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강 진출팀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시즌 종반까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만큼 치열했던 순위 싸움이 마지막까지 선전을 하던 LG가 최근 4연패로 밀려나면서 서서히 종착역을 향해 가고있는 것.

4강이라는 첫 번째 고비를 넘긴 4팀은 이제 진정한 승자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언덕을 넘을 준비를 해야 한다. 마지막 언덕이란 당연히 포스트시즌을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정규시즌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을 선보인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눈부신 활약을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난히 승부사의 기질이 강한 이른바 '큰 게임의 사나이'들은 올 시즌도 어김없이 나타날 것이다.

물론, 어떤 선수가 그런 깜짝 활약을 할지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지만 이전에 큰 게임에서 유난히 강한 선수들을 주목해 볼 필요는 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큰 게임에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강심장'들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강심장 중 한 명이 삼성의 김재걸이다.

한국시리즈 사나이 '걸사마' 김재걸

 한국시리즈의 사나이 김재걸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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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 가장 주목해 볼 선수는 김재걸이다. 김재걸은 2005년 두산과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부상으로 빠진 주전 2루수 박종호를 대신해 출장기회를 잡았던 백업 선수였지만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 2차전에서는 3타수 3안타 2볼넷을 기록하는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운 바 있다.
김재걸은 이듬해인 2006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한화에 2-2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2ㆍ3루에서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등 자신이 '한국시리즈용' 임을 과시했다.

김재걸의 한국시리즈 맹활약은 2002년에도 있었다. 김재걸은 LG와 벌어진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7-10으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LG의 마무리투수 이상훈에게 안타를 때려내며 극적인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재걸은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으로 '걸사마'라는 애칭까지 생겼을 정도로 유난히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다.

올 시즌 삼성의 포스트시즌에서 권혁-오승환의 필승계투조와 함께 김재걸의 활약을 주목해봐야 하는 이유다.

'포스트시즌 스타'가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한화의 최영필은 2005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발-중간-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나서며 홀로 고군분투를 했던 선수다. 당시 인상깊은 활약으로 한화를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준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기도 했던 최영필은 올 시즌 한화의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눈여겨 볼 선수기도 하다.

2006년에는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최영필은 최근 다시 한 번 힘찬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두산에서는 돌아온 홍성흔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이팅이 철철 넘치는 홍성흔은 신인시절부터 배짱이 큰 것으로 유명한 선수다.

특히 홍성흔에게는 2004년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2-2 동점인 연장 12회 만루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린 경험이 있다. 포스트시즌 연장에서 만루홈런을 때린 선수는 홍성흔이 유일하다. 큰 경기 분위기에 압도당하지 않는 강한 자신감이 홍성흔의 장점이다. 올해 부상으로 시즌의 대부분을 놓쳐버린 홍성흔은 개인적으로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이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다.

 포스트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SK의 김재현
ⓒ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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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SK에서 눈여겨 볼 선수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LG 소속으로 극적인 역전타를 때려냈던 김재현이다.
당시 김재현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의 노장진에게 적시타를 때려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심어주었다.

골반과 다리를 잇는 관절이 썩어들어가는 질병 때문에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김재현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집어넣고 대타로 기용했던 당시 LG 감독이 현 SK의 김성근 감독이라는 것도 꽤나 의미가 있는 일이다.

유니폼을 바꿔입고 5년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나설 김재현의 활약도 관심거리지만 큰 경기 경험이 있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은 SK에서 한국시리즈 경험이 있는 김재현의 역할은 보이는 성적 이상으로 중요하다.

126게임을 치르는 장기레이스와 불과 7전 내외로 승부를 가리는 단기전은 엄연히 다르다. 간신히 4강에 턱걸이 한 팀이라도 얼마든지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단기전의 묘미다. 그리고 이런 묘미를 더해주는 것이 바로 이들 '포스트시즌 스타'들의 활약이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과연 제2의 '걸사마'가 누가 될지, 어느 선수가 새로운 포스트시즌 스타로 탄생할지 관심있게 지켜보자. 포스트시즌 스타가 탄생하는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김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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