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도 고통분담 할 것"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할 것을 다짐했다. 나진균 사무총장은 이 자리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화의 창구는 열려있다"고 말했다.

▲ "선수들도 고통분담 할 것"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할 것을 다짐했다. 나진균 사무총장은 이 자리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화의 창구는 열려있다"고 말했다. ⓒ 이호영

프로야구가 구조조정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9일 프로야구 사장단들의 모임인 2008년 제3차 이사회를 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결의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제8구단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이하 센테니얼)의 창단 승인이라는 굵직한 사안을 비롯해 ▲무제한 연장전 ▲포스트시즌 경기 증가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및 외국인선수 운영 변경 ▲참가활동 감액제한 폐지 ▲중계권료 구단 분배 등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KBO도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신상우 총재는 40%, 하일성 사무총장은 17%의 연봉을 삭감하고 모든 KBO 종사자들이 2007년도와 동일한 연봉을 받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향후 구조조정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다음날 20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KBO 이사회의 결정에 강한 반발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입장, 전혀 반영 안 됐다"

 

선수협이 KBO 이사회의 결정에 가장 크게 문제로 삼은 부분은 구조조정 대상인 선수들의 입장이 완전히 배제됐다는 사실이다.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은 20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많이 안타깝고 화도 좀 난다. KBO 이사회가 선수들의 구조조정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할 줄은 몰랐다. 물론 KBO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선수협 측에 미리 얘기는 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구조조정 대상은 선수들이었고 그들의 목소리는 KBO 이사회에서 아예 빠졌다. 심지어 선수협 관계자들마저도 이사회에서 이런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지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 선수협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선수들도 구단과 고통분담을 같이할 것이며 언제든지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겠다"고 다짐했다.

 

나 총장은 "이미 구단들에게 우리들이 구조조정에 동참할 것을 밝혔고 이 문제는 얼마든지 대화로 절충이 가능한 사안이다"면서 "그러나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결국 선수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태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 총장은 "고통분담은 서로 신뢰가 쌓이고 공감대가 형성될 때 진정한 동업자 정신으로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그중에서도 쟁점이 되는 부분은 단연 참가활동 감액제한 폐지. 현재 야구규약 73조는 '연봉 2억원 이상 선수는 40%,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인 선수는 30%, 1억원 미만인 선수는 25% 이상 삭감할 수 없다'고 정해져 있다. 구단들은 이 조항을 선수들의 동의 없이 파기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 총장은 이 문제를 단순히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 입장에서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말 힘들게 4000만원 연봉을 받게 된 선수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구단들의 주장대로 참가활동 감액제한을 폐지한다면 이 선수는 이듬해 다시 최소연봉인 2000만원을 받을 수도 있다. 당장 유니폼을 벗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힘들게 올려놓은 연봉, 자칫 당장 1년 만에 절반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선수들이 쉽게 동의할 수 있겠나.

 

또 야구규약 73조에 참가활동 감액제한이 있긴 하지만 '선수의 동의가 있을 시' 더 큰 삭감도 가능하다. 구단이 자신의 입장을 잘 말하고 선수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현재도 충분히 대폭 삭감은 가능하다. 하지만 참가활동 감액제한 폐지를 선수들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것도 20일 당장 시행하는 것은 아직 연봉계약이 끝나지 않은 제8구단 선수들의 연봉을 깎아보겠다는 심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선수들만 대상?

 

KBO는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매각을 놓고 이미 세 번의 실패를 거듭했다. 농협·STX·KT는 각각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야구단 창단에 매듭을 짓지 못했다. 이를 두고 프로야구 위기론이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위기라는 표현은 굉장히 정확하다. 그리고 그 위기는 1년에 약 200억원가량의 적자가 나는 프로야구 적자구조에 있었다. 각 구단들은 선수들의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적자를 줄이고 프로야구 위기를 타개하자는 입장이다. 만약 현재 200억원대의 적자폭이 100억원으로 줄었다면 현대 야구단 매각 문제는 훨씬 수월하게 풀렸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선수협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나진균 총장은 다음과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년간 프로야구 위기 얘기만 나오면 선수들이 주범으로 몰렸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구단들이 적자 구조 개선을 위해서 노력한 것은 과연 뭐가 있나. SK 와이번스가 지난해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로 바람을 일으켰지만 사실 이런 것은 다른 7개 구단도 명색이 프로야구단이라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것이다."

 

이어 그는 선수들의 몸값에 대한 문제도 짚고 넘어갔다.

 

"구단들이 주장하는 것은 30%에도 못 미치는 선수들의 몸값을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머지 70%다. 이 상황에서 선수들만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선수들 몸값 깎자고 나섰는데 정작 적자 해결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한 구단은 어디있나. 구단 사장들이 적자 구조 개선을 위해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이날 선수협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8개 구단의 총 지출은 1550억81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선수 몸값으로 지출한 금액은 약 29.61%인 323억6600만원. 여기에는 FA 계약금 47억5000만원과 신인 계약금 88억500만원이 포함됐다.

 

나 총장은 선수들의 몸값 폭등에 대한 주범으로 지목되는 FA 제도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특히 FA 계약금 지급은 선수가 아닌 구단의 행동임을 분명히 밝혔다.

 

"FA 제도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만약 FA 제도가 폐지될 경우 선수들이 특정 구단에 지명받으면 자력으로 이적이 불가능하다. 다만 보상금과 보상제도는 그대로 두면 구단이나 선수들 모두 피해를 입게 되기에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야구규약에도 없는 FA 계약금은 선수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구단이 준 것이다. 결코 선수들이 잘못된 관행을 만든 것은 아님을 알아줬으면 한다."

 

이번에 새롭게 프로야구에 참여할 예정인 창업투자사 센테니얼은 "흑자를 내기 위해 뛰어들었고 시장 조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바꿔 해석하면 이미 적자로 신음하고 있는 구단들이 지금껏 경영합리화에 대한 노력이 굉장히 부족했다는 뜻도 된다.

 

마지막으로 나 총장은 "구단들이 적자 개선을 위한 보다 획기적인 비전과 개혁안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프로야구 위기를 초래한 주범이 오직 선수들로만 비칠 만큼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KBO 이사회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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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1 16:0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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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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