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스틸컷

▲ 채식주의자 스틸컷 ⓒ 블루트리픽쳐스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 중에 상업적인 성격을 뛰면서 작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상업적인 면은 떨어지는 작품도 있다. 물론 상업성과 작품성 모두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춘 작품 역시 있으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막무가내 작품 역시 존재한다. 어떤 부분에서든지 상업성과 작품성을 적절하게 맞추는 것이 제일 어렵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특정 부분에서 임팩트를 주어야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으며, 이런 임팩트에 더해서 관객들이 얻어갈 수 있는 혹은 고민할 수 있는 예술적 가치가 있어야 작품성 역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으로 밸런스가 너무 쏠리거나 혹은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악평 외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채식주의자>는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상당히 판단하기 힘든 작품이다. 감독이 보여주는 예술적 성취에 만족하는 관객들이라면 따뜻한 시선을 줄 수 있지만, 단지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이 감독의 강박관념 같은 예술적인 성향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너무나 감독의 강박관념이 뿌리 깊이 내린 작품이란 생각이 들기에 좋은 평가를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감독이 보여준 예술적 강박관념에 매료된 관객들이라면 필자와 완전히 다른 평가를 이 영화에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먼지 인지하고 이 리뷰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술 영화 만들고 싶었던 감독의 노력은 이해한다

<채식주의자>는 분명 감독이 보여준 예술적 세계관에 매료된 관객들이라면 다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강박관념 같은 세계관이 펼쳐지는 영화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내적인 내용은 상당히 철학적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채민서, 김현성이 우리 삶에서 완전히 이탈한 사람들이라면 김여진은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면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이성적인 인물이다. 이런 인물들이 보여주는 각자의 삶과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선에서 휘둘리는 사람과 휘둘리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가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영혜(채민서)는 악몽을 꾸는 순간부터 고기를 먹지 못한다. 그녀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에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녀의 이런 돌발적인 행동은 주위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파장을 몰고 온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봤을 때 영혜는 이미 정상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그녀에게 이어지는 것은 현실적인 사람들의 가혹한 시선뿐이다. 단지 영혜는 고기를 먹지 않는단 이유로 남편과 이혼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가 된 그녀에게 형부인 민호(김현성)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더욱더 극단적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채식주의자 스틸컷

▲ 채식주의자 스틸컷 ⓒ 블루트리픽쳐스


영화에서 보여주는 영혜와 민호의 이야기는 상당히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들이 보여준 고기와 예술에 대한 집착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지점이 맞닿아 있다. 한마디로 비정상적인 경계선에서 두 사람이 형부와 처제라는 경계선을 뛰어넘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영화는 과연 어떤 것이 우리가 바라보는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관객들에게 신랄하게 물어보기 시작한다.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시작된 아주 사소한 일들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이 과연 누구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여기에 영혜의 언니이자 민호의 처인 지혜(김여진)가 끼어들면서 영화는 완전한 비현실로 넘어가지 않고 현실과 경계를 이루게 된다. 영혜와 민호가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자신들의 세계에 몰입해서 살고 있다면 지혜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극의 균형감을 맞추어주고 있다. 그리고 영혜와 민호가 결국 파국에 이를 수밖에 없는 동기 부여를 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작품에서 채민서보다 김여진이 맡은 지혜가 더 키포인트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채식주의자>는 감독이 좋은 작품으로 만들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선에서 너무 과잉이 되어버리면서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만다. 영혜와 민호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너무 감독의 자기과시로 흐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면서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 관객들에게 최소한의 설명조차도 곁들이지 않고 모든 것을 알아서 이해하라고 한다면 이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더 쉽게 이야기해서 아무런 암시조차 주지 않으면서 어떤 사건을 해결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단서조차 없는 미해결 사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느낌이 전해지면 <채식주의자>는 감독의 자기과시 외에 아무것도 없는 작품이 되고 만다. 관객들에게 불친절한 영화이자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예술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감독뿐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감독이 보여주는 이런 자기과시가 예술적인 영역 안에 포함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자기만족인지 판단하는 것에 따라서 완전히 평가가 바뀔 것 같다. 필자 개인적으로 <채식주의자>는 감독의 개인적인 자기만족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김기덕, 홍상수 감독 초기 작품과 비교해보면 이런 현상을 더욱더 느낄 수가 있다. 김기덕, 홍상수 감독 영화도 자기 스타일이 무척 강하지만 최소한 관객들에 대한 배려는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 송고된 후 http://www.moviejoy.com에 순차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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