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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더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만, 난 정말 못하는 것 투성이다. 구태여 학교 다니던 시절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사회에 나와서도 난 너무도 많은 것에 서툴렀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어떤 것은 정말 발전이 더디었다. 잘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평균치에 대입해봐도 하위권인 분야가 상당수다.

그럴 때면 한번씩 '뭐가 문제인가…?' 생각은 해본다. 일단 난 좋아하는 것에는 상당한 집착을 보이기도 하지만 못하는 것에는 그저 멍한 구석이 많다. 어떨 때는 눈은 그것을 주시하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딴 생각이 들거나 좀처럼 집중이 안 되는 경우가 잦다.

마치 학교 다니던 시절 칠판 앞에서 열변을 토하시는 수학선생님의 설명이 머릿속으로 부분 부분 끊겨서 들어와 이해공식이 완전히 헝클어졌을 때처럼, 머리를 툭툭 치면서 집중회로를 열어놔도 잡념이라는 바이러스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를 끊임없이 방해한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못하는 것, 안 되는 것에만 집착하다보면 잘하는 것까지 잃어버린다"고, 잘 안되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잘되는 것을 더욱 살리는 것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내가 소질이 있고 잘하는 것은 그만큼 흥미도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향후 계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최근 나의 이러한 생각을 그대로 실천하고있는 누군가를 보았다. 아쉽게도 나의 지인은 아니지만 요새 들어 정말 좋아지고 있는 한 프로농구 선수이다. 상대적으로 공격에 비해 화려함이나 주목이 덜할 수밖에 없는 분야인 수비에서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코트의 에너자이저' 전주 KCC 가드 신명호(26·183cm)가 바로 그다.

어설픈 따라하기보다는 나만의 장점을 특화시킨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프로농구판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수비보다는 공격력을 갖춰야한다. 물론 양쪽 다 어설픈 경우에는 수비를 잘하는 쪽이 감독의 신임이나 출장시간에서 더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스타급 플레이어들의 경우에는 공격적인 부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단 눈에 보이는 요소에서는 수비보다는 공격 쪽이 확실하게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명호의 최근 돌풍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평균 4득점, 1.9어시스트, 2.5리바운드는 최근 그가 주전 포인트가드로 뛰고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결코 우수한 기록이 아니다. 특히 53.8%의 자유투 성공률은 왜 언론과 팬들이 신명호의 슈팅력부족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강하다. 개인기량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플레이까지도 살려주고 더불어 팀을 승리로 이끌 줄 아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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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호는 빠른 발과 강한 힘 거기에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다. 때문에 자신의 목표가 된 상대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막는 근성이 돋보이는데, 일단 한번 표적이 되면 상대는 그 그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여기에 센스까지 갖추고있는지라 183cm의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울산 모비스의 김효범(26·195cm) 등 자신보다 월등히 큰 선수들까지 수비할 수 있는 엄청난 디펜스 능력을 갖추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는 상대를 다치게 하는 '킬러형 수비수'가 아닌 비교적 깔끔하게 기술로서 상대를 제압하는 '테크니션 수비수'라는 것. 실력으로 막을 수 없는 선수에게 갖은 폭력성 반칙까지 서슴지 않는 수비수들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점이다.

신명호는 도움수비에도 능해 함께 뛰는 동료들의 수비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막고있는 상대를 완전히 봉쇄하는 것도 모자라 수시로 동료들의 마크맨을 같이 수비해주며 혹시나 뚫렸을 때는 날렵하게 쫓아 들어가며 커버해준다. 그야말로 수비에서만큼은 1인 2역 이상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질식수비 못지 않게 뛰어난 스틸능력도 신명호의 가장 무기 중 하나다. 그는 손이 빠르고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상대팀의 패스 길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때문에 수비 시 상대선수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물론 공을 가로채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신명호는 KT&G의 주희정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리그 스틸 전체 2위(평균 2개)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평균 출장시간으로 따져보면 그는 주희정보다도 훨씬 짧은 시간을 뛰었던지라 시간 대비 스틸로는 현 프로농구 무대에서 비교할 대상이 없다.

이렇듯 신명호는 자신의 부족한 공격력을 수비력으로 완벽하게 커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자신이 20득점을 넘기기는 힘들지만 대신 20득점 하는 선수를 10점으로 묶을 수 있고 적절한 도움수비를 통해 다른 선수들의 득점력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거기에 그의 수비로 인해 속공기회가 많이 발생하고 그런 찬스에서 동료들은 쉬운 득점을 곧잘 올린다. 득점과 수비를 플러스-마이너스로 평가한다해도 신명호는 평균 20득점 이상 올리는 공격수 못지 않은 공헌도를 팀에 선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누구도 신명호의 공격력을 가지고 왈가불가하기 어렵다. 그저 약간의 아쉬움만 있을 뿐이다. 특기인 수비가 잘 풀리자 최근 공격에서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신명호가 2년차인 올 시즌 이렇게까지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뛰어난 디펜스 실력을 인정받았고, 허재 감독 역시 이를 높이 평가해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6위로 지명했다.

지금에 와서는 '탁월한 선택이다'는 극찬을 받고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재 감독은 팬들로부터 상당한 비난을 받아온 것이 사실. 대학시절 이름 값이 높지 않았고 더불어 그를 지명할 당시만 해도 이광재-김영환-우승연-함지훈 등 쟁쟁한 선수들이 후순위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국가대표 슈팅가드로 평가받고있는 이광재와의 비교는 한동안 KCC팬들의 주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공격을 잘하는 선수에 비해 너무도 하락된 가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수비 잘하는 선수에 대한 프로무대에서의 박한 평가. 빅맨도 아니면서 가드포지션에서 평균이하의 슈팅력을 보여주던 선수. 하지만 신명호는 이같은 부분을 이겨내고 당당히 '1급 수비수'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만약 신명호가 자신의 특기인 수비의 업그레이드보다 다른 가드들을 따라잡기 위해 어설픈 공격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의 '전천후 스토퍼' 신명호는 없었을 것이다. 남들을 따라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영역을 신념 있게 발전시킨 남자 신명호. 결국 그의 선택은 잘하는 부분에서의 인정은 물론 부족한 부분의 발전까지도 덩달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신명호의 모습은 나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줬다. 그동안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만 가득했던 것을 버리고 내가 잘하는 부분에 더욱 애정을 쏟을 수 있게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똑같을 수 없듯이 나에게도 나만의 소질이 있고 나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도 많은 것이다. 비록 경기장에서, 혹은 텔레비전 브라운관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농구선수지만 나에게 보이지 않는 스승이 되어준 신명호 선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명품수비 1급수비수 신명호 전주 KCC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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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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