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4시40분 베이징 순이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여자 카약 K-1 1인승 500M 종목 예선에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한국 카약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자력 출전한 여자 카약의 간판스타 이순자 선수의 준결승 진출을 향한 힘찬 출발이 있었다.
 

이순자선수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대기 중에 있다. 이순자 선수는 1번 레인에 배정받았다.

▲ 이순자선수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대기 중에 있다. 이순자 선수는 1번 레인에 배정받았다. ⓒ KBS 방송화면 캡쳐


이순자선수  준결승 진출을 향한 힘찬 출발.

▲ 이순자선수 준결승 진출을 향한 힘찬 출발. ⓒ KBS 방송화면 캡쳐


 
이순자 선수가 준결승 진출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동안 KBS 올림픽 중계 캐스터의 멘트가 흘러나온다.
 
“혼자서 올림픽에 출전했기 때문에 혼자서 외롭게 레이스를 펼치게 되고,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이순자 선수입니다…. 비인기 종목, 한국 카약, 카누를 많은 분들께 널리 알린 아주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일단 최하위만 면하면 준결승에 올라가게 되는데요….
 
이순자 선수 출발이 좀 늦었는데요, 조금씩 뒤처지고 있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이렇게 한국 카약이 세계수준과는 조금 차이가납니다. 그렇지만 당당히 올림픽 예선을 2위로 통과 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이순자 선수!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좋은 경기를 해주길 바랍니다.”
 
그러나 준결승 진출의 꿈은 기량과 실력의 차이란 벽을 넘지를 못해 좌절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경기 결과를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였고, “올림픽 이란 세계적인 무대에서 기량이 한 수 위인 선수들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기에 ‘꼴지’도 만족 한다”던 그녀, “카누를 즐기면서 능력이 닿는 한 계속하고 싶어요!”란 말을 남기고 2012년 런던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국위선양과 올림픽 출전이란 개인의 명예를 위하여 출발한 베이징 길은 험난했다. 비인기종목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비행기 표 한 장 받아들었다. 그리고 선수에게는 생명인 카누도 비용이 없어 가져가지 못해 현지(베이징)에서 빌려 사용해야 했다.
 
나 홀로 올림픽에 출전한 이순자는 화이팅을 외쳐줄 응원단도 없었고, 동료도 없었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헝가리인 코치가 유일한 응원단이자, 편이었고, 팬이었다. 그녀는 금메달 유력 종목 선수들이 받는 스포트라이트는 기대도 하지 않았고,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수상경력에도 불구하고 자국민들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솔직히 본 필자도 카누의 이순자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선수의 기량발전을 위한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림픽예선을 2위로 통과해 올림픽 자력출전이란 한국 카누역사를 새롭게 장식했고, 수많은 후배와 동료들에게 희망을 전해준 이순자 선수야말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스포츠맨이고, 올림픽 스타이다.

이순자 선수 외에도 올림픽을 빛나게 해준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이 있다.
지난19일 저녁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트랙에서는 또 하나의 한국 신기록이 나왔다. 110m 남자 허들 준준 결선이었다. 서울올림픽 때 주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것을 빼면 올림픽 육상 트랙 종목에선 최초로 준준 결선에 오른 것이지만 세계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이 선수가 세운기록은 13초55 한국 신기록이다. 그러나 0.04초가 뒤져 준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9만 관중 앞에서 보여준 그의 투지는 한국 육상의 미래를 밝게 해주었다.
 
이정준 선수는 2007년 태국과 일본에서 각각 13초63, 13초56으로 한국 신기록을 갱신하면서 올림픽에 출전했다. 준결승 무대에는 실패했지만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결승진출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세계육상의 벽이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당찬 자신감을 보였다.
 
아테네 올림픽 역도 69kg급 은메달리스트인 이배영 선수는 이번 베이징에서 은메달의 설움을 풀고자했다. 인상 1,2,3차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인상 2위로 끝내며 순조로운 금메달 사냥을 시작했지만 용상 1차전에서 갑작스러운 장딴지 근육통으로 인해 좌절되었다. 그러나 그는 남아 있는 힘을 다해 베이징을 들어 올리려 투혼을 불태웠지만 실패했다. 마지막 힘을 다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에 세계와 한국은 감동했고 이배영 선수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 자랑스러운 모습이 지금 글을 쓰는 이순간도 생각난다.
 
47명 참가한 승마 마장마술 개인예선에서 최준상 선수가 거둔 성적은 46위(1명 기권)를 기록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개인, 단체 1위를 했던 최준상 선수지만 세계정상권 선수들의 기록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최초 자력진출이란 새 장을 열었던 마장마술의 최준상은 예선 46위 최하위로 경기를 끝냈지만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한국에서 최준상 선수의 올림픽 자력 출전은 또 하나의 희망이었다. 자국민의 관심 밖의 경기를 치르면서 당당하게 세계 속에 한국 승마의 발전을 보여준 그의 노력은 불굴의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7시간이 넘는 긴 사투를 홀로 이겨낸 대한건아 박성백 선수 또한 베이징 속에 한국을 빛나게 한 선수이다. 그의 성적은 출전선수 90명 중 88위이지만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남자 개인도로전에 출전했다. 또한 이민혜 선수는 22명이 참가한 포인트레이스에서 경기도중 실격한 3명의 선수와 함께 19위를 기록했지만 최선을 다한 그들의 성적은 결코 부끄러운 성적이 아니었다.
 
한국 다이빙 대표 손성철, 남자 3m 스프링보드 예선 6라운드 총점은 353.35로 29명 중 29위. 지난 2월 베이징 다이빙 월드컵에서 가까스로 올림픽 티켓을 손에 쥔 그는 태릉선수촌 수영장에 다이빙대가 없어 청주 학생 수영장에서 홀로 떨어져 훈련을 해야 했다고 한다.
 
이렇듯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 뒤에는 응원단도 없이 홀로 외롭게 경기를 치른 선수들도 있었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베이징에 머물면서 한국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유 장관이 응원하고 관전했던 경기들은 금메달이 유력한 경기들이었다는 것이다. 유 장관이 육상, 사이클, 다이빙, 승마, 카누 등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들과 경기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지 않으까.
 
“다른 선수들은 연기를 마치면 박수가 나오는데, 나는 아무 소리도 안 나고 조용하니까 더 긴장됐다.”
“영주의 경륜훈련장에서 더부살이하며 ‘눈칫밥’ 훈련을 해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대여섯 명의 스태프가 장비를 챙기는 유럽 각국의 대표팀 사이에서 사이클과 보조 장비를 옮기는 것은 선수와 감독 딱 둘이었다” -JOINS 스포츠-
 
위 기자가 보고들은 선수들의 속 심정이 한국의 스포츠의 현실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스포츠의 한계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들은 묵묵히 땀과 눈물을 흘리며 올림픽을 준비했고, 세계인의 스포츠무대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량과 실력차이의 벽을 넘어 보여준 그들의 도전정신에 올림픽 성적은 저조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의 땀방울이 있기에 세계인은 감동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메달의 색깔이 아니라 선수가 흘리는 땀방울과 눈물, 환희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경기결과를 떠나서 그들이 국위선양과 개인의 명예와 탑스타로서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아낌없는 힘찬 박수를 보내줄 때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가 있고, 선수들은 국민의 관심과 격려 속에서 실력이 향상되고, 대한민국 선수라는 자랑스러운 마음가짐으로 세계 스포츠계 정상에 우뚝 서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우리 선수모두를 자랑스러워합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8.23 19:4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올림픽 대한민국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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