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메워진 스틸야드 지난 4일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포항스틸야드를 메운 모둔 관중은 '영일만 친구'를 부르며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 가득 메워진 스틸야드 지난 4일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포항스틸야드를 메운 모둔 관중은 '영일만 친구'를 부르며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 포항 스틸러스


"거친 바다를 달~려라. 여어어어엉~일만 친~구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승리 찬가가 가수 문성재의 '부산 갈매기'라면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승리 찬가는 포항 앞바다 영일만을 소재로 만든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다.

포항의 대표 응원가 '영일만 친구'

올해 정규리그 1위 성남 일화와의 두 차례의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영일만 친구는 홈, 방문 구분없이 울려 퍼졌다.

특히 나무숲 한가운데 자리한 포항스틸야드에서 울려 퍼지는 영일만 친구는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다. 사면이 지붕으로 덮인 전용구장이라는 특성이 더해져 소리가 밖으로 퍼지지 않고 안으로 모이게 해 응원하기에는 제격이다. 다른 전용경기장들보다도 관중석과 그라운드와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 응원효과는 더해진다.

지난달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렸던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의 분위기는 이를 증명한다. 당시 스틸야드의 1만 8,960좌석이 꽉 찬 것을 넘어서 계수기가 집계 가능한 2만 명을 초과하며 관중석을 메워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

포항 서포터 '마린스'가 영일만 친구를 선창하자 모든 관중은 소리높여 따라불렀다. 파도타기 응원까지 합쳐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 이 때문인지 포항은 후반에만 두 골을 몰아넣고 3-1의 승리를 거두며 모처럼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포항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최효진(25)은 "이런 열기는 선수를 즐겁게 만든다. 앞으로 열리는 모든 경기는 이런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들떴다.

영일만 친구가 만든 분위기는 2차전 성남 방문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자발적인 응원 신청이 쇄도했다. 버스 30대에 나눠타고 올라온 팬들은 영일만 친구를 목이 쉬며 불렀다. 이러한 성원은 포항을 15년 만에 K리그 정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구단을 대표하는 응원가가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K리그 각 구단들이 '클럽송'을 만들어 퍼트리고 있지만 모든 관중의 입에 쉽게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서포터들의 응원가도 널리 퍼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일만 친구의 효과는?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차지한 포항 스틸러스. 국내축구 사상 최초로 K리그, FA컵 동시 우승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영일만 친구의 효과는?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차지한 포항 스틸러스. 국내축구 사상 최초로 K리그, FA컵 동시 우승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포항 스틸러스


영일만 친구 "경기 중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

몇몇 팀 서포터들이 골대 뒤 응원석을 벗어나 일반석에 앉아 노래를 전파하면서 그나마 인지되고 있다.  

서포터 유진석(33)씨는 "포항 사람치고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인 영일만 친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런 점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 같다. 경기 중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일 오후 3시 스틸야드에서 포항은 제철가(家) 형제 전남드래곤즈와 국내 성인축구 최고를 가리는 2007 하나은행 전국축구선수권대회(FA컵) 결승 2차전(KBS1 생중계)을 앞두고 있다.

포항은 국내축구 사상 최초로 K리그, FA컵 동반 우승을 노리고 있다. 우승팀에 주어지는 상금 2억(준우승 1억) 보다도 '역사'에 남겠다는 각오다.  

쉽지는 않다. 지난해 FA컵 결승전에서 전남은 최강전력이었던 수원 삼성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경험이 있다. 당연히 2연패가 목적이다. 더불어 K리그 우승팀과 함께 내년 AFC(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참가권을 얻는다.    

지난 25일 광양 원정경기에서 2-1로 앞서는 순간 포항 팬들은 영일만 친구를 부르며 이른 승리 기쁨을 만끽하는 듯했다. 그러나 전남 서포터들이 펼친 45m 길이의 대형 '용 그림' 앞에 전도된 광양 팬들의 응원 열기는 영일만 친구를 수그러들게 했고 경기는 2-3, 역전패로 끝났다.

홈에서 2차전을 치르는 포항은 승리를 위해 영일만 친구가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남 팬들이 버스 80대에 나눠타고 몰려 올 예정이라 포항에 영일만 친구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다시 한 번 만원 관중이 예상되는 가운데 영일만 친구가 어떻게 불릴지 지켜보는 것은 FA컵 결승전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올 시즌 마지막으로 불리는 영일만 친구는 과연 어떤 곡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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