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략 겨루기 6강 PO에 오른 그 순간, 욕심은 끝이 없다. 네 감독의 선수 기용술이 어떻게 빛을 낼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 지략 겨루기 6강 PO에 오른 그 순간, 욕심은 끝이 없다. 네 감독의 선수 기용술이 어떻게 빛을 낼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 이성필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져 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 축구팬들을 땀 흘리게 했던 프로축구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가 오는 20~21일 양 일간 6강 플레이오프(이하 6강 PO)를 통해 가을 잔치의 서막을 연다. 6강 PO에는 모두 네 팀이 겨루기를 통해 두 팀만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영광을 얻는다.

누구의 발끝에서 축포가?

먼저 20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는 올 시즌 4위로 '도민구단' 돌풍을 일으킨 경남 FC가 핵심 선수들의 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포항 스틸러스를 만나 준 PO 진출 겨루기를 한다.

21일에는 1960~70년대 국가대표 명콤비로 이름을 높인 김정남·김호 감독의 울산 현대-대전 시티즌 간의 겨루기가 있다. 2005년 우승 후 다시 한 번 가슴에 별을 새기고픈 울산과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수원 삼성을 1-0으로 물리치고 극적으로 6강 PO에 진출, 큰 감동을 선사했던 대전의 겨루기는 가장 관심이 높은 경기다.

두 경기에서 주목할 만한 대상은 양 팀의 공격을 주도하는 선수들이 1순위로 꼽힌다. 경남은 뽀뽀(7골 9도움)-까보레(17골 8도움) 두 외국인 공격수와 시즌 중반 수원에서 이적해 거침없는 공격포인트 행진을 벌였던 정윤성(6골)이 공격의 핵이다. 이들의 발끝에서 경남의 운명이 좌우된다.  

포항은 조네스(4골)-슈벵크(3골) 두 외국인 공격수가 경남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해줘 팀 기여도가 높다. 더불어 도움왕 따바레즈(11도움)에 특급 조커 이광재(4골)가 언제든 준비하고 있다. 1·2군을 오르내리는 부진을 겪었지만 국가대표 출신의 공격수 최태욱도 있다.

울산은 이천수(페예노르트)의 네덜란드 리그 이적 후 공격에 다양성이 생기면서 장신 공격수 우성용(7골 5도움)을 비롯하여 U-20 청소년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이상호(2골) 등이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공격수 알미르(5골)의 다양한 포지션 소화도 울산의 공격을 더욱 강하게 하는 요인이다. 

대전은 '데빡이' 데닐손(14골 5도움)-브라질리아(3골)-슈바(8골)로 이어지는 공격 편대에 갈수록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고종수에 눈길이 간다. 특히 세 외국인 공격수는 정규리그에서 대전이 기록한 34득점의 65%를 차지한다. 이들의 발에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말고도 주목받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숨어있는 1인치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다. 결정적인 순간 공격포인트로 이어지는 패스나 예리한 프리킥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플레이오프라는 정규리그와 다른 경기에서는 소위 '미친' 선수 한 명이 나오면 경기 흐름은 알 수 없게 된다.

 산토스, 김기동, 이종민, 박도현 선수(사진 왼쪽부터)

산토스, 김기동, 이종민, 박도현 선수(사진 왼쪽부터) ⓒ 프로축구연맹


경남-산토스 "탁월한 수비조율로 포항의 공격을 막는다"

올 시즌 경남 수비를 조율했던 산토스는 수원의 마토와 함께 현존하는 K리그 최고 외국인 수비수로 평가받는다. 2003년 포항에서부터 선수 생활을 했던 그는 2006년 경남의 창단과 함께 이적해 수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산토스는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도 경기를 읽는 능력과 탁월한 시야로 박항서 감독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 특히 현재 포항의 주축으로 자리한 주요 선수들과 같이 생활했던 터라 특징을 잘 알고 있기에 그에 대한 믿음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토스는 지난달 16일 대구 FC와의 경기에서 턱 골절 부상을 당해 이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박항서 감독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경기 하루 전 발표 된 출전명단에 그는 대기 선수로 들어가 있지만 당일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선발로 출전할 수 있다.

포항-김기동 "노련한 경험으로 중원을 지배한다"

어느새 K리그에 데뷔 한지 15년이 지났지만 김기동(35)은 강철 체력과 경험을 앞세워 포항 허리의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421경기(10월 19일 현재)에 출전해 현역 선수들 중에는 골키퍼 김병지(FC서울)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필드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김병지와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김기동의 자기관리는 철저하다. 각종 보양식 섭취로 체력을 보강하면서 술·담배와는 거리를 멀리한다. 90분 동안 지쳐서 쓰러지는 장면을 그에게 보기 어려운 이유다. 500경기 출전을 목표로 세운 것도 뒤에서 혼신의 노력을 한 결과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포항의 특성상 김기동의 비중은 상당하다. 경기가 안 풀리면 수비에 가담하다가 공격에 참여해 4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올 시즌 경남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는 전반 5분 득점에 성공하며 2-1 승리를 거두는 원동력이 됐다. 인천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종료 뒤 "경남이 우리만 만나면 잘 못한다. 이런 점을 이용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인 것도 김기동의 이런 특성을 반영한다.

울산-이종민 "빠른 발로 대전의 조직력을 깬다"

2005년 수원에서 이적 후 술술 풀리더니 어느새 울산 오른쪽 측면의 핵심 선수로 자리했다. 거침없는 돌파력에 프리킥 능력까지 장착해 갈수록 기량에 물이 오르고 있는 이종민은 이천수의 이적 후 전담 프리키커로 자리하고 있다.

이종민의 욕심은 대단하다. 지난달 29일 홈에서 열린 친정 수원과의 경기에서 이상호의 선제골을 도우며 맹활약했다. 경기 종료 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수원 시절에는 팬들에게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확실히 보여줬다"면서 "올 시즌 반드시 우승하도록 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보였다.

한 가지 변수라면 수원시절 그를 키워 낸 김호 감독이 대전의 사령탑으로 자리했다는 것이다. 이종민은 경남의 정윤성 포항의 조성환 등과 함께 일명 '김호의 아이들'로 불린다. 그의 특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김호 감독이 이종민을 막는 방법을 고안한다면 그도 꼼짝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종민 스스로 노력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대전-박도현 "예리한 패스로 울산 스리백을 무너트린다"

박도현은 2003년 부천 SK(현 제주 UTD)를 통해 K리그에 데뷔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자기 관리가 철저하지 못해 방출당했고 이후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내셔널리그 김포 할렐루야(현 안산 할렐루야)에서 뛰며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해 지난해 팀을 후기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 결정전까지 오르게 했다.

안산의 이영무 단장(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박도현에 대해 "상당한 활동력과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호 감독도 그를 "패스가 일품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지도자의 말대로 박도현은 수원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전반 25분 장현규에 그림 같은 패스를 이어주는 등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런 박도현도 올 시즌 어깨 부상을 당하는 등 불운을 겪었다. 아직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는 것도 단점이다. 그래도 팀 분위기가 좋은 상황과 자주 노출되지 않았던 점은 울산을 긴장하게 한다. 그의 발이 대전을 준PO로 이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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