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는 대한민국의 올림픽 역사에서 중요한 획을 그었던 종목이다.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구기 종목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동)을 따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22년이 흐른 지금, 여자배구는 세계 3위는커녕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조차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을 만큼 침체돼 있다. 오는 17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여자배구 세계 최종예선 겸 아시아대륙 예선에서도 베이징행 티켓을 장담하기 힘들다.

8개국(한국·태국·카자흐스탄·일본·세르비아·폴란드·푸에르토리코·도미니카공화국)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풀리그를 치른 후 전체 1위, 아시아국가 중 1위, 나머지 상위 2개팀 등 총 4개국에게 올림픽 티켓이 주어진다.

김연경·한송이·황연주·정대영 이탈...전력 약화 불가피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는 김연경의 시원스런 스파이크를 볼 수 없다.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는 김연경의 시원스런 스파이크를 볼 수 없다. ⓒ 한국배구연맹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의 명단을 보면, 차·포·마가 모두 빠진 장기판을 보는 듯하다. 김연경, 한송이, 황연주(이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정대영(GS칼텍스)의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2007~2008 V-리그를 치른 후 각각 무릎과 발목 등의 부상을 호소하며 대표팀 합류를 거부했고, 그 과정에서 황연주와 정대영은 대한배구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국제 대회 포함)에 '출전 정지 1년'이라는 무거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중요한 국제 대회를 앞두고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것은 각 종목마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처럼 주요 선수 4인이 동시에 대표팀을 이탈하는 경우는 무척 드문 경우.

김연경은 3년 연속 V-리그 MVP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한국 여자배구의 '군계일학'이고, 한송이는 그런 김연경을 제치고 지난 시즌 '득점왕'을 차지했을 만큼 물 오른 기량을 과시했다.

오른쪽 공격수 황연주와 센터 정대영 역시 같은 포지션에서 뚜렷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있는 선수들이다.

수비 전문 선수 '리베로'를 제외하면 6명이 코트에 서게 되는 배구 경기에서 주전 선수가 무려 4명이나 빠졌으니, 대표팀의 전력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올림픽 4회 연속 진출 노린다

 주공격수들의 공백으로 인해 한유미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주공격수들의 공백으로 인해 한유미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 국제배구연맹

주력 선수가 대거 이탈했다고 해서 상대팀에게 주전을 빼고 경기를 치르자고 제안할 수도 없고, 부상 선수가 돌아올 때까지 올림픽 예선을 연기할 수는 더더욱 없다. 비록 완벽한 전력은 아니지만 올림픽 4회 연속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대표팀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격을 도맡게 될 레프트에는 한유미(현대건설 그린폭스)와 김민지(GS칼텍스)가 서게 된다. 김연경, 한송이에 비해 파괴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두 선수 역시 팀 내에서 주득점원으로 활약할 만큼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한다. 수비와 서브 리시브에서 여의치 않으면 '살림꾼' 임효숙(도로공사)이 가세할 수도 있다.

황연주가 빠진 오른쪽은 '만능 소녀' 배유나(GS칼텍스)의 몫이다. 배유나는 지난 V-리그에서 주로 센터로 활약했지만, 한일전산여고 시절부터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 온 터라 큰 무리는 없다.

대표팀의 중앙은 노련한 김세영(KT&G 아리엘스)과 패기 넘치는 양효진(현대건설)이 책임지게 된다. 두 선수 모두 신장이 190cm에 이르고 있어 센터진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대표팀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중앙에서 다양한 유형의 공격을 할 수 있는 전민정(흥국생명)이 버티고 있다.

위의 공격수들이 '부동의 세터' 김사니(KT&G), 리베로 김해란과 함께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인다면, 차·포·마가 빠진 장기판에서도 충분히 대등한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럽의 강호 세르비아(세계 7위)와 폴란드(9위), 개최국 일본(8위)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랭킹 11위 한국은 푸에르토리코(19위), 태국(18위), 카자흐스탄(16위), 도미니카 공화국(14위)을 모두 꺾어야 베이징행 티켓을 바라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한국 대표팀 경기 일정

17일 오후 1시5분 vs 푸에르토리코
18일 오후 1시5분 vs 태국

20일 오후 1시35분 vs 세르비아
21일 오후 3시35분 vs 폴란드

23일 오후 6시35분 vs 일본
24일 오후 3시5분 vs 카자흐스탄
25일 오전 11시5분 vs 도미니카 공화국
여자배구 베이징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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