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카드섹션 절대강자라는 단어 사이에 별을 표시한 FC서울 서포터 <수호신>의 카드섹션

▲ FC서울의 카드섹션 절대강자라는 단어 사이에 별을 표시한 FC서울 서포터 <수호신>의 카드섹션 ⓒ 이성필



맑은 하늘과 17도의 적당한 기온이 버무려진 13일 오후 상암벌은 축제 열기로 가득했다. 상암벌로 이동할 수 있는 황톳빛 지하철 6호선은 경기시작 한 시간 전부터 축제를 즐기려는 이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녹색의 2호선과 만나는 합정역에서는 절정을 이뤘다. 혹시 지난해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 축제 참가인원이라는 5만 5397명을 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축제가 열리는 곳에 들어서자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이미 본부석 건너편 1층 관중석이 사람들로 메워져 2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많았다. 양쪽 골대 뒤는 축제를 조금 더 열성적으로 즐기기 위한 이들이 자리해 틈을 찾을 수 없었다.

카드섹션으로 겨루고...

이색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북쪽 골대 뒤에 위치한 상암벌의 주인들이 '절대강자'라는 카드섹션 만들어 보이는 것이야 당연했지만 반대편 남쪽에 위치한 원정 방문객들이 'SUWON'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보인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지난해 7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시아 투어 내한 경기에서 국내 맨유 팬들이 보여준 뒤 시도된 것이었다.

이것을 본 서울팬 조민욱(28)씨는 "남의 땅에서 저렇게 카드섹션을 하게 내버려 두다니 기가 막히다. 그것도 다른 팀이 아닌 수원에 말이다"라며 흥분했다. 수원의 카드섹션은 경기장 개방시각에 맞춰 순식간에 이뤄졌다. 축제를 관장하는 상암벌의 한 관계자는 "정말 빠르게 이뤄진 일"이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방문객의 센스 때문일까? 허를 찔린 상암벌의 열성적인 주인들이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모두 일어나! 크게 외쳐라!"라며 관중의 호응을 유도한 뒤 "개랑(수원 서포터 그랑블루를 지칭) 나와라! 서울이 왔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본부석과 건너편의 관중은 이들의 구호에 맞춰 빨간 서울의 깃발을 흔들며 지원에 나섰다. 

주인들의 강력한 호위를 받은 FC서울 선수들은 수원을 강하게 몰았고 전반 3분 정조국이 수원 골키퍼 이운재와 맞서는 상황을 만들었지만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땅을 쳐야 했다. 정조국의 포효를 봤는지 이때부터 '축구천재' 박주영의 발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박주영은 전반 7분 수원의 왼쪽 측면 지역에서의 슈팅을 시작으로 기세 싸움에 나섰다. 전반 34분에는 같은 지역에서 얻은 프리킥을 키커로 나섰고 크로스바를 맞고 나갈 정도로 위력을 보여줬다. 수원의 송종국과 박현범이 같이 상대해야 할 정도로 박주영의 몸놀림은 유연했다. 꼭 지난해 3월 컵대회 4-1 대승을 다시 한 번 맛보려는 신호처럼 보였다.

박주영의 화끈한 공격에 자극을 받았는지 원정 방문객 수원 팬들은 후반 시작과 함께 긴 통천을 펼치며 상암벌이 그들의 주장처럼 '제2의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자의 애칭)'인마냥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시작했다. 후반 6분 차범근 감독의 기대주 신영록이 아크 정면에서 환상적인 슈팅으로 그물을 가르며 1-0을 만든 것으로 효과는 시작됐다.

11분 뒤 신영록은 수비수 곽희주의 롱패스를 받아 골문으로 드리블한 뒤 오른발로 다시 한 번 그물을 갈랐다. 방문객들은 기뻐서 몸을 흔들었고 신영록은 맘껏 기쁨을 표현했다.

'SUWON'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가 보여 준 카드섹션

▲ 'SUWON'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가 보여 준 카드섹션 ⓒ 이성필



파도타기까지 보여줬다!

2-0이 되자 방문객들은 '파도타기'를 시작했다. 홈구장에서나 할 수 있는 파도타기를 방문객들이 시도했고 그들이 위치한 남쪽 관중석에서 끊겼지만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이 또 한 번 나온 것이다. 상암벌의 주인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봐야 했다.

주인들은 박주영의 발끝에 기대를 모았지만 수원의 외국인 수비수 마토는 머리로 거둬내며 서울의 공격을 봉쇄했다. 지난 11일 서울의 귀네슈 감독이 "수원의 수비는 약하다"는 말이 거짓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모든 공격은 마토의 머리에 막혔다.

2-0의 분위기가 상암벌을 지배하며 그대로 종료될 후반 인저리타임, 서울의 아디와 수원의 서동현이 드리블 과정에서 넘어지며 몸싸움이 일어났고 근처에 있던 서울의 김진규가 서동현의 목을 비틀며 갈라섰다. 상암벌의 주인, 방문객들 할 것 없이 서로 소리치며 흥분했다.

이 순간 축제 내내 들리지 않던 응원가가 터져나왔다. 상암벌 주인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일명 '패륜송'이 터져나온 것, 방문객들은 "개와 패륜(2004년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이전 한 FC서울을 행태를 비꼰 것)놈들 빅버드 출입금지랍니다"라며 소리친 뒤 "GOOD BYE"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방문객이 응원하는 수원의 2-0 승리로 종료되면서 상암벌의 주인은 지난해 3월 21일 컵대회에서 4-1 승리 이후 한 차례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며 다음번 겨루기로 복수를 미뤘다.

덧붙이는 글 경기결과

FC서울0-2수원 삼성(득점-후6, 신영록 도움:에두 후17, 신영록 도움:곽희주<이상 수원 삼성>

골키퍼-김호준
수비수-이종민, 박용호, 김진규, 아디
미드필더-이청용(후31, 이승렬), 이민성, 김한윤(후18, 김은중), 박주영
공격수-데얀, 정조국(후10, 고명진)

골키퍼-이운재
수비수-송종국, 곽희주, 마토, 이정수
미드필더-이관우(후8, 서동현), 박현범, 조원희, 안효연(HT, 남궁웅)
공격수-신영록, 에두(후34, 조용태)
FC서울 수원 삼성 신영록 카드섹션 라이벌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