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쉴 권리도 없나요?"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은 선수들의 쉴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 "선수들은 쉴 권리도 없나요?"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은 선수들의 쉴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 이호영

 

최근 프로야구에 한 가지 논란거리가 생겼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비활동기간인 12월에 해당 구단의 구장에서 훈련을 할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는 결정이 그것.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지난 5일 제8차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비활동기간인 12월 구장에서 훈련하는 선수가 나타날 경우 해당 선수에게 하루 100만원, 구단 상조회에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매년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으로 문제가 나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벌금까지 물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한 선수협의 입장은 어떤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선수협 사무실에서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선수들도 쉴 권리 있다

-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에 대해 선수협의 입장은 어떤가?
"일단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을 반대한다. 비활동기간을 휴식시간의 개념으로 보아 달라. 프로야구 선수들은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이며 노동자다. 노동자가 자신의 쉴 권리를 찾는 것이 이상한가. 더구나 프로야구 선수들은 정규시즌만 6개월 이상을 치른다. 정규시즌 중간에는 이동일이 있으니 쉬는 날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하며 해외 전지훈련은 사실상 장기출장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평소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선수들에게는 정규시즌이 끝날 경우 일정기간 쉬어야 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선수들은 결코 운동만 하는 기계가 아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운동과 인생에 대해 좀 더 여유 있게 생각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 벌금 조치가 상당한 논란을 낳고 있다.
"오늘도 기자들과 이 문제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논의의 대상 자체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선수들의 인권과 관계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일부 구단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 달에 하루도 제대로 못 쉬는 선수들도 많다. 긴 시즌을 치른 선수들이 비시즌에 쉴 시간을 갖는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인가.

구단 관계자들은 모두 휴가가고 싶을 때는 가고, 쉴 때는 쉬지 않나. 만약 선수들이 일반 직장인이라고 가정해 생각해보자. 쉬어야 할 때 단체훈련을 해야 한다면 1년 내내 휴식일이 없는 직장과 무엇이 다른가."

단체훈련 반대지, 자율훈련 반대가 아니다

 
"얼마나 안 되면 벌금까지 물리겠습니까?"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이번 벌금 조치를 두고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고리를 끊기 위한 강경책이라고 말했다.

▲ "얼마나 안 되면 벌금까지 물리겠습니까?"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이번 벌금 조치를 두고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고리를 끊기 위한 강경책이라고 말했다. ⓒ 이호영

 

- 굳이 벌금 조치라는 강경한 입장을 취한 이유라도 있나?
"선수협은 그간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러나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는 일부 구단들에 의해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선수들이 자기 동료들에게 벌금을 물렸겠나."

- 일부 선수들은 비활동기간 훈련을 원하기도 할 것 같은데.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들의 자율훈련을 제한한 것이 아니다. 구단에서 하는 일방적인 단체훈련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프로야구 선수라고 밝히기도 어려운 저액연봉 선수가 60%가량 되는데 이 선수들의 쉴 권리는 무시당해도 되나? 저액연봉 선수들이 무조건 강제적인 단체훈련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또 저액연봉 선수들이 단체훈련을 통해 같이 나가서 훈련한다고 해서 연봉을 더 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야구규약 제139조를 보면 '구단 또는 선수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익년 1월 31일까지의 기간 중에는 야구경기 또는 합동훈련을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사실 이 기간은 선수들 자신이 자율훈련을 하던 휴식을 취하던 전적으로 본인들 의사에 달렸다. 이를테면 비활동기간은 야구규약에서 보장한 선수들의 자유시간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들도 각 구단의 사정을 잘 알기에 1월 31일까지가 아닌 1월 6일까지 휴식을 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의 양보안인 1월 7일부터 단체훈련을 해도 규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물론 구단의 전지훈련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다."

운동할 장소 없다는 주장, 설득력 없다

"훈련할 장소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선수들이 비활동기간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은 많다고 주장했다.

▲ "훈련할 장소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선수들이 비활동기간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은 많다고 주장했다. ⓒ 이호영

- 2군 선수들에게 운동장소가 제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얘기가 대의원회의에서 나왔다. 하지만 주변 선수들이 '너 야구 몇년했냐, 훈련할 곳이 없어서 훈련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하더라.

살펴보면 자율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여러 곳 있다. 피트니스 클럽이나 실내 연습장도 있고 모교에 찾아가서 후배들 지도도 하고 같이 어울려서 해도 된다.

 

사실 선수협이 노린 것 가운데 한 가지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모교에서 후배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돈독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구장에 나오지 말라고 하면 더 불편하다. 얼굴이 잘 알려져 일반인들하고 어울려서 훈련하면 주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겠나."

- 벌금 부과는 계속 진행되는 것인가.
"벌금 부과는 영구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이번 강경한 대응은 비활동기간 단체훈련의 고리를 끊기 위해 취한 부득이한 조치다. 향후 비활동기간에 단체훈련이 없어질 경우 언제라도 벌금 부과를 철회할 것이다. 사실 몇몇 구단은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에 잘 협조하고 있어서 이번 조치로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한편 이 문제가 계속 논란에 휩싸인다면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국가의 힘을 빌려서라도 선수들의 인권을 찾을 계획이다. 그간 선수들의 인권은 너무 무시됐다. 앞으로 선수협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아래의 주소로 야구관련 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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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6 18:0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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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프로야구 나진균 비활동기간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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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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