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을 했던 그 시간이 저에게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음악을 하든 진심이 담기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윤도현)
 
"'골프가 곧 박세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제 꿈이 누군가의 꿈이 되는 순간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다. 후배들이 꿈을 꿀 수 있게 누군가는 환경을 만들어야하니까."(박세리)
 
음악과 골프라는 자신의 분야에서 이제는 개인의 꿈을 넘어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두 레전드의 고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9월 27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추석특집편으로 로커 윤도현과 골프스타 박세리가 출연하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희귀암 극복한 윤도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한 장면. ⓒ tvN

 
YB(윤도현 밴드)의 보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윤도현은 최근 희귀암을 극복하고 다시 대중 앞으로 돌아왔다. 윤도현은 림프종의 일종인 희귀성 암 위말트 림프종으로 3년간의 투병을 거쳐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했다.
 
윤도현은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시고 사랑해주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감사를 전했다. 건강검진을 통하여 암을 발견하고 5년간 조금씩 진행되어온 사실을 알게 된 윤도현은 처음엔 큰 충격을 받았으나 이내 묵묵히 마음을 추스르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윤도현은 "시간이 지나서 받아들이고 꼭 완치해야 겠다는 의지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윤도현은 항암 치료를 병행하면서도 라디오와 뮤지컬, 록페스티벌 공연 등에 참가하여 오히려 더 활발하게 활동했다. 주변에 피해가 갈까봐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최대한 숨겼던 윤도현은, 가끔 라디오에서 암환자들의 사연이 나올 때마다 유난히 더 공감하며 진심어린 격려의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고.
 
투병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인들로부터 격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는 윤도현은 배우 손지창과의 웃픈 일화를 언급했다. "손지창 형님이 '고생했겠다. 어쩐지 얼굴이 너무 안 좋아보이더라'고 하시는데, 그건 그냥 '나이가 들어서'였다. 방사선 치료할때는 형님을 뵌 적이 없다. 그때는 쌩쌩할 때 였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폭소를 자아냈다.
 
윤도현을 치료한 주치의는 공교롭게도 배우 김우빈과 같은 의사였다고. 의사는 진료실에 걸려있는 김우빈의 사진을 보여주며 "윤도현씨도 완치하여 저기 딱 걸어놓으면 많은 암환자 분들이 큰 힘을 받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윤도현은 투병 중에 만난 같은 환우들과 종종 대화를 나누거나 SNS를 통하여 서로 격려를 주고받고 위안을 얻기도 했다.
 
YB는 한때 해체와 멤버 교체를 거쳐 재결합하여 오늘날의 국민 밴드로 거듭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YB은 '너를 보내고' '사랑했나봐' 등의 명곡들을 남겼고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을 빛내는 '오 필승 코리아'를 통하여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밴드의 반열에 올랐다.

윤도현은 2021년 12월 YB콘서트에서 '흰수염노래'라는 곡을 열창하다가 돌연 눈물을 쏟았다. 당시 윤도현은 1차 항암치료의 실패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시기였다. 윤도현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어서 만든 노래인데 어느 날부터 나를 위로하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들이 노래를 합창해줄 때 '나를 위해서 불러주나?'라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고 전했다.
 
YB 기타리스트인 허준도 팔근육에 암이 생겨 12년에 걸친 투병 끝에 현재는 완치판정을 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끈끈한 우정을 드러냈다. 기나긴 투병을 이겨내고 돌아온 윤도현은 "어떤 음악을 하든 진심이 담긴 음악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스포츠 전설 박세리
 
'세상을 빛내리라"는 이름의 뜻처럼 골프 하나로 세계 명예의 전당까지 오른 영원한 골프여제 박세리가 다음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박세리는 LPGA(미여자프로골프협회) 25회 우승의 화려한 경력을 비롯하여 IMF(국제구제금융) 시대 골프로 전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안겨준 스포츠 전설이다.
 
24년의 선수생활을 마치고 벌써 은퇴 7년 차가 된 박세리는 최근에는 방송 출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육상부로 운동을 시작한 박세리는 중학교 때 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로 골프로 전항했다.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며 위기가 있었지만 오히려 마음을 다잡은 박세리는 부모님에게 "조금만 기다려, 돈방석에 앉게 해줄게"라며 당찬 패기를 보였다고.
 
