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는 그 해 최고 계약금을 받은 신인 선수가 신인왕을 타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다.

최근 3년에도 두산 베어스의 김명제(2005년·6억), KIA 타이거즈의 한기주(2006년·10억), SK 와이번스의 김광현(2007년·5억)이 언론의 주목을 독차지했지만, 정작 평생에 한 번밖에 타지 못하는 신인왕 자리는 놓치고 말았다.

NH농협 2007~2008 V-리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신인왕 0순위'로 꼽혔던 남자부의 김요한(22·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과 여자부의 배유나(18·GS칼텍스)가 나란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준비된 스타' 김요한, 수비 보완 절실

 김요한, 인하대 시절의 위용은 어디로?

김요한, 인하대 시절의 위용은 어디로? ⓒ 한국배구연맹


198cm의 신장, 긴 팔과 높은 점프력, 파워넘치는 스파이크, 여기에 잘 생긴 얼굴까지. 김요한은 프로시대를 맞은 배구계가 손꼽아 기다려 온 '준비된 스타'였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인하대를 10개 대회에서 9번이나 우승시켰던 '대학 배구의 황제' 김요한은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입단 당시부터 계약 문제로 LIG와 진통을 겪었고, 발목 부상까지 겹치며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8경기를 소화한 김요한은 42.2%의 공격 성공률로 47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전 LIG의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전혀 없었다곤 하지만, 대표팀에서도 주전 자리를 넘보고 있는 김요한의 성적으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김요한의 수비 실력이다. 김요한의 서브 리시브 성공률은 39.8%에 불과해 장광균(대한항공 점보스·66.2%)이나 석진욱(삼성화재 블루팡스·79.3%)같은 '배구 도사'들은 물론, 허리가 좋지 않아 몸을 제대로 낮출 수 없는 팀 선배 이경수(47.4%)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요한이 부상을 털어내고 위력적인 공격력을 되찾는다 하더라도, 40%도 되지 않는 리시브 성공률로는 상대의 집중적인 '목적타 서브'를 감당할 수 없다. 이는 김요한의 라이벌이자 내년 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가 유력한 문성민(경기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현재 남자부에서 가장 돋보이는 신인은 공교롭게도 인하대 시절 김요한의 보조 공격수였던 임시형(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이다. 임시형은 현대캐피탈이 치른 14경기에 모두 출전해 78득점과 더불어 59.3%의 안정된 리시브 성공률을 뽐내며 김호철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다.

'멀티 플레이어' 배유나, "내 자리는 어디에..."

 팀 사정에 따라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고 있는 배유나

팀 사정에 따라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고 있는 배유나 ⓒ 한국배구연맹


'소녀 거포'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은 입단 첫 해였던 2005~2006 시즌에서 득점(756점), 공격 성공률(39.7%), 서브 득점(세트당 0.41개) 부문에서 1위를 휩쓸며 '꼴찌' 흥국생명을 단숨에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배유나 역시 '만년 하위' GS칼텍스를 단숨에 우승 후보로 끌어 올릴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한일전산여고 2학년 시절이던 2006년부터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배유나는 왼쪽, 오른쪽,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김연경과는 다른 타입의 '천재 소녀'였다.

그러나 배유나는 득점 12위(121점), 공격 성공률 9위(26점), 서브 6위(세트당 0.19개)에 그치고 있다. 신인으로선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배유나 효과'를 기대했던 GS칼텍스로서는 성에 차지 않는다. GS칼텍스의 승률(.364)도 지난 시즌(.333)과 큰 변화가 없다.

시즌 개막 후 11경기를 치렀음에도 배유나는 정확히 정해진 자리가 없다. 시즌 초반 정대영이 맹장 수술 후유증으로 결장했을 때는 센터를 맡았다가, 정대영 복귀 후엔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오른쪽에서는 왼손잡이 공격수 나혜원과 경쟁을 펼쳐야 했고, 결국 배유나는 팀 사정에 따라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지난 16일 도로공사전에서도 배유나는 3세트까지 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했다가 4세트부터 센터로 자리를 옮기며 8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배유나의 독주가 유력했던 여자부의 신인왕 경쟁도 혼전 양상으로 변했다. 현대건설 그린폭스의 양효진과 흥국생명의 김혜진, 도로공사의 이보람은 각각 팀의 주전 센터 자리를 확보했고, 왼손잡이 하준임(도로공사) 역시 매서운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요한 배유나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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