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현성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가수 김현성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 차원

 
2023년은 노래 '이등병의 편지'가 만들어진(1983년) 지 40년, 간토 대지진 이후 조선인 집단 학살이 벌어진(1923년) 지 100년이 지난해다.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현성은 40년 전 21살 때 기타를 치며 이등병의 편지를 만들었고, 올해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1923'의 주제가를 불렀다. 오는 11월 24일에는 수익금 전액을 '1923' 후반 작업에 후원하는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수 김현성씨를 만났다. 김현성, 전인권, 김광석, 윤도현 등의 목소리를 통해 잘 알려진 '이등병의 편지'의 작곡가다. 그와 함께 최근 군 사고 및 세계 전쟁, 음악에 대한 이야기까지 두루 들을 수 있었다.

아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이등병의 편지, 40년 내내 사랑받는 곡이 될 줄 당시에는 알았나.
"몰랐다(웃음). 그래도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내가 1984년 12월 17일 군대에 갔는데, 그 이틀 전인 15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녹음실에서 녹음했다. 그때 주변 반응이 아주 좋았다. 한때는 반국가 정서에, 슬프고 염세적이라고 KBS에서 방송 금지곡이 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더 세월이 지난 후에는 '아름다운 노랫말상'을 받기도 했다. 참 긴 시간이 흘렀다."
 
- 오랜 기간 사랑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간단하다. 우리나라에 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지 않나. 같은 민족과 70년 넘게 대치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평화협정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또 '이등병'의 편지이기에 더 마음을 울리지 않나 싶다. 군인 중에서도 병사, 병사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계급 아닌가. 의무적으로 그런 이등병이 돼야 하는 상황이니, 심정이 어떻겠나.

이번 채 상병 사건을 봐도 그렇다. 어처구니가 없는 죽음인데, 그걸 또 덮으려고 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많이 있었다. 정말 죽은 사람들만 억울했다. 그때는 뉴스에도 안 나오는 일도 많았다. 무사히 군 복무를 마치고 나온 경우는 정말 행운이었다. 나도 내 아들 둘이 무사히 군 복무를 마쳐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노래가 더욱 슬프고 감동적으로 들린 것 같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군대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노동 현장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나.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안 되고. 그래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노란봉투법'도 꼭 제정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 '이등병의 편지'는 어떤 노래라고 생각하나. 또 앞으로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나.
"나는 항상 내 노래가 혼자 골목길을 걷다 만나는 별빛처럼, 가로등처럼 소리 없이 잔잔한 위로를 주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과거에 어떤 사건들에 있어, 좀 더 격렬하게 강하게 메시지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되고, 나는 '이등병의 편지'나 '가을 우체국 앞'에서 같은 음악을 원한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방법과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지 않나. 특히 예술은 더 그렇다.
 
존 레논의 노래 '이메진'을 참 좋아한다. 생각을 깊이 하게 만드는 곡, 그러면서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곡이 나는 좋은 것 같다. 언젠가 모든 것은 사라지고 약해지겠지만, 거기에 무엇이 남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글축제 이등병의 편지 40주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K-POP을 통해 한글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우리가 백석과 윤동주의 시를 왜 좋아하는지, 왜 그들이 그렇게 시를 썼는지도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한다."
 
- 최근 가요계의 음악 경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좀 아쉽다.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가사가 아름답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탔다.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에게는, 그의 가사가 엄청난 감동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노래에서 그만한 감동을 느낄 수 없다. K-POP이 이렇게 대세인데, 가사의 깊이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노래들에서 나타나는 특정 상황에 대한 반복적인 묘사도, 너무 단순한 느낌을 준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음악이 가지는 사회적인 역할과 의미를 더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안부도, 간토 대지진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일"
 
 가수 김현성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가수 김현성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 차원

 
- 가수 윤도현씨와 오래도록 인연을 유지중이시다. 이번 콘서트도 함께 했는데.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다녔다. 내가 뭔가를 가르친다기보다, 직접 좋은 곳과 사람들과 음악을 경험하며 느낄 수 있게 도운 거다. 김민기 형을 만나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그냥 '동행'하는 거다. 이후 도현이가 오디션을 봐서 민기 형의 작품 '개똥이' 주인공으로 발탁돼 뮤지컬에 데뷔하기도 했다.

동네 음악 선배로서 내가 의도했던 방향들이다(김현성과 윤도현은 같은 파주 출생이다). 당시 도현이는 어렸지만, 사람은 어리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충분히 자기가 느끼고,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그 길을 함께했을 뿐이다. 지금도 도현이가 하는 일과 음악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더 좋은 차를 타기 위해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나와 비슷한 길을, 나보다 더 훌륭하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 가수 김현성은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시대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예를 들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옮기는 문제, 그게 나와 내 노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역사이기 때문에 다 상관이 있는 거다. 항상 옳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 자우림 김윤아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이야기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근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개념 없는 연예인'이라고 공격한다. 이해가 안 간다."

- 콘서트가 이번 주 금요일(24일)로 다가왔다. 
"다큐멘터리 영화 '1923'을 이야기하는 자리이기도 하면서, 내 노래 이등병의 편지 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영화에 작은 기금이라도 지원해보고자 시작했다. 영화 제작은 마무리됐는데, 내년 개봉을 위해 후반 작업이 필요하다. 내가 일본어로 부른 주제가도 나온다. 일본 사람들에게 우리의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나도 당시 간토 대지진과 일본인에 의한 조선인 학살이 일어난 자리에 영화 제작진과 함께 다녀왔다. 지금은 아름답고 깨끗한 강변인데, 그때는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강이 피바다가 됐다고 한다. 노인들이 어릴 때 본 광경을 증언하는데, 정말 참담하더라. '봉선화'라는 일본인들이 만든 추모 모임이 있는데, 9월 1일 학살 100주기를 맞아 추모 행사를 하길래 나도 가서 노래를 불렀다. 위안부도, 간토 대지진도 모두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일이다. 나중에는 5.18이나 전태일을 소재로 한 노래극도 만들어보고 싶다."

- 학살과 전쟁, 평화의 가치가 다시금 간절해진 시대가 온 것 같다.
"다 소중한 생명이고, 누군가의 자녀들이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도,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모두. 북한의 청년들은 또 어떤가. 콘서트 포스터에도 김해성 화가의 '우크라이나 소녀'라는 그림을 넣었다. 총 대신 꽃을 들고 있다."

한편 '이등병의 편지' 4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다큐 1923>은 11월 24일 금요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에 자리한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펼쳐진다. 김현성, 김덕호, 김용호, 이윤창, 김가을 등 음악가들이 출연할 예정이며 윤도현(밴드 YB 보컬), 김태영(영화 '1923' 감독), 임의진(시인 겸 화가), 권미강(시인) 등도 함께한다. 공연 수익금 전액은 다큐멘터리 영화 '1923' 후반 작업 후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이번 콘서트의 프로듀서를 맡은 강욱천 한국민예총 사무총장은 "간토 대지진과 대학살, 지금 전 세계의 전쟁이 모두 '평화'라는 고리로 이어진다"며 "지금 시대 꼭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희생당한 우리 조선인들과 현재 전쟁으로 희생되는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평화가 정말 절실한 시대"라며 "'반전'을 향한 지구적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김현성 이등병의 편지 40주년 기념 <콘서트 다큐 1923>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전통문화예술공연장
2023.11.24(금) 19:00
김현성 이등병의편지 콘서트다큐1923 김기현김윤아 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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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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