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우(46) 전 세계프로복싱챔피언을 주축으로 하는 프로복싱 긴급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위원장을 맡은 유명우 전 챔피언은 11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권투위원회(KBC)의 비리를 폭로하고 프로복싱 중흥을 위한 혁신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명우를 선봉으로 하는 프로복싱 개혁세력은 그동안 최요삼 사망으로 부각된 건강보험료 재정파탄, WBC회장 앞에서의 가짜 복서 경기로 인한 국제 망신, 신인왕전 개최 중단, 김주환 회장선출절차 부정 등으로 KBC에 대해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었다. 최근 배기석 선수의 사망사건이 재발했음에도 건강보험료 지급문제와 선수 유족에 대한 KBC의 무책임한 대응이 도화선이 됐다.

프로복싱 긴급대책위는 지난 7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사건 2010가합5590)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 판결에서 "임시총회에서 김주환을 회장으로 선임한 이 사건 결의는 무효"라고 판결된 바 있어 김주환 KBC회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유명우 위원장을 비롯한 지인진 전 챔피언 등 10명으로 구성된 긴급대책위원회는 KBC의 회계 부정 등을 조사하기 위해 김선 하늘맑은집 선수촌장을 위원장으로 삼은 특별조사위원회도 조직했다.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할 사항은 ▲ 전임 김철기 회장 행정부의 회계비리 3억에 대한 손해배상 ▲ 선수 대전료 원천세 포탈 및 대전료 부풀리기를 통한 착복 ▲ 전·현직 회장이 연루된 사문서 위조를 통한 실업급여 부정수급 등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하고 있다. 법적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주환 회장은 "총회 결의 무효 판결과 관련해서는 항소하든지 아니면 임시 총회 또는 이사회를 열어서 재신임을 묻는 등의 대응을 할 것"이라며 "유명우는 라이선스조차 없는 등 국내 권투계를 대표하지 못하는 인물로 법적으로 소송이 진행된다면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복싱 개혁을 위해 총대를 메기로 작정한 유명우

한국복싱 개혁을 위해 총대를 메기로 작정한 유명우 ⓒ 이충섭



유명우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12일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주환 회장을 비롯한 KBC 집행부가 진정으로 권투를 사랑하고 사명감이 남아 있다면, 법적인 심판에 앞서 도의적·양심적 책임을 느끼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용퇴가 해결책이자 순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복싱계 원로들에게 대항하는 소장파의 쿠데타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작고한 김기수 다음으로 챔피언에 등극한 홍수환은 물론 원로 관장들도 개혁 세력에 동참하고 있는데도 이런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KBC 집행부 운영과 정책에 관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정치적 논리"라고 역설했다.

프로복싱계에 대한 우려에 목소리에 대해서도 "화상 상처가 부끄럽다고 덮어두다가는 더 곪아터질 뿐, 치료를 위해선 우선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프로복싱계가 일시적으로는 내홍을 겪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복싱계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 될 것이며, 예전과는 달리 불의에 대해 복싱인들이 일치 단결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유명우 홍수환 김주환 한국권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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