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3일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은 개봉 첫주에만 전국 271만 3302명(배급사 집계)를 동원해 압도적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전국 912개 스크린에서 상영되었으며, 31일(목) 작업한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 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의하면 총 극장관객의 71.5%를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예매율은 2주차가 되면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여파로 관객이 증가한 <밀양>에 근소한 차로 쫓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스크린수가 3배 가량 차이가 나는 가운데 (<밀양> 전국 269개 스크린) 예매율이 실제 관객 동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지는 알 수 없다.

▲ <캐리비안의 해적>은 지난 주말 912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기록을 세웠다.
ⓒ 월트디즈니
<스파이더맨3>를 거쳐 <캐리비안의 해적>까지 연이어 전국 8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되면서 '스크린독과점' 논란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괴물>이 전국 620개 관에서 개봉, 스크린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킬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절대적인 스크린수가 300개 가량 상승, 900개 이상으로 높아졌다. 또 지난해 12월 영진위 통합전산망 가입 유인책으로 극장의 영화상영신고 의무가 사라지면서, 극장 시간표의 유동성이 증가했고, 이는 곧 한 영화의 '쏠림현상'을 부추겼다.

극장은 최근 관객수를 바탕으로 시간표를 변경, 소위 '대박영화'에 스크린을 제공한다. 한 배급 관계자는 "디지털 상영뿐 아니라 한 벌의 필름으로도 다수의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며, "배급사에서조차 상영 이후에야 정확한 스크린수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극장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관객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멀티플렉스의 경우 객석률(객석수 대비 관객수)을 근거로 스크린수를 정한다"며, "관객이 선호하는 영화를 많이 상영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스크린독과점이라는 표현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극장협회 최백순 상무는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개별극장은 건물 임대료도 내지 못할 만큼 적자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며, "900개 스크린이나, 절반의 스크린에서 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볼 수 없으나, 극장의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흥행작을 선택하는 것을 불가피하다"고 했다.

▲ 지난주 32만여 명을 동원, 흥행 2위를 차지한 <밀양>의 관객점유율은 9.6%에 불과했다.
ⓒ 시네마서비스
하지만 극장의 쏠림 현상을 '관객들의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는 입장도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인 김대승 감독은 "한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면 작은영화는 초반부터 교차상영을 하게 된다"며, "관객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영화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나친 극장의 간섭이 관객의 볼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도배를 하다가 관객들이 질려 떠나면 한국 극장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반문하기도 했다.

스크린독과점에 대한 찬반이 명확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영진위는 "언론에서 논란이 되고 산업측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만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배급사와 극장이 서로 원해 스크린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법에 걸리는 사안이 없다"며, "천영세 의원실이 발의한 스크린독과점 관련 법안이 다시 논의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법적 제도적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또 "영화산업에 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배급행위를 불공정행위로 입증하고, 법을 적용할 때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의 불공정행위로 적용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며, "이럴 경우 극장이나 배급업자가 헌법소원을 낼 때, 그것을 방어할 논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영진위는 현재 불공정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문화관광부 차원의 고시나 의무규정 신설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멀티플렉스 규제를 골자로 하고 있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는 천영세의원실은 "영진위는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배급에 초점에 맞추고 있다"며, "이 문제는 상영, 즉 극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멀티플렉스와 개별 극장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멀티플렉스의 규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스크린독과점으로 인해 한국 극장가가 공동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백순 상무는 "8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상영한 <스파이더맨3>가 500만도 안들었다"며, "현재 겪는 불황에 대해서는 영화계 전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2007-06-01 14:5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밀양 캐러비안의 해적 스크린독과점 영화진흥위원회 멀티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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