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은 상위 5%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2월 경상남도 남해 스포츠파크에서 U-12(12세 이하) 대표팀 상비군 훈련을 했다. 기존의 학원 축구 선수들 외에도 클럽팀 선수들까지 선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전국의 수 많은 선수들 중 상위 5%에 해당한다.

▲ 선택받은 상위 5%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2월 경상남도 남해 스포츠파크에서 U-12(12세 이하) 대표팀 상비군 훈련을 했다. 기존의 학원 축구 선수들 외에도 클럽팀 선수들까지 선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전국의 수 많은 선수들 중 상위 5%에 해당한다. ⓒ 이성필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준)는 지난 5일 기술 정책보고서인 <KFA 리포트>를 통해 2008년 주요 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총 10개의 목록으로 구성된 이 계획안에는 ▲각급 대표팀 국제대회 우수 성적 목표 ▲K리그 등 성인 리그 운영 내실화 ▲FA컵 위상 재고 ▲우수 지도자 심판 양성 ▲시설 인프라 구축 ▲홍보, 마케팅 활동 강화 ▲행정력 강화 등 성인축구 관련 목록이 일곱 가지나 된다.

그러나 더 주의 깊게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지는 유소년에 관련한 내용이다. 계획안에는 ▲학원 축구 시스템 개선 노력 ▲유, 청소년(U-12, 15, 18) 클럽 대회 활성화 강화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 등 유소년 관련 목록이 세 가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1년 축구협회가 내놓은 2010 프로젝트의 유소년 정책 분야가 일관되게 실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유소년 시스템

시스템 개선 분야에서는 각 연령대별 리그전이 눈에 띈다. 이미 주말리그를 치르고 있는 초, 중, 고교 팀들 외에 대학부에서 U-리그를 통해 첫 리그전의 삽을 뜬다. 또한, 축구교실 등으로 이뤄진 클럽 축구 활성화를 위해 리그 전담팀을 구성한다. 

유소년 정책이 중요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축구팬들은 프로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유소년 클럽을 만들어 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축구협회는 지난 12월 중순 6박7일의 일정으로 전국에서 U-12 대표팀 상비군 138명을 선발, 훈련했다. 이 훈련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학원축구 선수들 말고도 프로구단의 유소년팀과 일반 축구교실에서 18명을 선발해 인재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회장 곽정환)의 행보도 눈에 띈다. 연맹은 올 시즌 9개 프로팀 산하의 U-18팀 끼리 리그를 추진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12, 15세 팀들의 리그로 확대될 계획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상급기관들의 정책과 프로팀들이 유소년에 장기적인 계획을 두고 신경 쓰고 있는 점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성남 일화의 유소년센터 개원식에서 만난 학부모 채영숙(38, 분당구 이매동)씨는 "아이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마땅하게 보낼 곳이 없었다. (프로구단의 유소년 팀 확대로)이제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겉으로 화려하게 발전해가는 클럽팀의 유소년 팀 확장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쉬운 일은 아니다. 클럽팀들의 유소년 팀 확대가 갈수록 기존의 학원 축구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우수 자원을 뺏긴다는 염려에서다. 특히 이러한 반발은 축구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팀이 많은 수도권보다 중, 남부권 쪽에서 상당하다.

지난해 11월 대전 유성중학교와 15세 이하(U-15) 클럽 창단 협약식을 맺고 본격적인 유소년 팀 운영에 들어간 대전 시티즌은 큰 홍역을 앓았다. 지역 내 학원축구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팀이 새로운 팀을 창단한다고 하자 상당한 항의전화(?)가 구단과 대전교육청에 빗발쳤다고 한다.

대전의 한 관계자는 "대전에는 축구팀이 별로 없어 수도권으로 축구 유학을 많이 간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팀이 유소년 팀을 만든다고 하니 교육청을 비롯해 축구 인프라 확대를 원하는 이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기존의 학원 축구 관계자들의 반발이 상당했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전히 맨땅에서 뛰는... 유소년 시스템 발전속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아 여전히 맨땅에서 경기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사진은 비까지 와서 진흙탕이 되버린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모습.

▲ 여전히 맨땅에서 뛰는... 유소년 시스템 발전속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아 여전히 맨땅에서 경기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사진은 비까지 와서 진흙탕이 되버린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모습. ⓒ 이성필


발전 뒤에 숨겨진 그림자

팀 창단에 있어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처럼 모기업의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에 창단하는 경우라면 별문제가 없지만 새로운 판을 짜야 하는 상황에서는 각 학교가 프로팀에 지정되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지정이 안되면 당연히 항의와 반발이 빗발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구단에서는 지역 내 다른 학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용품후원, 지원금 등으로 무마하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지원은 일회성 효과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해서 유소년팀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있다.

프로팀의 유소년 강화 정책으로 지도자들의 사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한 일선 지도자는 "모 학교에 프로팀이 유소년팀을 맡는다고 하니 솔직히 기분이 안 좋았다. 왜 우리 학교는 지정받지 못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더라. 덕분에 지정된 학교 지도자와 한바탕 입씨름을 해야 했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털어놨다.

클럽팀에 속한 유소년들의 진학문제도 걸림돌이다. 신라중(U-15)-동래고(U-18)로 이어지는 유소년 팀을 구축한 부산 아이파크의 경우 U-12팀은 일선학교가 아닌 팀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선수들은 클럽 산하의 중, 고로 진학을 원한다.    

선수들의 바람과 달리 진학은 쉽지 않다. 학원축구처럼 특기자의 형태로 특정 학교에 진학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클럽팀이 운영하는 유소년 팀 활동은 일종의 '취미생활'이자 '체험학습'으로 취급 받고 있다. 축구협회에서는 단계적으로 학원축구와 클럽축구 간의 선수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부산의 최보람 유소년 육성파트 매니저는 "아이들이 신라중학교로 배정받으려면 이사를 하던지 관련 규정이 고쳐져야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다른 구단들이 모두 클럽팀을 만들어야 이런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로팀의 유소년 확장에 대한 학원팀들의 반발이나 제도적인 미비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머리를 싸매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 일선 지도자들은 프로팀 수가 늘어나야 혜택을 볼 수 있는 학교들이 많아진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래야, 유소년 팀들도 더 많아져서 선수들의 이동통로가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2006년 유소년 세미나에서 2012년까지 전국대회를 폐지하고 주말리그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전히 축구 명문 초·중·고교 선수들은 맨땅에서 연습하는 게 부지기수고 전국대회에 출전하면서 주말리그까지 병행해 피로도는 상당하다.

연말에는 각 자치도시에서 '시장배' 혹은 '군수배'의 타이틀을 걸고 있는 대회에 참가해 다음 시즌을 미리 대비한다는 명목하에 혹사당하고 있다. 클럽체제로의 전환 속에 학원 축구를 어떻게 끌어안고 가야할지 축구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들이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유소년 축구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맨땅 2010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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