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플레이오프 승리 후 선수들이 원정 응원단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오른쪽 여덟 번째가 박승호 포항시장

▲ 준 플레이오프 승리 후 선수들이 원정 응원단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오른쪽 여덟 번째가 박승호 포항시장 ⓒ 포항 스틸러스

 

포항의 2007 K리그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임원진들은 북쪽 관중석에 자리 잡고 자신들을 응원하던 4천여 명의 원정 응원단에게 일제히 달려갔다. 유니폼을 벗어 던지며 기쁨을 표현하는가 하면 서포터 '마린스'가 던져 준 깃발을 흔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상당수의 팬은 눈물을 흘리며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1992년 이후 우승 한 번 해본 적 없이 암흑기를 보냈다. 가슴에 별 세 개가 있지만 너무나 낡아서 떨어질 것 같았기에 언젠가 새 별을 달아야 한다는 다짐을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2004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골대 불운과 함께 승부차기에서 수원 삼성 골키퍼 이운재의 거미손에 막혀 눈물을 흘렸고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또 다시 수원을 만나 백지훈의 한 방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팬들의 기쁨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목에 머플러를 두르고 보낸 각별한 애정 

 

포항 스틸러스 우승 뒤풀이  지난 11일 챔피언결정 2차전 승리 후 우승 뒤풀이에서 빨간 꽃가루가 떨어지는 가운데 선수들이 팀 관계자와 지역 유지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 포항 스틸러스 우승 뒤풀이 지난 11일 챔피언결정 2차전 승리 후 우승 뒤풀이에서 빨간 꽃가루가 떨어지는 가운데 선수들이 팀 관계자와 지역 유지들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 이성필

지난 11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성남 일화를 1-0으로 꺾고 15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 포항의 우승 감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승 직후 서울 대치동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우승을 언제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서 어떻게 축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 듯 "내년에도 우승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하연에는 박승호 포항시장과 이병석 포항 지역구 국회의원 등 많은 인사가 자리에 끝까지 남았다. 특히 박 시장은 목에 포항의 빨간 머플러를 두르고 축사를 하며 포항 스틸러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음날인 12일 포항으로 내려간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 이하 선수단은 포항 시내를 돌며 카퍼레이드를 한 뒤 수많은 군중에 둘러싸여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했다. 이 자리에도 박승호 시장은 '빨간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포항 팬 조정균(41)씨는 "연고지 시장이 저 정도로 관심을 보여주는 데가 포항 말고 어디 있겠습니까? 원정 경기까지 응원 하러가는 시장 봤습니까?"라며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빨간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선수들을 격려한 박승호 시장 칭찬을 늘어놨다.  

 

박 시장은 올 시즌 해외출장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참석해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경남FC와의 6강 플레이오프 원정 경기에도 관전하며 힘을 불어 넣더니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와의 원정 경기를 휴일임에도 관전하며 승리의 현장에 함께했다. 이때도 그의 목에는 어김없이 포항의 빨간 머플러가 목에 둘려 있었다.

 

지난 4일 결승 1차전 직후 포항의 대외협력팀 한명희 사장보좌역 겸 단장은 "시장님이 스틸러스를 통해 포항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욕구가 크시다"면서 "우승해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의 관심이 적극적임을 설명했다.    

 

연고팀의 자치단체장이 해당 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는 예는 흔하다. 종목은 다르지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

 

현재 미 대선 공화당 예비후보인 전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는 2000년 '지하철 시리즈'로 불린 뉴욕 양키스-뉴욕 메츠 간의 월드시리즈 결과 내기에서 양키스의 승리에 걸었다. 같은 지역에 있는 팀임에도 줄리아니가 양키스 '광'이었기에 가능했던 베팅이었다.

 

현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지난 2001년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해 양키스나 메츠가 아닌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라고 밝혔다가 큰 비판을 받았다. 지역 언론으로부터 "현명한 유권자라면 레드삭스의 팬을 뽑지는 않을 것"이라며 맹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팀에 대한 애정, 그렇게 꼭 '티'내야 하나?

 

'영일만 친구'는 이들 모두가 불렀다. 지난 11일 챔피언결정 2차전에 원정응원 온 4천 여 포항 팬들

▲ '영일만 친구'는 이들 모두가 불렀다. 지난 11일 챔피언결정 2차전에 원정응원 온 4천 여 포항 팬들 ⓒ 이성필


이러한 것에 비해 우리 자치단체장들이 연고지 내 프로구단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서투르다. 관중이 많이 몰리는 경기에 얼굴을 알리기 위한 방문을 제외하면 평소에 이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평소 '축구광'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이상 갑작스러운 애정은 정치적으로 구단을 이용해 자신을 홍보한다며 정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박 시장의 경우도 그렇다. 응원까지 하는 것은 좋았지만 우승 직후 언론에 '박승호 불패신화'라는 용어를 만들어 보도자료를 돌리며 포항의 우승이 자신의 덕택인 양 포장했다.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은 박 시장이 그동안 스틸러스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하면서 지난해 전기리그 당시 평균 1200여 명에 불과하던 포항 홈경기 관중 수가 박시장 취임 후인 후기리그에는 평균 1만3000여 명에 이르렀고 이에 자극을 받은 스틸러스가 올 들어 '5위의 반란'을 주도하며 챔피언에 올랐다고 설명되어 있다.

