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 기대주끼리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대결에서는 라샤드 에반스(오른쪽)가 마이클 비스핑을 제압하고 최고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무패 기대주끼리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대결에서는 라샤드 에반스(오른쪽)가 마이클 비스핑을 제압하고 최고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 UFC

2007년 11월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욕 프루덴셜 센터에서 있었던 UFC 78 'VALIDATION'는 새롭게 떠오르고있는 별들의 '희비(喜悲)'가 극명하게 엇갈린 대회였다.

 

'검증(VALIDATION)'이라는 부제답게 티아고 실바, 마이클 비스핑, 프랭크 에드가, 탐단 맥크로리 등 각 체급별 유망주들과 스펜셔 피셔, 초난 료, 고노 아키히로 등 베테랑의 대결구도가 주축을 이뤘는데 그런 만큼 상당 부분 흑백이 가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패 신성끼리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슈가' 라샤드 에반스(31·미국)와 '영국 귀족' 마이클 비스핑(31·영국)의 한판승부는 그래플링 능력에서 앞선 에반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두 선수는 나이는 물론 무패의 MMA전적, 그리고 UFC의 선수 육성 방송 프로그램인 'TUF(The Ultimate Fighter)'의 우승자 출신(에반스는 시즌2우승, 비스핑은 시즌3우승) 등 많은 면에서 공통점이 있었는데 전체적인 밸런스와 완성도에서 에반스가 비스핑을 앞섰다.

 

비스핑은 자신의 특기인 빠른 스탭을 바탕으로한 타격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려 했지만 몸놀림이 좋고 테크닉이 탁월한 에반스의 레슬링 앞에 뜻대로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후 비스핑은 라이트헤비급에서 한계를 느끼고 미들급으로 전향했고, 반대로 에반스는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챔피언벨트까지 거머쥐게 된다.

 

그 외, 티아고 실바(27·브라질)는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고있던 '어세신(assassin, 암살자)' 휴스턴 알렉산더(39·미국)를 무시무시한 파운딩 연타로 잠재웠고, 카로 파리시안(28·미국) 역시 '식인 피라니어' 초난 료(34·일본)를 상대로 한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독설가'로 유명한 고노 아키히로(35·일본) 또한 193cm의 장신유망주 탐단 맥크로리(23·미국)를 맞아 서브미션 승을 거두며 UFC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전 큰소리와는 달리 스펜서 피셔는 떠오르는 신예 프랭크 에드가의 그래플링을 당해내지 못했다

경기전 큰소리와는 달리 스펜서 피셔는 떠오르는 신예 프랭크 에드가의 그래플링을 당해내지 못했다 ⓒ UFC

그래플링의 한계 앞에서 무너져 내린 베테랑 타격가

 

스펜서 피셔(32·미국)에게 'UFC 78'은 그야말로 '악몽(惡夢)'이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무너졌던 전철을 되풀이했던 것은 물론 경기 내용 역시 최악이었기 때문. 당시 경기에서 피셔는 프랭크 에드가(29·미국)의 놀라운 그래플링앞에 라운드 내내 굴러다니며 완패를 당했다.

 

피셔와 에드가의 대결은 체급내 최고 기대주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것이 사실. 이들은 체급 내에서 '복병'으로 꼽힌다는 점 외에 관중들을 열광시킬만한 명 경기들을 자주 연출했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메인카드를 능가할 명경기로 기대하던 케이스도 적지 않았다.

 

뭐니뭐니해도 피셔의 최대 매력은 특유의 저돌성을 바탕으로 한 화끈한 파이팅이다. 'UFC 60'에서 맞붙었던 맷 와이먼과의 대결은 이런 그의 스타일이 가장 잘 묻어 나온 경기였다.

 

피셔는 언제나 그렇듯 스탠딩 상태에서의 적극적인 공격으로 와이먼을 압박했는데 거리가 떨어진 상태에서는 로우킥과 크게 휘두르는 펀치를 사용했고, 접근전 또는 클린치 상태에서는 짧은 펀치와 팔꿈치 공격 그리고 니킥 공격을 쉴새 없이 시도했다.

 

적극적인 공격시도라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공격만 계속하다 되려 틈을 허용해 그라운드 상태로 전환하고 말았으며 백포지션까지 빼앗기며 수 차례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피셔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답게 순간순간 상대의 결정적인 공격을 방어해내며 다시 스탠딩으로 전환했고 펀치공격에 이은 플라잉니킥으로 승부를 끝내버렸다.

 

피셔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조마조마할 수도 있었겠지만 단순히 경기를 즐기는 관중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열광의 함성을 내지를만한 명승부 중 하나였다.

 

피셔는 에드가와의 경기를 앞두고있던 당시 CBS 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부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피셔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나의 레슬링은 그렇게 약한 수준이 아니며 반드시 스탠딩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바라보는 외부의 이미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또한 "중요한 점은 많은 팬들은 그라운드 상태에서 지루하게 뒹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적극적인 내용을 통해 재미있는 경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고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밝혔다.

 

그래플링 능력의 발전 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경기를 거듭하면서 느낀 가장 큰 요소는 정신력과 페이스 조절, 그리고 트레이닝 방식인 것 같다"며 "특별히 어느 하나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전체적인 능력의 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렇듯 피셔에 대한 주변의 평가 중에 레슬링 혹은 그래플링에 관한 부분은 빠지질 않고 등장하곤 했다. 타격가로만 봤을 때는 화끈하게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는 선수지만 뛰어난 그래플러를 상대로는 언제나 위험요소를 안고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냉정했다. 피셔는 초반부터 에드가에게 테이크다운을 허용한 채 무수한 파운딩을 허용하는 등 경기 내내 심한 압박에 시달렸다. 결국 변변한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패배의 쓴맛을 곱씹어야만했다.

 

<계속>

2010.03.02 11:51 ⓒ 2010 OhmyNews
검증(VALIDATION) UFC 스펜서 피셔 마이클 비스핑 프랭크 에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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