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동호회 탁구대회 도중에 단체 사진한장

▲ 탁구동호회 탁구대회 도중에 단체 사진한장 ⓒ 김준희


오래 전에 탁구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유남규와 현정화가 86년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하며 메달을 따낼 때, 중학교에 다니던 나도 방과 후에 친구들과 함께 학교 근처 탁구장을 찾고는 했다.

주변의 분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떡볶이나 튀김 등을 내기삼아 단식, 복식 가리지 않고 열심히 라켓을 휘둘렀던 기억이 있다. 피시방이나 노래방도 없던 그 시절에, 중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오락거리 중 하나가 바로 탁구였다.

그것도 역시 한때였나 보다. 그때 이후로는 탁구장을 찾은 적이 없고 주변에서 탁구장을 본 적도 없다. 그러다가 최근에 우연히 탁구동호회를 접하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압구정동의 '현대헬스클럽 탁구동호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안에 있는 현대헬스클럽 한쪽에는 특이하게도 두 대의 탁구대가 놓여있다. 탁구국제심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정영백(54) 관장의 유별난 탁구 사랑 덕택이다. 저녁이면 동네의 어르신들이 이곳에 모여서 탁구를 즐긴다. 그러다가 동호회가 만들어졌고 회원도 어느새 20명 가량으로 늘어났다.

이 동호회의 특징은 평균 연령이 63세라는 점이다. 가장 젊은 회원이 59년 생이다.

"이 동호회를 보고 두 번 놀랐어요. 어르신들 나이가 많아서 한 번 놀랐고, 그런데도 실력이 뛰어나셔서 다시 한 번 놀랐죠."

헬스클럽의 탁구 코치는 이렇게 말한다. 회원들이 많아지면서 자체적으로 대회도 치른다. 올해에는 분기별로 한 번씩 총 네 차례 대회를 하는데 지난 8월 26일에 두 번째 대회가 열렸다. 그 현장에 가봤다.

매일 탁구로 건강을 유지하는 어르신들

탁구동호회 복식 경기가 진행중이다

▲ 탁구동호회 복식 경기가 진행중이다 ⓒ 김준희


탁구동호회 공을 받다 넘기고 있다.

▲ 탁구동호회 공을 받다 넘기고 있다. ⓒ 김준희


"넘겨!"
"잘한다!"

탁구장에 모인 어르신들은 기합을 넣어가면서 복식 경기를 치르고 있다.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탄성과 함께 아낌없이 박수가 쏟아졌고, 실수를 하면 웃음소리가 터져나온다. 대회는 복식과 단식으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복식 우승자에게는 우승컵이, 단식 우승자에게는 우승컵과 함께 13만 원 상당의 탁구전용신발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탁구는 뇌의 운동이에요. 유산소 운동이면서 동시에 감각의 운동입니다. 공이 자기 앞으로 올 때 순간적으로 빠르게 판단해서 라켓을 휘둘러야 하거든요."

한 회원은 탁구의 매력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정영백 관장도 여기에 동의한다.

"제가 예전에 은평구에서 치매 예방을 위한 탁구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탁구를 잘 하려면 머리를 많이 써야하니까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죠."

다른 회원은 "탁구란 만남이다"라고 말한다. 가만히 생각하니까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배드민턴이나 테니스에 비해서 탁구는 상대적으로 상대방과의 거리가 가깝다. 그러다보면 시합 도중에 상대방과 더 자주 대화할 수 있다. 그것이 결국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회가 아닌 평소에도 그냥 치지는 않아요. 상대방과 천원 내기를 하거나 초콜릿 내기를 하죠. 별거 아니지만 이렇게 내기를 해야 승부욕이 생겨서 더 열심히 하게 되거든요. 그냥 치면 싱겁잖아요."

승부욕을 위해서 가벼운 내기를 하는 회원들이니 이런 대회에서는 얼마나 열심히 집중할까. 복식 결승전은 듀스에 듀스를 거듭하며 이어진 긴 승부였다. 멋진 플레이로 승리를 챙길 때마다 회원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한다. 88년 올림픽에서 단식 금메달을 땄던 유남규처럼.

2.7g의 살아있는 공을 치는 묘미

탁구동호회 멋진 폼으로 서어브!

▲ 탁구동호회 멋진 폼으로 서어브! ⓒ 김준희


탁구동호회 단식 결승전을 하고 있다.

▲ 탁구동호회 단식 결승전을 하고 있다. ⓒ 김준희


탁구의 매력은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 나는 가만히 앉아서 단식 경기를 지켜보았다. 작고 하얀 공이 네트 위를 오간다. 테니스나 배드민턴을 볼 때는 머리를 좌우로 돌려야 하겠지만, 탁구대는 상대적으로 작아서 그냥 눈동자만 움직이면 된다.

탁구를 보는 매력은 그 하얀공이 네트 위를 오가는 모습에 있지 않을까. 탁구를 치는 묘미도 공을 상대에게 보내고 다시 돌려받는 그 재미에 있을 것이다. 거기에 전신을 움직여야하니 운동효과도 좋다. 내기에 이겨서 초콜릿까지 얻는다면 금상첨화다.

복식 경기가 끝나고 이어진 단식 경기는 두 대의 탁구대에서 동시에 진행해서인지 일찍 끝났다. 단식을 우승한 회원은 탁구 경력 5년차로 필리핀 출장 근무중에 탁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승해서 기쁘죠. 탁구는 전신운동인데다가 살아있는 볼을 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매력적입니다."

대회가 끝나고 회원들은 모두 헬스클럽 앞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오리전골을 안주 삼아서 막걸리잔으로 건배한다.

"많이 웃을 수 있어서 아주 즐겁고 유익한 자리였습니다. 앞으로도 매일매일 건강합시다."

동호회 회장은 이렇게 인사말을 했다. 기분좋게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한 후에 마시는 막걸리이니 그 맛이 얼마나 좋을까. 탁구의 매력이 살아있는 공을 치는 즐거움이라면, 탁구 동호회의 매력은 이렇게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 있을 것이다.

탁구동호회 복식 우승한 회원들이 우승컵을 들고있다.

▲ 탁구동호회 복식 우승한 회원들이 우승컵을 들고있다. ⓒ 김준희


탁구동호회 단식 우승자에 우승컵을 수여하고 있다.

▲ 탁구동호회 단식 우승자에 우승컵을 수여하고 있다. ⓒ 김준희


탁구동호회 대회가 끝나고 막걸리로 건배!

▲ 탁구동호회 대회가 끝나고 막걸리로 건배!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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