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 파더>는 감정을 과잉공급하지 않아 깊은 감동을 만들어 낸다.

영화 <마이 파더>는 감정을 과잉공급하지 않아 깊은 감동을 만들어 낸다. ⓒ 시네라인(주)인네트


입양아가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스토리. 어쩌면 우리는 TV에서 극적으로 상봉하는 가족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그들을 보면서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래서 어쩌면 영화에서조차 이런 모습을 본다는 사실이 별다른 매력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를 뒤로 하고 입양아가 아버지를 찾아나선다는 영화 <마이 파더>가 등장했다. 사실 입양 수출 국가 4위라고 하니, 이런 소재를 영화나 드라마로 이제껏 다루지 않았던 것이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마이 파더>는 한국으로 아버지를 찾아온 제임스(다니엘 헤니)의 이야기다. 그의 아버지는 교도소에 살인범으로 복역 중이다. 사실 이러한 스토리를 볼 때 이미 영화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진부함을 감동으로 바꾸어 놓을 만한 자신감이 있었다. 바로 영화가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KBS 일요스페셜 <나의 아버지>에 방영된 입양아 애런 베이츠 이야기가 토대다. 제작사는 익숙한 스토리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감동의 눈물을 선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침묵이 만든 절대 미학

<마이 파더>는 소재를 어떻게 요리해내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 그 점에서 <마이 파더>는 훌륭하다. 이와 같은 이야기에서 흔히 등장하는 감정 과잉을 없앴다.

사실 소재만 놓고 볼 때, 영화가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을 누구나 충분히 알 수 있다. 22년 만에 아버지를 찾으러 고국에 돌아온 제임스, 한국이름은 공은철. 여느 입양아처럼 자상한 양부모 아래 건실한 청년으로 자랐다. 늘 친부모를 찾고 싶어하던 그는 주한미군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한 뒤, 신요셉(김인권)의 도움을 받아 TV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모 행방을 수소문한다.

마침내 친부를 찾지만 친부는 살인죄를 저질러 감옥에 투옥된 사형수 황남철(김영철)이다. 10년째 복역 중인 아버지와 만남. 그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만남은 결국 충격과 실망으로. 그러면서도 반가운 공은철. 감정은 혼란스럽기만 하고, 아버지의 진심을 저울질하며 시간을 흘려 보낸다. 오랜 시간 자신을 버린 것에 대한 원망도 잊은 채 이전에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아버지는 한국어로, 아들인 그는 영어를 사용해 서로 대화조차 힘들지 않았던가.

 서툰 한국어 발음이 진심이 묻어나도록 연기를 자연스럽게 한 다니엘 헤니

서툰 한국어 발음이 진심이 묻어나도록 연기를 자연스럽게 한 다니엘 헤니 ⓒ 시네라인(주)인네트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소재는 넘친다. 그러나 여기서 영화는 미덕을 발휘한다. 거기에는 침묵이 대신 자리한다. 그 침묵은 오히려 그들이 서로간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서로 그리워하고 원망하는 모습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또한 서로 한국어로, 영어로 대화를 하는 가운데, 조금씩 남모르는 정이 쌓여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침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가령 그들의 만남과 갈등을 내레이션 혹은 눈물을 호소하는 에피소드를 넣어 풀어갔다면 감정 과잉이 되어 관객들은 역시나 '다르지 않는 영화구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연기는 극의 매력으로 빛나

여기에 두 주인공의 연기가 영화의 진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사실, 중년배우 김영철의 선굵은 연기는 이미 드라마 <왕건>에서 선보인 바 있다. 그래서 그의 연기를 영화를 보기 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역시나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형수를 연기해 내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했다는 김영철은 과거의 죄를 저질러 인생의 회한을 느끼는 사형수로, 자식을 버린 부끄러움에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특히 그의 연기는 다니엘 헤니의 연기를 반사해서 빛나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사실 <미스터 로빈 꼬시기>를 본 관객들이라면 멈칫거렸을지도 모른다.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는 김영철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는 김영철 ⓒ 시네라인(주)인네트


과거 유창한 영어발음이 과하거나, 서툰 한국어 실력이 눈에 거슬렸겠지만, <마이 파더>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딱 제임스 파커이자 공은철이었다. 22년 만에 찾은 보고픈 아버지가 사형수라는 상황 앞에서 복잡한 심경을 다니엘 헤니는 잘 표현해 냈다.

후반에 술을 먹고 고성을 질러대며 아픔을 연기한 그를 보면서 비로소 연기를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여기에 그가 보여준 서툰 한국어 발음은 눈에 거슬리지 않고 진심이 느껴져 연기는 더욱더 빛을 발한다. 그가 보여준 연기는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영화는 줄곧 아들과 아버지가 만나는 접견장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미군과 한국군 입양아를 통해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통해 지루함을 걷어냈다. 2002년 효순·미선 사건으로 반미감정이 일어났던 상황을 미군과 한국군 입양아의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게 무척 흥미로웠다.

또한 간간이 벌어지는 공은철과 아버지의 사식 화제 대화는 약간의 코믹함이 느껴져, 영화에 여유를 만들어냈다. 감동과 재미가 적절히 버무려진 영화, 그게 <마이 파더>다.

영화 마이파더 다니엘헤니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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