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E 월·E는 쓰레기더미가 돼 버린 지구에 남아 쓰레기정리를 하는 로봇이다. 로봇에게 인격을 불어넣고 사랑하도록 하는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기교가 돋보인다.

▲ 월·E 월·E는 쓰레기더미가 돼 버린 지구에 남아 쓰레기정리를 하는 로봇이다. 로봇에게 인격을 불어넣고 사랑하도록 하는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기교가 돋보인다. ⓒ 픽사 애니메이션

 

6일 개봉하는 <월·E>. 우선 화면 앞에 앉으면 그 황량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말 한 마디 없이 로봇이 화면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며 고철더미를 뒤진다. '이게 영화가 될까?' 처음부터 의구심마저 든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면 '이런 영화도 성공할 수 있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무모한 생존을 행복한 생활로 만든 영화기에.

 

지구는 황량해질 대로 황량해졌고, 거기 살던 사람들은 이미 700년 전에 다른 우주로 우주선을 타고 나간 상태다. 월·E(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지구 폐기물 수거, 처리용 로봇)만이 지구에 남아 묵묵히 그 일을 감당하지만 무료함에 외로움을 탄다.

 

생존을 생활로 바꾼 로맨티스트 월·E

 

월·E는 쓰레기더미가 돼 버린 지구에 남아 쓰레기정리를 하는 로봇이다. 로봇에게 인격을 불어넣고 사랑하도록 하는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기교가 돋보인다. 이미 <니모를 찾아서>라는 작품을 통하여 '기계와 인간, 기계문명과 인간의 교감'이라는 주제로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감독이다.

 

인간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났지만, 월·E는 날마다 쓰레기들을 압축하는 작업을 한다. 그러나 무조건 다 쓰레기 취급을 하지 않고 쓸 만한 물건들은 창고에 모아 둔다. 쓰레기의 진가를 아는 로봇이다. 세상에는 자기 말고는 다 쓰레기라고 외치는 인간 말종들이 얼마나 많은가. 월·E만도 못한 인간들, 자신이 쓰레기인 줄은 모르고.

 

로맨티스트가 그 로망을 버리지 않으면 결국 이루어진다? 그랬다. 이 영화는 기계들, 로봇들로 채워진 공간에 사랑이라는 그림을 그린다. 기계에 인격을 입힌다. 선장의 말을 빌리면, '생존의 세계에 생활'을 그린 것이다. 월·E와 이브의 사랑을 통하여, 선장과 로봇들과의 교감을 통하여, 결국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함으로써 생존은 생활이 된다.

 

정치권력과 전자동 시스템

 

<월·E> 포스터 로맨티스트가 그 로망을 버리지 않으면 결국 이루어진다? 그랬다. 이 영화는 기계들, 로봇들로 채워진 공간에 사랑이라는 그림을 그린다. 기계에 인격을 입힌다.

▲ <월·E> 포스터 로맨티스트가 그 로망을 버리지 않으면 결국 이루어진다? 그랬다. 이 영화는 기계들, 로봇들로 채워진 공간에 사랑이라는 그림을 그린다. 기계에 인격을 입힌다. ⓒ 픽사 애니메이션

우주로 간 엑시엄이란 우주선의 선장(제프 갈린 분)도 그 삶이 지구에 남은 월·E와 별로 다르지 않다. 매일 똑같은 일에 갇혀 지루한 생존을 한다. 오토라는 자동항법 로봇에 의지하여 우주선을 조종하는 일이 그의 일이다.

 

말 한 마디, 혹은 버튼 하나로 움직이는 전자동 시스템의 공간, 그것이 선장이나 승객 모두의 생존방식이다. 모두가 뚱뚱하다.

 

세상은 안일함과 편리함으로 치닫고 있다. <월·E>는 그게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경고한다. 우리는 유비쿼터스 시스템의 미래를 자랑한다. 그때 우리 모습이 어떨지 이 영화가 미리 보여준다.

 

한 마디로 끔찍한 세계다. 기계로 하여금 손발이 되게 하는 세상, 그 세상이 온다면 천국이 아니라 지옥일 게다.

