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 10년 만의 FA컵 우승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스틸러스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 포항스틸러스, 10년 만의 FA컵 우승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스틸러스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장의 역전 드라마가 또 하나의 멋진 역사를 만들어냈다. 올해로 창단 50주년을 맞은 포항 스틸러스가 후반전 멋진 뒤집기 기술을 자랑하며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의 연속 우승 욕심을 잠재운 것이다. 성실한 스트라이커 제카의 감각적인 발리슛 동점골도 놀라웠지만 묵묵하게 살림꾼 역할을 해내고 있는 김종우의 왼발 역전 결승골 순간은 너무도 짜릿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4일(토) 오후 2시 15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23 FA(축구협회)컵 결승전에서 최다 우승 기록을 노리고 찾아온 전북 현대에게 4-2로 대역전승을 거두고 통산 5회(1996년, 2008년, 2012년, 2013년, 2023년) 우승 위업을 이뤘다. 10년 전 결승전 결과(포항 스틸러스 우승, 전북 현대 준우승)를 재현한 것이어서 창단 50주년을 맞이한 포항 스틸러스 팬들에게 더욱 뜻깊은 선물을 준 셈이다. 

포항의 뒷심, 후반전 3골 뒤집기

2022년에 이어 2연패, FA컵 통산 최다(6회) 우승을 노리고 찾아온 전북 현대가 먼저 골을 넣으며 달아나면서 스틸야드가 예상보다 일찍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17분에 송민규의 왼발 골이 들어간 것이다. 송민규의 오른발 첫 번째 슛은 포항 골키퍼 황인재의 슈퍼 세이브에 걸렸지만 곧바로 이어진 왼발 두 번째 슛은 골 라인 위를 지킨 수비수 하창래가 있어도 소용 없었다. 송민규가 그 실력을 인정받은 이전 소속 팀이 포항이었기 때문에 더 묘한 순간이었다.

홈팬들의 함성을 등에 업은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동점골을 터뜨려 결승전의 흥미를 더욱 드높였다. 왼쪽 측면에서 고영준이 낮게 깔아 넘겨준 공을 한찬희가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이렇게 만든 전반전 1-1 점수판은 결승전 분위기를 예열한 수준이었다. 더 뜨거운 후반전이 결승전 골잔치를 화려하게 수놓은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는 후반전 시작 후 5분 만에 정우재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또 한 번 달아났다. 골잡이 구스타보가 오른발 페널티킥을 실수 없이 왼쪽 구석으로 차 넣은 것이다. 다시 앞서 나간 전북 현대는 역시 우승 DNA를 입증하듯 거칠게 따라붙는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떼어내고 있었다.
 
'역전이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 김종우가 역전 골을 넣고 세레머니하고 있다.

▲ '역전이다'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포항 김종우가 역전 골을 넣고 세레머니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홈팀 포항 스틸러스가 그대로 물러설 팀이 아니었다. 수요일 밤 서귀포에서 벌어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준결승전에서 연장전-승부차기까지 뛰느라 지쳐 있었지만 전북 수비수들의 실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강철 체력을 모아낸 것이다. 포항 스틸러스의 세컨드 볼 집중력이 그때부터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74분에 제카의 멋진 동점골이 발리슛으로 들어갔다. 전북 수비수들이 어설프게 걷어낸 공을 향해 김종우의 헤더 패스, 고영준의 가슴 트래핑이 이어졌고 그 공이 잔디 위에 떨어지기도 전에 제카의 반 박자 빠른 오른발 발리슛이 꽂힌 것이다. 그리고 4분 뒤에 더 믿기 힘든 역전 결승골이 들어갔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승대가 빠른 판단으로 밀어준 공을 받은 김종우가 부드럽게 돌아서며 왼발 중거리슛을 정확하게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74분 제카의 동점골, 78분 김종우의 역전골 흐름은 스틸야드가 이미 용광로로 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숫자 같았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북 현대는 81분에 수비수 정우재를 빼고 날개 공격수 문선민을 들여보내는 결단을 내렸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 1분 만에 포항 스틸러스 교체 선수 홍윤상에게 쐐기골을 얻어맞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왼쪽 구석에서 심상민이 압박으로 공을 빼낸 뒤 짧은 패스를 이어받은 홍윤상이 각도가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림같은 오른발 감아차기를 톱 코너로 차 넣은 것이다.

2023-202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도 참가하면서 정규리그 2위 자리도 지키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는 10년 만에 들어올린 FA컵 우승 트로피 덕분에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연속해서 따내는 성과를 올리며 성공리에 국내 축구 시즌을 마무리하고 챔피언스리그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반면에 최강 전북 재건을 위해 단 페트레스쿠 감독을 데려온 전북 현대는 무관의 시즌 현실이 가시화됐다. 포항 스틸러스처럼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고 있지만 우승 후보로 전북 현대를 손꼽는 축구 전문가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2023 FA컵 결승전 결과(4일 오후 2시 15분, 포항 스틸야드)

포항 스틸러스 4-2 전북 현대 [골 : 한찬희(44분,도움-고영준), 제카(74분,도움-고영준), 김종우(78분,도움-김승대), 홍윤상(90+1분,도움-심상민) / 송민규(17분), 구스타보(51분,PK)]

2010년 이후 FA컵 우승-준우승 팀 목록
2023년 우승 포항 스틸러스, 준우승 전북 현대
2022년 우승 전북 현대, 준우승 FC 서울
2021년 우승 전남 드래곤즈, 준우승 대구 FC
2020년 우승 전북 현대, 준우승 울산 현대
2019년 우승 수원 삼성, 준우승 대전 코레일
2018년 우승 대구 FC, 준우승 울산 현대
2017년 우승 울산 현대, 준우승 부산 아이파크
2016년 우승 수원 삼성, 준우승 FC 서울
2015년 우승 FC 서울, 준우승 인천 유나이티드 FC
2014년 우승 성남 FC, 준우승 FC 서울
2013년 우승 포항 스틸러스, 준우승 전북 현대
2012년 우승 포항 스틸러스, 준우승 경남 FC
2011년 우승 성남 일화, 준우승 수원 삼성
2010년 우승 수원 삼성, 준우승 부산 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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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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