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 경험이라고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김포 할렐루야(현 안산)를 통해 챔피언결정전을 두 번 치른 것이다. 상대였던 고양 국민은행과 접전 끝에 1무1패로 무릎을 꿇어 너무나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그는 대기실에서 동료와 분을 가라앉히며 다음해에는 우승해 꼭 K리그에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2003년 대전 시티즌의 박도현(27)은 부천SK(현 제주UTD)를 통해 프로에 발을 들였던 경험이 있다. 당시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두 경기만을 치르고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기억하고 있던 최윤겸 전 대전 시티즌 감독(2003년 당시 부천SK 감독)은 1년 계약으로 손을 잡아줬다. 내셔널리그에서 뛰며 FA 자격을 획득해 프로 재입성에도 문제가 없었기에 결심을 한 시즌 시작과 함께 주전과 후보를 오가며 대전에 힘을 불어 넣었다.

 

대전에서 미약한 존재지만…

 

박도현 대전 시티즌의 숨겨진 보석 박도현. 그는 복귀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신을 출전시켜 준 김호 감독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 박도현 대전 시티즌의 숨겨진 보석 박도현. 그는 복귀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신을 출전시켜 준 김호 감독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 강창우

잘 나가면 누군가 시기하는 것일까? 부상이 찾아왔다. 오른쪽 어깨를 다치면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은 최윤겸 감독-이영익 코치 간의 폭행 사태까지 일어나는 등 최악의 분위기로 치달았다.      

 

그래도 재활을 통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다. 1년 계약이기에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이든 보여줘야 했고 내년에도 K리거로 남고 싶다면 안산에서 보여줬던 공격형 미드필더로의 재능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했다.

 

안산으로 되돌아가도 상관은 없지만 이왕이면 되기 힘든 K리거로 성장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그가 없는 안산은 후기리그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나병수 감독은 "박도현의 공백이 너무나 크다"고 그의 비중을 표현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 그는 김호 감독의 눈에 띄어 오른쪽 측면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번갈아가며 경기를 소화했고 팀은 연승 행진을 달렸다.

 

6강 진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수원 삼성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환상적인 패스를 선보이며 대전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21일 오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 김호 감독은 그를 선수 명단에 선발로 표시했다. 경기 전 김호 감독과의 만남을 위해 취재진이 대기실을 찾았을 때 그는 보드에 붙은 선수명단에 자신의 선발을 확인한 뒤 유니폼을 매만지며 크게 심호흡한 뒤 밖으로 나갔다. 선발에 대한 기쁨의 표정보다는 한 곳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이 얼굴에 묻어나왔다. 

 

경기에서 박도현은 오른쪽 측면 공격을 책임졌다. 미드필드에서 연결되는 볼을 중앙으로 배급해 골 찬스를 만드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내년에는 더 잘할 겁니다!

 

박도현은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울산의 막강 스리백 수비를 뚫는데 주력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울산의 수비라인을 직접적으로 경험해 본 것은 지난 정규리그 3라운드에서 후반 40분에 교체로 투입된 것이 전부였다.

 

공간을 미리 점령하고 자신을 상대하는 수비라인에 패스는 무력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수비 뒷공간을 노렸지만 허사였다. 게다가 전반 39분 울산 이상호에 헤딩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대전의 경기방법은 패스에서 가로지르기로 바뀌었고 그의 장기는 더 이상 활용될 수 없었다.

 

결국, 후반 18분 그는 나광현과 교체되어 나왔다. 그리고 대전은 후반 24분 울산 박동혁에 헤딩골을 허용하며 0-2로 완패했다. 후반 34분경에는 대전 서포터들이 흥분해 오물을 투척하면서 경기가 중단되는 불상사까지 겹쳐 패배의 맛은 더욱 쓰렸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울산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패배를 뒤로하고 만난 박도현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듯 입을 열었다. 그는 "어떻게 뛰었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흘러갔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확실히 울산은 다른 것 같다"며 큰 경기를 치른 압박감을 토로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준비했느냐고 묻자 그는 "경기 전에는 마음의 부담이 없었다. 편하게 경기하는데 주력하자고 다짐했고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특히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신을 중용해준 김호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를 두고 "잘만 다듬으면 전성기 때 고종수가 보여 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자신의 장, 단점에 대해 정신적인 면은 괜찮지만 경험 부족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꼭 대전 선수단 전체의 장단점과 비슷했다.

 

대전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비슷한 성향의 고종수가 점점 몸이 올라오면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그래도 그에게는 경기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축구를 통해 자신의 방황을 잡았고 종교를 통해 감사함을 알았다. 이제부터 그의 축구는 다시 시작됐다. 

2007.10.21 19:31 ⓒ 2007 OhmyNews
박도현 대전 시티즌 프로축구 김호 감독 6강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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