 

부시가 독도 표기를 원상회복하도록 한마디 하니 되돌려졌다. 정치권력의 힘이다. 정치권력과 전자동 시스템은 닮았다. 비만이란 병에 걸리고도 그 위험성을 모른다.

 

혹 지체 높은 양반들! 자기 말 한 마디로 다 된다고 으쓱대는지 모르는데, 그게 바로 자신을 생존의 늪에 빠지게 하고, 세상을 행복한 생활이 빠진 지옥으로 만든다는 것도 아시는지.

 

선장은 이브를 지구로 보내 식물을 구하도록 한다. 그 식물이 바로 우주선을 지구로 돌아오게 하는 열쇠다. 손 하나 까딱 않고 살던 이들에게 이브를 쫓아 지구에서 온 괴 로봇 월·E는 그야말로 구세주다. 그가 곧 그 식물의 열쇠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선장도 월·E를 알고부터 용감한 리더의 기질을 발견한다. 결국 엑시엄호는 지구를 향해 움직이게 된다. 우주공간을 자유자재로 오고가는 로봇과 우주선의 비행은 <E.T> 류의 전형이다.

 

그러나 그 스펙터클은 영화의 조미료일 뿐, 영화는 미래사회가 전자동으로 변할 때 인간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한 마디의 명령이나 교만 너스레가 아니라 상대와의 사랑의 교감이다.

 

결국 승리하는 쓰레기의 힘

 

세계적 다국적 기업 비앤엘사는 우주 유람을 구실로 인류의 장밋빛 미래를 호언장담하지만 결국 우주의 미아로 만들려는 수작이었을 뿐임이 드러난다. 포스라이트 사장(프래드 윌라드 분)이 프로그래밍한 대로 오토는 선장에게 반기를 들지만, 윌·E와 이브의 활약에 힘입은 선장의 용기로 무산되고 만다.

 

쓰레기 처리 로봇 월·E는 우주선에서 가장 오염된 물질로 분류된다. MO라는 미생물 박멸 로봇이 월·E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생각에 월·E는 청소해야 할 상대다. 고상한 정치권력이 촛불시민을 그리 보듯. 그러나 정작 청소해야 할 것은 음모 가득한 권력, 비만으로 치닫는 안일함, 생활을 잃은 생존이다.

 

쓰레기로 분류된 윌·E 때문에 우주선의 미아들이 결국 고향인 지구를 찾게 된다. 쓰레기가 미화원의 세계를 구원한다. 혹 정치하는 높은 분들, 지금 촛불이 오염물질은 아닌지? 잘못했다고 바른 말 하는 민초들이 쓰레기처럼 보이지는 않는지? 그러나 잊지 말기를. 그들이 있어야 나라가 산다는 것을. 고상을 떠는 당신들까지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월·E는 말하는 듯하다. "난, 그래 쓰레기다. 어쩔래?" 지금, 정치의 지질컹이가 된 우리 민초들도 따라 외치고 싶지 않을까. "난, 그래 쓰레기다. 어쩔래?"

 

이브 월·E와 이브의 사랑을 통하여, 선장과 로봇들과의 교감을 통하여, 결국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함으로 생존은 생활이 된다.

▲ 이브 월·E와 이브의 사랑을 통하여, 선장과 로봇들과의 교감을 통하여, 결국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함으로 생존은 생활이 된다. ⓒ 픽사 애니메이션

덧붙이는 글 | 앤드류 스탠튼 감독, 제프 갈린, 밴 버트 주연, 프레드 윌러드, 제프 갈린, 벤 버트, 킴 코프 목소리 연기,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제작,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배급, 104분

이 기사는 http://blog.godpeople.com/kimh2, http://blog.daum.net/kimh2 에도 실렸습니다. 

2008.08.04 14:3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앤드류 스탠튼 감독, 제프 갈린, 밴 버트 주연, 프레드 윌러드, 제프 갈린, 벤 버트, 킴 코프 목소리 연기,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제작,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배급, 104분

이 기사는 http://blog.godpeople.com/kimh2, http://blog.daum.net/kimh2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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