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03 07:01최종 업데이트 23.10.0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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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관련 입장 밝히는 한동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사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향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립니다. 여권에선 검찰 수사를 사실상 진두지휘한 한 장관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분위기고, 야권에선 책임을 묻기 위한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그간 실세 장관으로 존재감을 과시해온 한 장관으로선 정치적 위상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총선에서 한 장관을 활용하겠다는 여권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보수 진영에서 한 장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분출되는 게 주목됩니다. 지난달 27일 이 대표 영장 기각 후 여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장관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각 지역에서 당원들이 국민의힘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왜 이재명을 구속시키지 못하느냐" "검찰은 도대체 수사를 어떻게 하는 거냐"는 비난이 쇄도했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장관에 대한 실망과 원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라앉는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 

여권에선 한 장관을 재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해집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독차지할만큼 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터라 이재명 구속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동훈의 능력이 과대평가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합니다. 한 장관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자신해 영장심사에서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걸로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한 데 대한 허탈감이 크다는 얘깁니다.


영장 기각 사태 여파로 한 장관에 대한 총선 역할론도 가라앉는 양상입니다. 당초 여권에선 김기현 대표 체제가 와해될 경우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이나 총선을 책임질 선대본부장에 앉힐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 대표 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무능론과 '정치 검찰' 비판이 커지면서 총선에서 중책을 맡길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불거지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한 장관의 총선 출마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 장관 역할론이 가라앉는 배경은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총선에선 수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 장관 등판이 중도층의 반감을 불러 되레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한 장관의 잦은 부적절한 발언에 염증을 느끼던 중도층이 이번 영장 기각 사태로 등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여권 내에서 제기된다고 합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선 한 장관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는 기류입니다. 이번 기회에 한 장관의 기세를 꺾자는 의기투합 속에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러 방안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시기에 탄핵안을 발의하는 전략입니다. 지금 당장 탄핵안을 제기하면 역풍이 될 수 있으니 일단 국정감사 기간 중 검찰과 한 장관에 대한 공격 수위를 한껏 높인 뒤 탄핵안을 내자는 겁니다.

물론 탄핵 요건으로 구체적인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하지만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장관 직무가 정지되는 것만으로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에서입니다.

현재 여권의 가장 큰 스피커인 한 장관을 총선까지 묶어두기만 해도 성공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으로선 여론의 추이와 정국 상황을 봐가면서 적절한 시점에 탄핵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래저래 한 장관이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충재의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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