 

택시기사 조만형(49)씨는 이에 대해 "포항 사람이라면 스틸러스 사랑은 당연한 것이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느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스틸러스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을 것이다"면서 "(포항의 축구 열기가) 박 시장 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보도자료를 낸 포항시 측과 박 시장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에 대해 포항시청 관계자는 "포항시의 홍보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만들었을 뿐 별다른 뜻은 없다. 이번 보도자료를 놓고 일부 비판이 있었는데 그것은 사실을 모르고 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특정팀의 우승 뒤 해당 자치단체장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보내며 자화자찬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치단체장의 프로구단 지원, 멀리 보고 '티' 나지 않게...

 

프로축구 각 구단들은 자치단체의 관심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자치단체가 수익사업에 투자할 수 없는 장벽이 있어 직접적인 투자는 하지 못하지만, 자치단체들이 관심을 보이거나 약간의 지원을 해주면 프로팀에게는 큰 힘이 된다.

 

자치단체장이 가장 열성적인 곳은 인천과 수원으로 꼽힌다. 우선 인천유나이티드의 구단주인 안상수 인천시장은 코스닥에 인천유나이티드를 상장하겠다는 욕심을 보이며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장외룡 감독을 잉글랜드에 유학 보내기로 결정하는 등 확실한 지원을 하고 있다.

 

수원의 김용서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2003년 수원시청 축구단을 창단해 내셔널리그 최강 전력이 되도록 지원을 하는가 하면 수원에서 열리는 각종 축구대회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K리그 수원 경기도 자주 관전하며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올 시즌 기적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대전 시티즌의 구단주 박성효 대전시장은 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김호 감독의 특강을 열었다. 그 전까지 축구팬들로부터 구단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을 받아왔던 터라 박 시장의 이런 행보는 주목받았다. 김호 감독은 "강연 뒤에 구단주가 점점 변화하는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내에서 프로스포츠 그 중에도 프로축구는 여전히 돈 안 되는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몇몇 단체장들은 멀리 보고 움직인다. 정치적이냐 아니냐를 놓고 말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티 나게'하는 것과 '티 안 나게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물론 자치단체장들의 이런 행동은 진정성 여부는 '축구팬'들과 연고지를 구성하는 '지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지 않아도 진심이 있다면 축구팬들은 충분히 알아줄 것이다.

 

[관련 보도자료] 박승호 포항시장, K-리그 우승 숨은 주인공

‘박승호 불패신화’는 2007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여지없이 증명됐다.

 

‘박승호불패신화’는 박승호 포항시장이 관전하면 포항스틸러스가 절대 패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역 축구관계자들이 만들어낸 말. 지난해 7월 취임이후 2006 K-리그 후기리그 홈경기 6경기를 모두 관전했고 단 한경기도 패하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이에 보답하듯 지난 11일 포항스틸러스는 국내 프로축구 왕좌에 오르며 ‘가을의 전설’을 썼고, 박승호 포항시장은 우승의 숨은 주역이 됐다.

 

올들어서도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아니면 포항 홈경기를 모두 관전하며 응원했던 박 시장은 포항이 K-리그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자 만사를 제쳐두고 원정길 응원도 마다않고 포항스틸러스가 챔피언에 오르기 까지 5경기 전 경기를 관전하며 응원에 나서 ‘서포터즈’ 노릇을 톡톡히 했다.

 

박 시장은 특히 공무원들과 시민들을 동원한다는 일부의 비난에도 개의치 않고 포항스틸러스 경기에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 창원에서 열린 경남 FC와의 경기에 5백여명, 울산과의 경기에 1천여명의 시민들이 응원에 참여하도록 해 포항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성남과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 홈경기를 앞두고는 읍면동방문 때 마다 스틸러스 경기 응원을 당부해 4일 열린 1차전 홈경기에는 2만여명의 관중이 스틸야드로 몰려 들기도 했다.

 

11일 성남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3천600여명의 시민과 2천명이 넘는 재경포항향우회원등 6천여명 성남탄천종합운동장에 몰려 ‘영일만친구’를 목이 터지게 부르며 포항스틸러스를 응원해 승리를 견인했다.

 

박승호 포항시장이 이처럼 포항스틸러스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것은 축구단을 포항시의 도시마케팅의 첨병으로 활용하는 한편 시민화합을 이끌어내자는 생각에서이다.

 

‘포항’의 이름을 내건 축구단을 통해 포항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뜨는 포항’, ‘글로벌 포항’을 건설해나가자는 계산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시장은 각종 회의나 행사, 공무원 교육등에 참석할 때 마다 포항스틸러스는 포스코 구단이 아니라 포항시민의 구단이라고 규정하고 시민의 사랑이 없는 시민구단은 존재의미가 없는 만큼 지역사회단체와 상공인, 공무원 시민들의 절대적인 사랑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전기리그 당시 평균 1천2백여명에 불과하던 포항홈경기 관객수가 박시장 취임후인 후기리그에는 평균 1만3천여명에 이르렀으며 이에 자극을 받은 스틸러스는 올들어서 ‘5위의 반란’을 주도하며 챔피언에 오르며 박시장의 노력에 보답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포항스틸러스가 챔피언에 오르면서 우리 시민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며 “스틸러스의 챔피언 등극을 계기로 포항이 하나로 뭉쳐 꿈과 희망의 도시 글로벌 포항 건설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11.14 19:35 ⓒ 2007 OhmyNews
포항 스틸러스 박승호 포항시장 K리그 지역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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