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한 것 맞아?" 보스턴의 마무리 투수 조나선 파펠본이 우승을 확정하고 껑충 뛰어올라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 "우승한 것 맞아?" 보스턴의 마무리 투수 조나선 파펠본이 우승을 확정하고 껑충 뛰어올라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시나리오는 2007년에도 유효했다.

보스턴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차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4연승을 거둔 보스턴은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보스턴이 선발로 내세운 존 레스터(23)는 5.2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펼쳐 팀 승리를 도왔다. 마무리 조너선 파펠본(27)도 마지막 1.2이닝을 1개의 삼진을 곁들인 무실점 투구로 세이브를 챙겼다.

'객관적 전력 차이' 극복 어려웠다

콜로라도는 월드시리즈 이전까지 굉장한 상승세를 탔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7전 전승으로 꺾고 올라온 콜로라도의 기세는 실로 놀라웠다. 하지만 두 팀은 이미 3년 전에 우승 경험이 있는 보스턴과 비교해 볼 때 다소 약한 전력의 팀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콜로라도의 기세가 무서워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보스턴이 부인할 수 없는 강력한 팀임은 틀림없다"며 이번 월드시리즈 결과를 보다 신중히 예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콜로라도는 타선의 무기력을 실감하며 적지인 펜웨이파크에서 1, 2차전을 연달아 내줬다. 특히 1-2로 패배한 2차전은 너무나도 뼈아팠다. 이렇게 된 이상 7전 4선승제인 월드시리즈서 홈 3~5차전을 모두 잡아내지 않으면 궁지에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콜로라도는 3차전에서마저 보스턴의 기세를 따라잡지 못하며 패배했다. 콜로라도의 선발투수인 조시 포그(31)는 2.2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안타를 허용, 초반부터 6점을 내줬다. 콜로라도는 6회말에 2점, 7회말 3점을 보탰지만 8회와 9회 4점을 더 내주며 10-5로 졌다.

다음날 벌어진 4차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4점을 내준 콜로라도는 3점을 따라잡는데 그쳤다. 이렇게 콜로라도는 점수 차를 끈질기게 좁히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끝내 작은 점수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두 팀의 객관적인 전력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쿠어스필드에서 첫 우승을 바랬던 콜로라도 선수들의 꿈은 이제 다시 다음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이날 보스턴이 웃었던 것처럼 콜로라도도 패배의 아픔을 딛고 정상에 서기 위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극적인 진출과 완벽한 승리

펜웨이파크의 그린 몬스터  보스턴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는 왼쪽 외야에 그린 몬스터라는 흥미로운 구조물이 있다.

▲ 펜웨이파크의 그린 몬스터 보스턴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는 왼쪽 외야에 그린 몬스터라는 흥미로운 구조물이 있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2004년 보스턴은 지구의 영원한 라이벌 뉴욕 양키스에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경기를 내리 내주며 시리즈 3연패로 탈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특히 3차전에서는 무려 22안타를 허용하는 가운데 19점이나 내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보스턴은 4차전부터 7차전을 모조리 승리로 이끌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기막힌 '리버스 스윕(연패를 한 뒤 연승가도로 시리즈를 잡아내는 것)'을 해낸 것이다.

이렇게 거의 '죽었다가 살아난' 보스턴은 리그 최다승(105승)을 거뒀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연승으로 완파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86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던 '밤비노의 저주'를 극복한 것이어서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올해 보스턴의 우승은 위와 같은 2004년과 매우 비슷하다.

당초 보스턴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승 3패로 몰려 탈락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벼랑 끝에 3연승을 거둬 거친 상승세를 탔다.

포스트시즌 7연승을 거뒀던 콜로라도도 보스턴의 기세를 막지는 못했다. 보스턴은 2004년월드시리즈와 똑같이 4경기를 모조리 쓸어 담으며 4승 무패로 당당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위기 끝에 완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2004년과 2007년의 보스턴은 아주 많이 닮아있다.

원투펀치와 철벽 마무리, 그리고 타선의 폭격

MVP 기념 샴폐인 세례? 마이크 로웰은 월드시리즈 1홈런 4타점을 기록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 MVP 기념 샴폐인 세례? 마이크 로웰은 월드시리즈 1홈런 4타점을 기록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보스턴의 우승에는 원투펀치와 철벽 마무리가 버티고 있었다. 선발진에는 정규시즌 메이저리그의 유일한 20승 투수인 조시 베킷(27)이 포스트시즌에서만 4승을 책임지는 괴력을 발휘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베킷의 승리는 보스턴이 시리즈마다 기선을 제압하고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베테랑 커트 실링(41)의 관록도 빛났다. 올해 부상으로 9승에 그친 실링은 포스트시즌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선전하며 팀의 우승을 도왔다. 실링은 1993년 필라델피아(준우승) 시절을 비롯해 2001년 애리조나 시절(우승)까지 월드시리즈 등판 경험이 풍부한 투수다. 2004년 보스턴의 우승에 산 증인이기도 해 보스턴 소속으로만 2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2004년의 보스턴은 실링과 페드로 마르티네즈(36·뉴욕 메츠)가 버티고 있었지만 이들이 베킷 만큼 위압감 있는 에이스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근소한 차이가 있다.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마르티네즈는 전성기 시절의 위력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당시 마르티네즈가 기록한 3.90의 평균자책점은 그의 이름값에 비춰볼 때 너무나도 초라했다.

마무리인 파펠본도 위력적이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선발전환 논의가 있었던 그는 다시 붙박이 마무리로 변신해 시즌 37세이브를 챙겼다. 파펠본은 포스트시즌에서만 10.2이닝을 던져 단 1실점도 하지 않는 완벽투를 펼쳤다. 매번 등판에서 자신의 구위를 믿고 정면승부를 펼치는 등 특유의 자신감이 돋보였다.

타선에서는 모든 타자들이 골고루 활약을 해 두각을 나타낸 선수를 따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2004년 우승을 이끈 단짝인 데이빗 오티즈(32)와 매니 라미레즈(35)가 올해도 건재했다는 사실이다. 라미레즈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4개의 홈런과 16타점을 올리는 괴력을 보였고 오티즈는 4홈런 10타점으로 라미레즈의 뒤를 이었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된 마이크 로웰(33)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로웰은 5번 타자로서 시즌 21홈런 120타점을 올렸을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에 1홈런 15타점으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월드시리즈에서만 1홈런 4타점에 4할 타율(.400)을 기록한 사실이 두드러진다. 보스턴 선수 가운데는 실링(2001년 애리조나 소속으로 랜디 존슨과 공동 수상)과 베킷(2003년 플로리다), 라미레즈(2004년 보스턴)가 이미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바 있다.

보스턴은 적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제 우승에 익숙해진 그들에게 86년을 괴롭혀 왔던 '밤비노의 저주'는 잠시 괴로웠던 추억으로만 남을 모양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보스턴 월드시리즈 메이저리그 우승 콜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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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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