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두 투수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LG 트윈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홈팀 LG가 기아에 20점을 따내며 대승을 거뒀다.

선발전원이 안타를 기록한 LG는 26일, 기아를 상대로 무려 16개의 안타를 뽑아내 기아를 16점차로 따돌리며 물오른 공격력을 뽐냈다. 20-4로 끝난 경기에서 봉중근은 시즌 5승째를 따내는데 성공했으며, LG는 한층 더 강력해진 타선의 폭발력을 자랑하며 연승가도를 달렸다.

반면 기아는 윤석민이 1이닝도 마무리 하지 못한채 0⅔이닝 동안 45개의 공을 던지고 8실점을 내주며 연패의 늪에 빠졌다.

연승을 달리고 있는 LG와 연패에 빠진 기아

LG의 선발투수 봉중근. 선발로 등판한 봉중근은 이날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기아 타선을 2점으로 묶으며 시즌 5승째를 올렸다.

▲ LG의 선발투수 봉중근. 선발로 등판한 봉중근은 이날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기아 타선을 2점으로 묶으며 시즌 5승째를 올렸다. ⓒ LG TWINS

시합이 끝난 후 한 야구 관계자는 "선발 투수들의 위기관리능력, 찬스와 집중력 등 두 팀이 이번 경기를 통해 승리와 패배 공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봉중근과 윤석민이 선발로 나선 이날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팽팽한 투수전 양상을 예상했다. 하지만 승부는 1회 부터 갈리기 시작했다.

먼저 점수를 따낸 것은 기아. 봉중근에게 강한 기아 이종범은 1회 솔로홈런을 때려내며 봉중근을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어진 1회 말 LG는 윤석민을 상대로 8점을 뽑아내며 큰 점수차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LG타선을 압도하리라 예상되던 윤석민은 이대형의 기습번트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공이 높은 쪽으로 형성되는 등 평소보다 떨어지는 구위와 제구로 화를 자초하며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둔 채 강판됐다.

컨디션이 좋지 못했던 것은 봉중근도 마찬가지. 봉중근은 이닝마다 상대타자의 출루를 허용하면서 위기를 초래했다. 하지만 봉중근은 노련한 위기관리능력으로 2회 1사 1, 3루의 상황에서 상대 병살을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1,2,5이닝에 선두 타자가 출루한 상황의 위기에서도 봉중근은 플라이볼과 견제사를 유도하는 등 단 2실점으로 기아 타선을 묶는데 성공했다.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이택근. 선발로 출장한 이택근은 이날 3점 홈런을 때려내며 화끈한 복귀를 알렸다.

▲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이택근. 선발로 출장한 이택근은 이날 3점 홈런을 때려내며 화끈한 복귀를 알렸다. ⓒ LG TWINS


LG, 찬스를 만들고 때려내다

LG는 이날 홈런 3개를 쏘아올리며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특히나 LG가 뽑아낸 3개의 홈런은 모두 3점 홈런. 아웃카운트 관계없이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면 이어진 타자들은 꾸준히 진루타와 적시타를 때려냈다.

LG 타선은 찬스에 강한 것 뿐만 아니라 찬스를 만들어 나가는 공격형 팀으로의 변신을 알리며 남은 패넌트레이스 분위기를 한층 밝게 했다.

이날 수훈갑은 단연 유격수 오지환. 1회말 공격에 나선 오지환은 윤석민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뽑아내며, 한동안 주춤했던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홈런을 기록한 오지환은 이날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3루까지 진루하는 등 한층 자신감 붙은 모습을 보였다.

박종훈 감독은 25일 인터뷰에서 이택근의 출장시기에 대해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투입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말한 바 있으나 이른바 '윤석민 킬러'로 불리는 이택근을 지명타자로 기용하며 선발출장을 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택근은 8회 우익수 뒤를 넘기는 3점 홈런을 포함 6타수 2안타 3득점을 올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연일 맹타를 퍼붓는 권용관도 3점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4타점을 올리며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평소 약점으로 지적되던 몸쪽 볼을 적절히 커트하는 등 권용관은 올시즌 기아전 타율을 0.750으로 끌어 올렸다.

반면 조범현 감독은 김상훈과 나지완이 빠진 중심타선에 안치홍을 3번 타순에 배치하는 등 타순에 변화를 주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안치홍이 무안타로 침묵한 가운데 2회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찬스에서 8번타자 최용규의 병살과 함께 8회에도 병살을 기록하는 등 번번히 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집중력 저하로 자멸한 기아

 2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권용관은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2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권용관은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 LG TWINS

1회 선두타자로 출루한 이용규는 봉중근에게 견제사를 당했고, 집중력이 떨어진 이현곤도 6회초 공격에서 견제사를 당했으며, 5회말 이택근의 평범한 땅볼을 처리하지 못하는 실책을 범하는 등 맥빠진 경기를 펼쳤다.

예상밖의 상황에서 조범현 감독은 불펜전력을 아끼기 위해 박경태를 마운드에 올려보냈으나 LG 이대형과의 승부에서 퇴장을 당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기아는 5회와 8회에 연이은 실책성 수비를 하는 등 자멸했다.

이택근이 경기감각과 타격감을 끌어올린 LG는 공격력에 한층 무게감이 실렸다. 1군에 복귀한 민경수도 2007년 9월 22일 롯데전 이후 첫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으며, 이재영도 14개의 공으로 병살타를 유도하는 등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신정락과 이동현, 김기표 등 잦은 등판으로 피로한 마운드에 회복제가 공급된 셈. 특히 27일 첫 선을 보이는 새 외국인 투수 필 더마트레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LG는 후반 백창수, 손인호, 김태군 등을 투입시키며 주전 선수 컨디션 조절의 시간을 벌었으며 후보 선수들에게 경기감각을 익힐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이에 반해 기아는 예상밖의 불펜 전력 낭비로 이날 경기가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 선발로 예고된 양현종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해 또다시 불펜진이 과부하에 걸릴 경우 금요일부터 펼쳐질 한화전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기아에게 다행인 것은 이종범을 비롯 이용규, 박기남, 이종환 등이 이날 경기에서 13개의 안타를 때려냈다는 점.

27일 펼쳐질 LG와 기아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LG가 새 외국인 투수 필 더마트레를 앞세워 연승행진을 이어갈지, 기아가 여전히 강력한 공격력으로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지 주목받고 있다.

20:4 LG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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