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47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든 서울월드컵경기장

60747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든 서울월드컵경기장 ⓒ 이세진


그야말로 구름관중이 몰려들었습니다.  겨우 티켓을 구입해서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 그 드넓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관중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6만 명이 넘는 관중들은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했고, 경기장이 떠나가라 박수를 쳤습니다.

K리그가 관중이 없다고? 웃기지 말라 그래

사실 제가 어린이날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K리그 경기를 보러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선두탈환을 노리는 FC서울과 전통의 강호 성남 일화 천마가 맞붙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린이날에도 일정이 있던 저는 '일정이 일찍 끝나면 집에 얼른 가서 TV로 경기를 봐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죠.

하지만 옳거니, 일정이 취소가 된 것입니다. 저는 단숨에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경기시작 시간인 3시가 되기 30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한 저는 티켓 구매를 하려고 티켓 박스를 열심히 찾았습니다. 아니 근데, 티켓 박스 앞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경기시작이 임박했는데도 티켓박스 줄의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맙소사!

경기가 이미 시작해버렸지만, 겨우겨우 티켓을 구입하여 경기장에 들어섰습니다. 저는 성남 원정석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상암에 와서 항상 원정석에 앉는군요)

눈앞에 펼쳐진 어마어마한 관중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집니다. 제가 지난번에 보았던 FC서울과 수원 삼성블루윙즈의 경기도 최고의 더비전답게 어마어마한 관중규모를 과시했지만, 오늘에 비할 것이 못되었습니다.

홈팀 FC서울의 일방적인 경기, 모두 메가톤급 화력의 홈팬들 덕분?

 총 네 골(데얀 해트트릭)을 몰아치며 성남을 쉽게 제압한 홈팀 FC서울

총 네 골(데얀 해트트릭)을 몰아치며 성남을 쉽게 제압한 홈팀 FC서울 ⓒ 이세진


경기 양상은 FC서울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듯 했습니다. 성남도 최근 훌륭한 공격력을 선보인 팀이기에 내심 양팀이 '치고받고' 하는 양상을 보여주기를 기대했지만, '압도적'인 홈팬들의 응원 때문인지 FC서울이 '압도적'으로 경기를 주도했습니다.

성남도 콜롬비아 특급 몰리나 등을 중심으로 FC서울의 골문을 두드려보려 했지만 FC서울 선수들이 적절하게 패스를 모두 차단하며 성남의 공격진을 꽁꽁 묶어버렸습니다. 멋진 수비가 나올 때도 홈팀의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죠.

결국 FC서울은 데얀의 해트트릭과 이승렬의 한 골을 더 보태 성남을 상대로 4-0 대승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FC서울은 다시 선두자리에 올라서는 기쁨도 맛보게 되었습니다.

서울의 60747명에서 K리그의 희망을 느끼다

 경기가 끝나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FC서울 선수들

경기가 끝나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FC서울 선수들 ⓒ 이세진


'K리그는 재미가 없다', 'K리그는 인기가 없어서 관중수가 적다' 라는 말들은 K리그를 줄줄줄 따라다니는 말들입니다. 특히 K리그를 직접 본 적도 없는 이들도 'K리그=재미없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을 머릿속에 콕 박아버린 듯 합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K리그가 재미없을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켜본 K리그는, 충분히 재미있는 리그입니다. 저도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의 아름다운 축구를 보고,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 메시의 화려한 드리블을 보기 위해 밤을 새우기도 하고, 세리에A 제노아 더비도 챙겨봐야한다며 잠 조절을 할 정도로 유럽축구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유럽축구는 유럽축구대로, K리그는 K리그대로 매우 재미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시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으신지요?

다만 K리그가 세계 3대 리그에 떨어지는 부분들이 몇가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첫째, 세계적인 선수가 K리그에서 뛰진 않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을 위해 뛰는 선수들은 바로 K리그 선수들 뿐입니다.

둘째, TV중계 등이 너무 열악합니다. 올해에는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둔 상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나름 중계방송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듯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K리그 중계를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카메라 장치 등의 중계 장치들도 부족합니다.

셋째, K리그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없어 너무 야속합니다. 포털 스포츠면을 본 K리그 팬들은 한번쯤 한숨을 내쉬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제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K리그에서 매우 흥미롭고 대단한 일이 펼쳐졌을 때보다는 안 좋은 일들이 벌어졌을 때에만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듯 합니다. 오늘 서울월드컵 경기장에 모인 60747명이라는 숫자는 모든 스포츠 언론 1면을 장식해도 모자를 듯한데, 제 착각이었나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60747명에게서 K리그의 희망을 느낍니다. '어린이날'이라는 특수를 맞이하여 구름 관중이 몰렸던 부분도 사실입니다. 이들이 K리그를 보기위해 다시 오리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K리그는 무척 열정적이고 흥미있는 리그이구나'라는 생각을 품고 돌아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K리그 전구장이 관중들로 가득찰 그 날을 꿈꾸며…

덧붙이는 글 http://sejin90.tistory.com/325에도 실렸습니다.
K리그 축구 FC서울 성남일화천마 최다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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