ⓒ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러닝 타임 2시간 45분짜리 영화를 보는 게 이제 힘에 부치는 나이가 됐나 보다. 아무리 끊임없이 때려 부수며 오감을 자극하는 액션 영화라지만 영화 보는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둘째치고 이젠 허리가 아파서 앉아있기가 통 난감해졌다.

뻔한 것을 기대하며 보러 갔던 이 영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통을 참으며 볼 만하다 생각되는 이유는 차가 박살 나는 음향 효과가 주는 카타르시스, 주인공이 절벽에서 뛰어내릴 때 느끼는 스릴은 제쳐두더라도 그 의미를 반추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곳곳에 깃들어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과거로의 귀환

영화 초반 주인공 에단(탐크루즈 분)은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VR, 증강현실 등 온갖 첨단 기술이 판치는 세상에, 인편으로 전달된 가방에서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재생하는 장면에서는 이 영화를 보는 어린 관객 중엔 카세트가 뭔지 모르는 세대도 있을 테니 이런 아날로그적 소통이 새로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세기말 SF와 온갖 첩보물 영화에 머나먼 미래로 예견되었던 첨단 기술을 이미 우리 손에 하나씩 들고 실현시키고 있는 실정이니, 차라리 대세인 레트로로 회기하는 설정은 신선하고 영리한 선택으로 보였다.

근데 그것이 이번 시리즈의 복선이었을 줄이야.

#제대로 각성한 인공지능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

미 정보국에서 군사첩보용으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엔티티가 무한한 자가학습을 통해 자각을 가지고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지게 되면서 위기가 시작된다.

인간이 개발한 소스코드에서 기원한 이 인공지능은 전 세계의 전산망에 침투해 입맛대로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데, 스텔스 전함을 전산교란으로 한순간에 박살내 버린다.

그 자비 없는 전능함 앞에 인간이 당장 내놓은 대책이란 허무할 정도로,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아노미 상태가 되기 전에 중요한 기록을 매뉴얼로 문서화하는 타이핑 부대를 줌 아웃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첩보원 에단은 변장, 은신, 심리전의 귀재로 묘사되지만, 무한한 경우의 수를 예측해 미래를 조작하는 AI 앞에서는 한낱 체스판 위에서 움직이는 말에 불과할 뿐이다.

온갖 수를 다 읽으며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심지어 조롱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전원을 뽑고 컴퓨터를 박살내는 수밖에 남지 않은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준다.

전산망에 의존하는 환경에 사는 인류에게 전능한 엔티티의 존재는 곧 미래를 예측하는 수정구고, 마법 지팡이이며, 절대반지고, 타노스의 건틀렛과 다를 바가 없다.

종전에 IMF가 맞서야 할 것은 공동선의 가치에 반하는 신념을 지닌 테러조직 같은 것이었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맞서 무찔러야 할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 기술이다. 최소한 영화에서 인공지능 엔티티는 자신의 존재에 위협이 되는 것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조종한다.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선과 악 이분법적 세계관의 영화에서 인간이 맞서 싸워야 할 것은 절대악의 존재였다. 가치판단이 배제되었다 믿어온 과학기술이 인간의 본성을 똑 닮은 방식으로 각성했을 때 절대악의 모습일 수 있다는 합리적 추측(공포심)에서 영화의 설정은 설득력을 가진다.

#왜 데드 레코닝인가

데드(dead)는 신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 레코닝(reckoning)은 추산한다는 의미로 신호가 없는 동안에는 추측하여 상태정보를 갱신하는 것을 뜻하는 국방용어다.

영화에서는 엔티티의 간섭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전산으로 공유되는 정보를 차단하고 온전히 본인의 판단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또한 IT 용어로 현재의 위치를 추정할 때 출발위치와 방향, 속도, 지난 시간을 계산해 추적하는 위치추적기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바로 지금이 인류가 과학 기술에 대해 유예한 판단을 그 출발점에서부터 되돌아볼 시점임을 짚어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Key, 십자가의 상징

영화에서 2개가 교차되어 십자가 모양이 되는 열쇠(key)는 이 미쳐 날뛰는 엔티티를 통제할 유일한 실마리가 된다.

이미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 할 이가 이 열쇠를 손에 넣어 엔티티를 이용해 세계를 발아래 두려는 야욕을 내비칠 때는 절대반지의 유혹에 사로잡힌 골룸이 오버랩되었다.

주인공 에단은 엔티티가 세상에 존재해선 안된다는 명징한 신념을 지니고 열쇠를 쫒는 유일한 인물이다. 열쇠는 탐욕과 죄가 가득한 세상에 그가 오롯이 혼자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의미하는 듯하다.

인간의 원초적이면서 끝을 모르는 탐욕, 그리고 유일무이한 절대적 파워에 대한 경계가 결국 이번 시리즈의 주제의식으로 보인다.

열쇠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 동료가 되는 여주인공 그레이스의 전직이 도둑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성경에 기록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양 옆에는 같이 십자가형을 받은 범죄자가 있었는데, 그중 오른쪽에 있던 도둑(good thief)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속죄하여 구원을 약속받는다. 영화에서 그레이스는 크게 한몫 챙기면서 자신의 안위를 보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순간에 이에 반하는 결정을 하고 IMF에 합류하는 선택(Choice)을 제안받아(구원받아) 그 일원이 된다.

#인류는 폭주하는 기관차에서 내릴 수 있을까

영화 막바지에 기관사를 잃고 제어불능으로 끊임없이 경적을 울리며 폭주하는 기관차는 과학이 비판 없이 진보한다면 다 같이 공멸에 이를 수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인간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욕망하지만 눈을 가린 채 달리는 경주마는 결국 벼랑 끝에 매달리게 될 것이란 디스토피아적 결말로 영화의 엔딩크레디트는 올라갔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어두운 심연에 가라앉은 잠수함처럼 무거운 질문에 대한 답을 시리즈 8(part2)로 넘겼다. 에단과 그레이스, 열쇠 원정대의 다음 일대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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