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의 투척과 난입  지난 21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대전 시티즌의 경기, 후반 34분 울산 골키퍼 김영광이 관중석에서 날아오는 물병에 격분 맞대응 하면서 일이 커졌다. 결국 김영광과 대전 구단은 상벌위원회의 징계를 받았다

▲ 서포터의 투척과 난입 지난 21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대전 시티즌의 경기, 후반 34분 울산 골키퍼 김영광이 관중석에서 날아오는 물병에 격분 맞대응 하면서 일이 커졌다. 결국 김영광과 대전 구단은 상벌위원회의 징계를 받았다 ⓒ 이성필


물병을 투척한 김영광에게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원인을 제공한 서포터에게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프로축구연맹 남궁용 상벌위원장은 26일 오전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제7차 상벌위원회를 열고 지난 21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대전 시티즌과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날아온 물병에 대응해 투척한 울산 현대 김영광 골키퍼에 벌금 600만원과 6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또 대전에는 서포터 관리 문제를 들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로써 김영광은 퇴장으로 인한 두 경기 출장 정지에 추가 징계로 여섯 경기가 더해져 내년 시즌 초까지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대전 구단은 벌금형을 면했으나 서포터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

상벌위에 출두하기 전 한 기자회견에서 김영광은 "프로선수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해 많이 후회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고개숙여 팬들을 향해 사과했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한 축구대표팀 코치진과 선수들은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NFC에서 독일월드컵 유니폼을 입은 채 기자들을 위한 포토데이 행사를 가졌다. 김영광 선수.

김영광 선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영광의 이번 징계를 비롯해 올 시즌 막판 들어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 및 항변하는 장면이 잦아졌다. 지난 9월 인천 유나이티드-수원 삼성 간 경기에서는 인천 임중용과 수원 에두가 비신사적인 행위로 징계를 받았다. 인천 전재호는 퇴장당해 대기실로 들어가던 도중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케이블 방송사 카메라에 욕설을 해 연맹 상벌위로부터 프로로서 위신을 떨어트렸다는 이유로 5백만 원의 벌금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달에는 인천 방승환이 FA(축구협회)컵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상의를 벗고 강력하게 항의해 대한축구협회 상벌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1년간 출전정지라는 강력한 징계를 받았다. 

김영광과 유사한 사례로는 지난 9월 수원의 안정환이 2군 경기에서 FC서울 팬의 욕설과 모욕을 참지 못해 관중석으로 뛰어 올라가 1000만 원의 벌금이라는 징계를 받은 경우가 있다. 1군 경기가 아니라 출전정지는 받지 않았지만 역대 징계에서 가장 무거운 벌과금을 받았다.

그러나 김영광·안정환의 경우 두 징계 모두 사태를 유발시킨 팬에 대한 징계가 전혀 없었다. 이번 김영광 투척 사태의 경우도 발단은 대전 서포터가 원인이었지만 징계는 선수에게만 부과됐다. 대전 서포터들은 심판 판정이 늦었다며 원인을 돌렸지만 주심이 보지 못한 것을 부심이 알려줘 프리킥을 곧바로 적용시켰던 만큼 별문제는 없었다.

안정환 건의 경우도 관중석에서 막말을 했던 FC서울 서포터에게는 아무런 재제가 없었다. 문제의 관중이 언제든지 경기장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를 명확하게 할 규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연맹의 운영 규칙 상벌규정 1장 18조 '응원단의 난동 및 소요사태'에는 '해당 구단에 벌점 또는 벌금 500만원을 부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소요를 일으킨 관중이 아닌 해당 구단에 대한 징계를 하는 것이다.  

즉 개인이 언제든 다시 문제를 일으키면 구단이 징계를 반복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선수 역시 '프로'라는 이름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징계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앞으로 서포터를 비롯하여 난동을 일으킨 팬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 댓글에도 서포터의 자성과 개선을 요구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지난해 수원은 서울 원정 경기에서 현수막에 방화를 저지른 팬 두 명에 대해 자체적으로 무기한 출입금지라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더불어 다른 경기에서 주심의 얼굴에 물병을 던져 부상을 입힌 관중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며 경기장 안전 문화 확립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갈 것임을 약속했다. 

서포터의 긍정적인 기능을 덮을 수 있다

남궁용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  남 위원장은 26일 오전 축구협회 5층 대회의실에서 상벌 위원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남은 경기에 각 구단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 남궁용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 남 위원장은 26일 오전 축구협회 5층 대회의실에서 상벌 위원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남은 경기에 각 구단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 이성필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는 이후 지역 사회에 공헌하며 팬층을 넓혀 가겠다는 의미로 봉사단을 조직,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반성해 나가고 있다. 경기장에서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팬들에 볼거리를 제공하며 두 시즌 연속 40만 관중을 돌파하는 원동력이 됐다.

수원뿐 아니라 여러 구단의 서포터도 연고지 도심에서 비를 맞아가며 경기장으로 관중을 유도하기 위한 홍보 활동을 하는 등 구단이 하기 힘든 부분까지 참여해 헌신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단 서포터들의 과격 행위는 긍정적인 부분을 덮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21일 대전과의 플레이오프를 찾았던 관중 백소현(38)씨는 "홈 팀이 이겨서 즐겁기는 하지만 저런 장면을 꼭 봐야만 하느냐"며 아쉬워했다.

이는 K리그 서포터 문화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진다. 한 명의 팬이라도 더 모아야 할 시기에 욕설과 난입 투척 등 온갖 추태를 보인 경기장을 과연 누가 찾겠느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기를 즐기는 주체는 서포터뿐 아니라 양 구단을 응원하는 팬이기에 더욱 그렇다. 

24일 저녁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라와 레즈-성남 일화의 경기 승부차기에서 우라와의 서포터들이 승부차기에서 성남 선수들이 킥할 때마다 수백 개의 깃발을 흔들며 교란했던 장면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J리그에 항상 우위를 느끼고 있는 K리그 팬들은 이들을 보며 구단에 도움을 주려면 이런 식으로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은 해야 할지도 모른다.

징계로 인한 벌금 납부와 출전 정지는 과연 누구에게 도움되는 일인지 더불어 철망이 설치된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맛은 어떨지, 이번 계기를 통해 K리그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되짚어 봐야 할 것 같다. 

프로축구연맹 김영광 서포터 대전 시티즌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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