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우승을 샀다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다."

 

다른 팀 관계자들이 “삼성의 우승은 FA 선수나 다른 팀의 스타 선수들을 영입해 돈으로 만든 우승”이라고 비아냥거릴 때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이 자주 꺼낸 말이다.

 

전통적으로 선수를 키워 쓰기보다는 다른 팀의 스타급 선수를 사서 쓰는 방식으로 전력 보강을 취했던 삼성이었지만, 그래도 선동렬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는 이러한 무분별한 선수 영입은 많이 사라졌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삼성하면, ‘든든한 자금력을 앞세운 과감한 선수 영입’이 돋보이는 팀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듯 팀 내에서 선수를 키우기보다 타 팀의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다보니 타선 세대교체는 항상 눈 앞의 성적에 밀려 뒷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삼성 타선엔 노장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그랬던 삼성이 준PO에서 탈락으로 2007 시즌을 마감하면서 해묵은 과제였던 '타순의 세대교체'를 이룰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리고 노장 선수들의 방출을 신호탄으로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삼성의 체질개선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2005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결승타를 친 김종훈

2005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결승타를 친 김종훈 ⓒ 서민석

체질 개선의 신호탄인 노장의 방출

 

한화와 두산의 PO가 한창이던 17일, 현역 시절 삼성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지금은 삼성의 재활군 코치와 2군 타격코치로 있는 이선희-박흥식 코치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여기에 팀 배팅에 능하고 주전급은 아니지만 고비 때마다 팀 공격의 활로를 뚫어줬던 김종훈-김대익과 공격은 다소 떨어지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수비력을 보유한 박정환까지 방출했다. 코치와 노장 선수들과의 결별선언은 팀 체질개선의 신호탄인 셈이다.

 

역시 주목할 점은 노장 선수들의 방출이다. 비록 주전급 선수들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대타나 대수비로 괜찮은 활약이 가능한 노장 선수들을 방출시킨 것은 다소 의외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 보면, 그만큼 삼성이 얼마나 이번 기회를 통해 팀의 오랜 숙원인 세대교체를 이루고자 하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그에 비해 활약은 미미한 선수들을 과감하게 방출시키고, 이들에 가려 제대로 된 기회조차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결국, 당장에 검증된 노장들을 내보내면서 객관적인 전력의 약세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하면서 세대교체를 통해 팀 체질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은 이번 스토브리그에 닥칠 삼성 내부의 개혁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입지가 위태로운 김한수

입지가 위태로운 김한수 ⓒ 서민석

'풍전등화'와 같은 처지의 노장들

 

김종훈-김대익-박정환등의 방출은 삼성 타순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다. 그렇다면, 이번 세대교체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당장 입지가 위태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삼성에서만 14시즌을 뛴 프렌차이즈 스타 김한수와 2루수 박종호가 될 것이다.

 

우선 김한수의 경우는 한때 삼성의 주포로 공격과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부쩍 공격에서 노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호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 때문에 4월 27일 현대전 출장을 끝으로 일찌감치 올 시즌을 접을만큼 그의 활약은 미비했다.

 

특히나 두 선수의 입지를 더욱더 위태롭게 하는 대목은 바로 1루에 채태인, 2루에 신명철이라는 젊은 선수들이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다는 것이다.

 

'삼성의 차세대 좌타 거포'로 불리는 채태인(타율 0.221 1홈런 10타점)은 시즌 막판 뛰어난 타격감을 선보이면서 내년 시즌 활약을 예고한데다 아마 시절 '제 2의 이종범'으로 까지 불린 신명철 역시 올 시즌 삼성으로 이적한 이후 처음으로 100안타를 기록(타율 0.252 5홈런 31타점 19도루)하면서 2루를 든든하게 지켰다. 특히나 두 선수의 경우 나이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향후 3~4년은 내야 한 포지션을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상무에서 복귀하는 박석민과 2군 북부리그 타격 3관왕(타율,타점,홈런)에 오른 경찰청의 최형우. 그리고, 신인 지명을 받은 우동균, 김경모 등도 삼성 타순 세대교체의 전령사가 될 것이다. 물론, 기존의 삼성에 젊은 피였던 조영훈-조동찬 역시 내년 시즌엔 더욱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한수와 박종호의 입장에선 이제 삼성에서의 입지가 '풍전등화'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트레이드와 외국인 타자 영입이 해법?

 

 박종호의 빈 자리를 메운 2루수 신명철

박종호의 빈 자리를 메운 2루수 신명철 ⓒ 서민석

그렇다면 앞으로 삼성의 체질개선은 어떤 식으로 될까? 역시 타자의 세대교체에 그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준수한 불펜 투수들이나 베테랑 선수들의 트레이드가 방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올 시즌 토종 에이스인 배영수의 부상으로 선발 투수 구성에는 애를 먹었지만, 상대적으로 불펜 투수는 풍성하기 때문이다.

 

일단,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윤성환을 시작으로 안지만-권오원-권 혁-임창용에 올 시즌은 다소 부진했지만, 언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권오준-임동규등 타 팀에서 탐낼만한 투수들은 제법 있다. 특히나 올 시즌 가을 잔치에 실패한 팀들 중에는 셋업맨이나 마무리가 없어 경기 중·후반 역전패 한 경우가 많은 팀들이 있기 때문에 카드만 맞으면 얼마든지 과감한 트레이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에는 외국인 타자도 한 명 영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시행된 이후 삼성은 찰스 스미스나 훌리오 프랑코-마르티네스등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외국인 타자 성공사례가 없었다. 물론, 트로이 오리어리-카를로스 바에르가등 메이저리그에서 한가닥하는 선수를 영입하기도 했지만, 썩 만족스러운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레이드를 통한 방법 못지않게 외국인 타자의 영입 역시 타순 세대교체에 핵심이 될 것이다.

 

과연 삼성이 팀의 오랜 숙원인 '타순의 세대교체'를 이뤄 비대해진 팀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2007.10.18 11:47 ⓒ 2007 OhmyNews
삼성 라이온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