박세리는 본인도 인정했듯이 남다른 훈련법으로도 유명했다. 박세리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이후 그녀의 훈련법이 뒤늦게 알려지며 언론에도 보도되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세리는 "다 실제로 했던 훈련이지만, 공동묘지에 가서 담력훈련을 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며 "당시에 골프장이 많지 않아서 산속에 묘지가 있는 경우도 있었던 게 와전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세리는 중3세이던 16세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쟁쟁한 프로들을 제치고 첫 우승을 차지할만큼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1998년에는 스무살의 나이에 과감하게 미국 LPGA 진출을 선언했다. 안정된 한국에서 계속 활동하라는 주변의 반대와 우려가 많았지만, 박세리는 순수하게 "더 큰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맨땅에 해딩하듯 도전장을 던졌다.
 
박세리는 미국 진출 5개월만에 당당히 1998년 LPGA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이어 그해 US 오픈까지 제패하며 최연소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US오픈 연장전에서 공이 연못에 빠지자 양말을 벗고 웅덩이에 들어가 '맨발 투혼'을 발휘한 장면은 지금도 전설로 회자된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한 장면. ⓒ tvN

 
박세리는 "저 대회를 우승하면서 저도 시작이 된 거다. 하면 뭐든지 다 될 수 있구나. 그래서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하나도 없다"고 고백하며 "만약에 그 샷(US오픈 우승을 확정한 퍼팅)이 실패했어도 그 선택에 대하여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보지 않으면 실패일지 경험에서 오는 교훈이 될지는 모르는 거니까. '가자, 선택했으니까 가보자'라고 생각했다"라며 강철같은 의지의 비결을 전했다.
  
이어 박세리는 "선수생활을 오래했지만, 손끝의 감각이 최고였던 것은 딱 한번, 그때(1998 US오픈)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하며 "도전을 하면서 내가 할수 있는 일들도 많아졌다"고 자평했다.
 
박세리가 한창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에 한국 사회는 IMF 구제금융으로 전국민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스무살 어린 소녀가 공이 수렁에 빠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고난을 헤쳐나와 끝내 우승을 이뤄내는 모습은, 당시 한국 사회의 상황과도 오버랩되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골프선수로서의 위대한 업적을 인정받은 박세리는 2007년 LPGA/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한국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것은 박세리와 박인비, 두 명뿐이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 입성을 전후하여 한동안 큰 슬럼프에 빠져 힘든 시기를 보내야했다. 박세리는 운동선수가 평소에 잘하던 동작을 못하게 되는 증상인 '입스'에 걸려 대회마다 부진을 거듭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훈련에만 몰두했던 박세리에게 주변 지인들까지 "미친 사람같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할 정도였다고.
 
항상 스스로에게 인색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려왔던 박세리는 혹독한 번아웃을 치른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너그럽게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박세리는 골프를 처음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하루하루를 다르게 생각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이 좀더 좋아진 것 같아. 내일은 더 좋아지겠지?"라는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2년의 슬럼프를 거쳐 2006년 박세리는 첫 메이저 우승을 안겨줬던 맥도날드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고 연장전 6전 전승의 신화를 완성했다. 당시 박세리는 우승보다 재기에 성공한데 더 감격하며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이후로도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간 박세리는 2016년을 끝으로 아름다운 은퇴를 선언하며 화려했던 골프 인생의 1막을 내렸다. 박세리는 3년에 걸쳐 은퇴를 구상하며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해왔던 일화를 밝혔다.

또한 2016년에는 국가대표팀 감독이 되어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등 이른바 '박세리 키즈'들과 함께 리우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부활한 여자골프 종목의 금메달을 차지하는 영광을 함께했다. 이제 박세리는 동시대를 풍미한 아니카 소렌스탐과 함께 전주에서 아시아 주니어 골프 대회를 10월에 새롭게 개최하며 후배 양성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세리에게 골프란?'이라는 질문을 받고 "골프가 곧 박세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세리는 "제 개인적 꿈을 위하여 시작한 골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의 꿈이 누군가의 꿈이 되는 순간이 되면서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후배들이 꿈을 꿀수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퀴즈 윤도현 박세리 유재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