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수원에서 벌어진 수원과 포항의 플레이오프 경기는, 챔피언결정전으로 가기 위해 플레이오프를 기다려온 수원 삼성 팬들에게는 잊고 싶은 경기로, 6강 플레이오프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포항 스틸러스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기로 남았다.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포항이 지난달 31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플레이오프 수원과의 경기에서 후반 41분 박원재의 골을 앞세워 1-0의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 오는 일요일(4일) 성남 일화와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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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거둔 포항 선수들의 기쁨은 컸다. 경기 종료 뒤 만난 선수들은 하나같이 극적인 승리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포항의 브라질 트리오 따바레즈, 슈벵크, 조네스는 서로 소리를 질러가며 결승 진출을 자축했다. 스리백의 중심에 서서 전체 수비를 조율했던 황재원은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정신이 없다. 지금은 그저 수원을 이긴 것이 너무나 기쁠 뿐이다"며 연방 웃기만 했다.

이들의 기쁨은 당연했다. 2004년 두 차례의 챔피언결정전을 0-0으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우승컵을 수원에 내줬다. 지난해 수원과 플레이오프에서는 접전 끝에 백지훈의 벼락슛 한 방으로 0-1로 패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격수 이동국(미들즈브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과 7월 아시안컵 종료 뒤 수비수 오범석(요코하마FC)의 일본 J리그 진출로 공·수의 핵이 빠진 것은 악재 중의 악재, 더불어 외국인선수 프론티니와 마우리시오는 몇 경기 뛰지 못하고 작별했다.

지난해 이동국을 대신에 공격력을 뽐냈던 고기구는 1, 2군을 오르내리는 부진을 겪었다. 이에 포항은 슈벵크, 조네스 두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공격력 강화에 나섰고 어느 정도 효험을 보는 듯했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일관된 전술과 스타일을 유지했던 파리아스 감독의 결단력은 후기리그 막판 들어오면서 발휘되기 시작했고 결국 결승 진출이라는 빛을 볼 수 있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2005년 부임 후 포항을 젊은 선수와 공격 위주의 팀으로 바꿔놨다. 최순호 감독이 이끌었던 그 전의 포항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노장들이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실리적인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개혁의 칼날을 내세운 그는 수비수들이 백패스를 줄이고 전진패스를 하며 공격가담을 자주 하게 만들었다. 핵심 선수도 과감히 이적시켰다. 그 결과 현재 팀 내 선수들 대부분이 20대 중, 후반이다.

그는 젊은 선수들을 등용하며 일명 '파리아스의 아이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수비의 핵으로 자리잡은 황재원, 지난해 플레이메이커 자리에서 9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황진성 등을 키워냈다. 이날 결승골을 기록한 박원재도 포항 유소년 클럽 시스템에서 성장한 케이스다.

선수들의 몸에 공격 축구를 이식시키고 난 뒤에는 철저한 반복학습이 이어졌다. 특정 훈련이 필요하면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머릿속에 상황을 그리게 하는 것이다. 골키퍼 정성룡은 "매 훈련 세트피스 훈련(코너킥, 프리킥 시의 전술 훈련)을 한 시간씩 꼭 한다"며 파리아스 감독의 지도 방법에 혀를 내둘렀다.

이런 그의 훈련 스타일은 후반 41분 박원재의 결승골이 그 성과를 증명했다. 선제골이자 결승골은 프리킥을 통해 나왔다. 더불어 지난 준플레이오프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나온 황재원의 선제골 역시 프리킥 상황에서 터진 것이었다. 모두가 평소 연습했던 상황에서 이뤄진 것들이다.

파리아스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두고 한 기자회견에서 "우승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다. 이미 FA(축구협회)컵 결승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고 K리그에서는 (수원만 넘으면) 결승전도 가능하다"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뒤에 파리아스 감독은 "기분이 정말 좋다. 선수들이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고 있다. 수원을 철저히 공부해 약점을 공략한 것이 성공한 것 같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정규리그, FA컵 결승 모두에 오른 파리아스 감독의 세 마리 토끼잡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 마리는 2군 리그 우승으로 이미 잡았기에 그의 사냥 실력이 어떨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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