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구선수권대회 풍경  지난 25일 수원종합운동장 보조구장 숭실대-경기대의 경기. 심판과 가까운 자리에서 관전하는 관중. 심판은 등 뒤에서 터져나오는 원색적인 욕설을 들어야 한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욕으로 시작되는 항의는 프로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이는 유소년 대회부터 시작된다.

▲ 대학축구선수권대회 풍경 지난 25일 수원종합운동장 보조구장 숭실대-경기대의 경기. 심판과 가까운 자리에서 관전하는 관중. 심판은 등 뒤에서 터져나오는 원색적인 욕설을 들어야 한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욕으로 시작되는 항의는 프로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이는 유소년 대회부터 시작된다. ⓒ 이성필

지난 25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 보조구장. 제62회 험멜 코리아 전국대학축구선수권대회 8강 숭실대-경기대의 경기가 후반 중반을 향하던 무렵이었다. 경기대의 공격수와 숭실대 골키퍼가 공중볼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부딪쳐 넘어졌다.

 

다행스럽게도 두 선수 모두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경기대 공격수가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팔을 사용한 것이었다. 이에 화가 난 숭실대 골키퍼가 경기대 공격수를 밀어 넘어트렸고 주심은 보복행위로 간주해 골키퍼에 퇴장을 명령했다.

 

주심의 판정에 숭실대 골키퍼는 한동안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왜 자신만 퇴장 명령을 받느냐며 승복하지 못하고 항의했다. 이 때문에 경기는 5분 정도 중단됐다. 다른 골키퍼 한 명이 청소년 대표에 차출되어 교체 인원이 모자랐던 숭실대는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 옷을 입고 들어오면서 경기를 속행할 수 있었다.

 

2m 앞 심판에 욕설 퍼붓고 선수들은 동화되고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심판의 판정이 정확했음에도 관중석에서 주심의 판정에 원색적인 욕설이 터졌다. 숭실대의 한 학부모는 "*개는 제집에서도 50점은 먹고 들어간다는데 여기가 경기대(경기도 대표로 출전) 안방이라 그런 판정을 한 것이냐?"며 바로 앞의 부심을 향해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비난은 더욱 거칠어졌다. 관중석과 2m도 안떨어진 위치에서 경기에 열중하던 부심은 손으로 가라앉히라는 표시를 했지만 그 학부모의 욕설은 멈추질 않았다. 다른 학부모들이 "숭실대 실력으로 이기자"며 응원을 했지만 유독 그 학부모만큼은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욕설은 숭실대가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넣으면서 멈췄고 되려 "주심 잘하고 있어요"라는 외침으로 바뀌었다.

 

비난과 욕설에 대해 선수들은 아무런 느낌이 없을까? 한 대학 선수는 "초등학교 대회때부터 이런 일들을 비일비재하게 겪었던 터라 별 느낌은 없다. 되려 심판이 제대로 판정을 못 했기 때문에 감독이나 학부모들의 욕설이 나오는 것 같다. 영향을 받은 선수들의 항의도 당연하게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해 욕설의 원인을 심판 판정으로 돌렸다.

 

이런 생각은 유소년 대회부터 항의와 욕설에 길든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도 버릇을 버리지 못해 심판에 대한 불신이 쌓여 판정에 대한 항의로 이어진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올 시즌도 예외는 아니었고 막바지에 들어와 판정 항의는 절정에 달했다.

외국인 심판이 투입된 경기  지난 25일 독일인 국제심판 펠렉스 부뤼히씨가 주심을 본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판정은 매끄러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파울은 54개가 나왔다.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부뤼히 주심

▲ 외국인 심판이 투입된 경기 지난 25일 독일인 국제심판 펠렉스 부뤼히씨가 주심을 본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판정은 매끄러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파울은 54개가 나왔다.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부뤼히 주심 ⓒ 울산 현대

외국인 심판 투입이 좋기만 할까?

 

프로축구연맹은 과거 외국인 심판을 시즌 중 투입하며 판정에 공정을 기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2004년부터는(2005년 제외)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등 중요한 경기에 외국인 주심을 운영하며 잡음을 없애는데 주력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준플레이오프 울산 현대-포항 스틸러스 경기 직전 연맹 관계자는 이날 투입되는 독일 출신의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 펠릭스 부뤼히(32) 주심의 프로필을 전격적으로 돌렸다.

 

외국인 심판 투입해 대한 이유를 묻자 한 연맹 관계자는 "아무 이유 없다"고 밝혔다. 심판 관련 관계자는 "민감한 경기에 잡음을 없애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체로 부뤼히 주심의 판정에 대해서는 매끄러웠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기 초반 선수들은 국내심판에게 하듯 항의하는 행동을 했다가 금세 접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양 팀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에 경기 집중을 요구했다. 서포터 역시 심판에 대한 압박보다는 자기 팀 선수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종료 뒤 포항의 김기동은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판정이 내려지면 항의하는 행동을 했지만 곧바로 복귀해 매끄럽게 이어진 것 같다"고 외국인 심판에 대한 느낌을 설명했다.

 

무엇이 외국인 심판을 불러들였는지 생각해 봐야

 

빠른 경기속도의 핵심은 '언어차이'였다. 지난해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독일인 바그너 주심은 60개의 파울을 양산했다. 이날 양 팀 합쳐 파울 수는 54개가 나왔다. 국내 주심이 판정했을 때와 별다를 바 없는 수치다.

 

되려 헤드셋 도입 후 파울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었기에 부뤼히 주심의 판정을 모두 괜찮았다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K리그 한 심판은 "국내 심판이 선수들의 잘못된 행위에 경고나 퇴장을 주면 무조건 달려들어 따진다. 같은 상황임에도 외국인 주심이 경고를 주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남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까지 외국인 주심이 투입될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2002년 김원동 사무총장은 "외국인 심판을 자국 리그에 투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드문 굴욕적인 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다시 외국인 심판이 가을잔치에 중심으로 자리했는지 프로축구를 구성하는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더불어 국내 심판이 해외에서는 훌륭한 판정으로 칭찬받고 국내에서는 비난받는지 냉정하게 따져 볼 일이다.  

2007.10.30 17:48 ⓒ 2007 OhmyNews
외국인 심판 프로축구 김기동 김원동 사무총장 부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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