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2008프로야구가 개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개막 특집으로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전력을 분석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우리 히어로즈 프로야구 제8구단은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우리 히어로즈다.

▲ 우리 히어로즈 프로야구 제8구단은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우리 히어로즈다. ⓒ 우리 히어로즈


지난겨울 현대 유니콘스는 결국 정리 절차를 밟았다. 그간 현대는 자금난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구단 운영이 어려웠다. 급기야 지난해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관리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KBO는 농협, STX, KT 순으로 구매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창업투자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이하 센테니얼)가 해체 후 재창단의 형식을 빌려 제8구단의 주인이 됐다. 센테니얼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흑자 경영에 도전한다.

센테니얼은 우리담배를 메인 스폰서로 확보하고 지난 24일 우리 히어로즈(이하 히어로즈) 야구단을 창단했다. 히어로즈는 2008 프로야구에서 목동구장을 홈으로 시즌을 치른다. 이로써 서울 연고팀은 기존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를 포함해 3개로 늘었다.

어수선한 창단 과정 때문인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히어로즈를 최하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뒤늦게 국내(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는 등 동계훈련이 굉장히 부족한 팀으로 손꼽힌다.

[투수] 김수경의 정상 페이스 회복이 관건

에이스 김수경 김수경은 페이스가 더뎌 개막전에 나서지 못한다.

▲ 에이스 김수경 김수경은 페이스가 더뎌 개막전에 나서지 못한다. ⓒ 현대 유니콘스


히어로즈는 장원삼이라는 확실한 좌완 선발요원을 보유하고 있다. 장원삼은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에 국가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실질적인 에이스 김수경(29)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수경은 지난해 팀내 최다이닝(176⅓이닝), 최다승(12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제는 김수경의 페이스가 굉장히 더디다는 점. 김수경은 허리 부상으로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5월이 다 돼서야 정상 출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히어로즈는 4월에 크게 쳐지지 않아야 반전을 도모할 수 있다.

개막전 선발은 시범경기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선보인 마일영이 나선다. 마일영은 3경기에 등판해 11⅓이닝 동안 9피안타 2실점 평균자책점 1.59로 호투해 29일 잠실구장서 두산과 벌이는 개막전 선발투수로 내정됐다.

한편, 히어로즈는 마무리 박준수의 컨디션 난조로 새내기 김성현을 마무리로 내세운다는 복안이다. 이광환 감독은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신인 투수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김성현은 지난해 제주관광산업고(현 제주고)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때 2차 전체 1순위 지명 선수로 거론되기도 한 유망주다.

김성현과 함께 조용훈, 장태종도 중용될 전망. 이광환 감독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구원진을 시험가동하며 안정적인 투수진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타선] 브룸바 재계약으로 기존 전력 보전

 우리 예상 선발 선수 명단.

우리 예상 선발 선수 명단. ⓒ 양형석 제작


기존 현대의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히어로즈의 타선은 여전히 믿음직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외국인 타자 클리프 브룸바(34)가 있다.

한국에서 4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브룸바는 30개 가량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거포로 인정받고 있다. 이미 2004년 현대서 33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입증했고 지난해도 29홈런 87타점으로 팀내 최다홈런, 최다타점 선수가 됐다.

브룸바는 올해도 변함없는 활약이 기대된다. 비록 계약이 늦어 팀 합류는 늦었지만 선구안이 좋고 특별한 부상이 없다는 점이 그 이유다.

이택근, 정성훈과 같은 비교적 젊은 선수들의 선전도 기대된다. 특히 정성훈은 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더욱 분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를 겸비한 3루수의 가치는 매우 높다.

[주목해야 할 선수] 마무리 후보 김성현, 장태종

히어로즈의 뒷문은 김성현과 장태종이 지킬 예정이다. 적어도 현재까지 계획은 그렇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경험은 일천하다.

장태종은 3년차로 강력한 직구를 구사하지만 2006년 4⅔이닝을 던진 게 정규시즌 등판 기록의 전부다. 주로 2군을 전전해왔기 때문이다.

대졸인 장태종에 비해 김성현은 더욱 경험이 부족한 선수다. 고졸 신인 김성현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3이닝만을 소화했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선수가 주전 마무리로 나선다는 말이다.

물론 지난해 임태훈(두산)의 사례가 있듯 신인들이 구원진에서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두 선수가 1군 무대에 순조롭게 자리잡는다면 히어로즈가 최하위에 머물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변수] 훈련 부족, 어수선한 팀 분위기

침통한 이숭용 히어로즈 선수들은 지난겨울 자신들의 의견을 밝힌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주장 이숭용이 호소문을 낭독하는 장면.

▲ 침통한 이숭용 히어로즈 선수들은 지난겨울 자신들의 의견을 밝힌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주장 이숭용이 호소문을 낭독하는 장면. ⓒ 이호영



히어로즈는 시범경기에서 2승 1무 8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두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보통 4할에서 6할까지 형성되는 승률이 2할에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의 훈련 부족이다. 지난겨울 새로운 주인이 정해지기 전 2군이 사용하는 원당구장에서 만난 히어로즈 선수들은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자체 훈련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 선수는 "전지훈련을 못 갈 수도 있다고 들었다"며 "추위 속에서 무방비로 훈련하다보니 부상을 당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히어로즈는 제주도에서 동계훈련을 치렀고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환경에서 훈련했으니 성과가 클 수도 없었다. 오히려 시즌 아웃된 선수가 없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구단 수뇌부와 선수들 간 갈등도 팀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 히어로즈 선수들은 야구규약에 명시된 참가활동 감액 제한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무차별 폭탄세일'의 주인공이 됐다.

2000안타를 노리고 있는 베테랑 외야수 전준호(39)는 72% 연봉 삭감(2억5000만원→7000만원)으로 오명을 썼다. 지난해 전준호는 121경기에 출장해 타율 .296, 출루율 .377에 110안타 52득점 40볼넷으로 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 포수 김동수는 구단의 80% 연봉 삭감안(3억원→6000만원)에 아예 계약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야구규약 73조에 의하면 연봉 2억원 이상 선수는 40%,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인 선수는 30%, 1억원 미만인 선수는 25% 이상 삭감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히어로즈 선수단은 야구계 구조조정을 빌미로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했다.

덕분에 히어로즈 선수단의 평균연봉은 5600만원에 그쳤다. 2008년 프로야구 선수단 평균 연봉이 7972만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초라한 수준이다. 사기 저하를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야구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잘하는 선수는 대접한다"는 프로의 기본 원칙마저 무너진 현 상황에서 히어로즈 선수단의 '헝그리 정신'이 얼마나 발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히어로즈 현대 유니콘스 프로야구 목동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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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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